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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기의 역사[변영국의 세상만사 인생사]

1815년경에도 베들레헴의 병원에서는 일요일마다 1페니의 관람료를 받고 미치광이들을 구경시키고 있다. 관람료 수입은 연간 400파운드에 달했는데, 이 수치는 96,000명의 관람객을 의미한다. 프랑스의 경우, 비세트르의 답사 및 광인 관람이 혁명 때까지도 레프트 은행 부르주아지들에게는 일요일의 열광적인 놀이의 하나였다. 미라보는 ‘영국 여행기’에서 비세트르의 광인들이 "진기한 동물같이 보였고 첫 번째 만난 백치에게 기꺼이 동전을 던져주었다"고 기술하고 있다. 간수가 광인들을 마치 생제르맹의 박람회에서 조련사가 원숭이를 다루듯이 다루는 것이 관찰되기도 했다. 몇몇 간수들은 몇 번의 채찍질만으로 광인들이 춤추고 기계체조를 할 수 있게 하는 능력으로 유명해졌다.

- 미셀 푸코 ‘광기의 역사’ 중에서


중세 유럽에서 ‘보편적인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어찌 대했는지 잘 보여주고 있는 미셀 푸코의 논문이다. (사실 1815년은, 중세라고 하기에는 별로 오래 되지 않은 시기이다)

나는 대담하게도 이 내용에서 힌트를 얻어 공연을 만들려 했었다. 허나 그 기괴하고 엽기적인 발상에 돈을 얹어 줄 스폰서를 구하지 못해 그만 준비하던 공연이 ‘엎어지고’ 말았던 기억이 있다. 준비하던 공연이 어떤 것이었냐고? 하... 그 말이 정말 하고 싶다.
전두환과 전경환, 장세동 등이 출연하는 ‘5공비리 청문회’를 보던 중이었다. 물론 그 청문회에서 불세출의 날카로움과 한없는 미더움으로 일관하여 결국 대통령에 오른 노무현씨 같은 사람이나 거침없는 육두문자를 바로 전두환의 면전에 날린 이철용 의원 같은 분도 있었지만 나머지는 참으로 가당치도 않았다. (현직 대통령에 대해서 악감정을 가지신 분이나 혹 반대로 친밀감을 느끼시는 분들은 너무 문제 삼지 마시라. 문제의 핵심을 비껴 나가는 수가 있으니....) 나는 그 어떤 코미디 프로그램보다 그 청문회 장면을 재미있게 봤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바로 연극을 만들어야겠다는 다음과 같은 생각이 떠올랐다.

그래.... 국회 의사당에 철창을 치는 거다... 그리고 국민들에게 돈을 받고 ‘그들을’ 관람시키는 거다. 그들이 구사하는 말의 재주야말로 잣나비의 재주넘기 따위와는 비교도 되지 않으며 그들이 먹는 현찰과 수표의 양은 코끼리의 하루 양식을 수월하게 넘어설 것이 분명하고 알아서 기는 그들의 배때기는 뱀의 그것과 닮아 있을 것이 분명하며 때때로 TV에 나와 보살 같은 미소를 짓고 있는 그들의 얼굴은 적절하게 색이 변하는 이구아나와 닮아 있지 않은가? 이거 대박이다.... 공연을 만들어 올리기만 하면 된다...


요컨대 그들은 구경할 가치가 충분한 무리였고 나는 누군가 그들을 구경하는 장면을 꼭 무대에 올리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데 어떤 이가 이런 얘기를 했다. “연출님. 그거 TV에서 생중계하고 재방하고 이미 다 난리쳤는데 꼭 무대에 올려야 되겠어요?”

돈을 대 줘야 할 스폰서의 매우 쓰라린 지적이었다.

허나 아니다. TV를 시청하는 시청자들은 ‘되게 웃기는 국회의원’들을 봤을지 모르나 나는 ‘국회의원’이 아니라 ‘미친놈들’을 봤던 것이다. 세상에 제 동족을 쏴 죽이되 수백 명인지 수천 명인지도 모를 만큼 쏴 죽인 살인마 앞에서 설설 기는 게 무슨 국회의원인가 말이다. 미친놈들이지....

아무튼 그래서 나는 ‘대박’을 치고도 남을 공연을 그렇게 허망하게 접었다.


국회의원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대통령’을 뽑는 와중에 이상한 헛소리를 늘어놓아 죄송하다. 허나 걱정된다.

대학로에서는 지금, 그나마 좀 인간의 본질을 고민하고 시국의 아픔을 슬퍼하는, 가난한 이에게 꿈을 주고, 아닌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는, 내가 정말 사랑하는 연극은 자취를 감추고 있고 개그맨들이 판을 치고 있다. (물론 개그맨들도 다 좋은 사람들이다) 말하자면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다. 가볍다. 너무 가볍다...

교회에서는 가난한 이들이 변두리로 밀려나고 있고 2차 주회에서는 노상 아파트니 증권이니 펀드니... 경제 경제 하고 있다. (도대체 우리 예수님이 목 놓아 부르짖던 ‘가난한 이들에 대한 사랑’을 왕따 시킨 그 경제라는 놈의 낯 판 떼기를 한 번 보고 싶다) 아... ‘참을 수 없는 금전욕의 무거움’이다. 무겁다. 진정 무겁다.

우리...... 너무너무.... 착해졌다...

그저 동물원에 가둬 마땅한 인간(?)을 대통령으로 뽑지는 말아야 할텐데....

/변영국 2007-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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