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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적 회심은 나무가 우리를 지켜주고 있다는 깨달음"[인터뷰] '숲피정' 시작한 예수회 최성영 신부

“우리는 책보다는 숲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운다. 세상 어디에서도 배울 수 없는 것들을 숲과 나무와 바위가 너에게 가르쳐 줄 것이다.”(베르나르도 성인)

캐나다 한 피정 센터 앞에 쓰인 글귀다.

안식년을 맞아 숲해설학교를 다니고, 캐나다의 한 피정센터에서 “땅과 영혼”이라는 주제의 피정을 한 뒤, 이를 화두로 삼아 숲에서 영혼을 찾는 여정을 시작한 이가 있다. 예수회 최성영 신부.

맡고 있던 사목을 끝내고 안식년을 지내면서 그 다음은 어느 사목 현장에 가야 할지 고민하던 최성영 신부는 ‘숲’에 대한 이끌림으로 숲해설학교를 다녔고, 자연을 방법론으로 삼는 피정을 찾던 중 캐나다의 “땅과 영혼”이라는 피정에도 참여했다. 그러면서 그는 ‘숲피정’에 대한 생각과 계획을 구체적으로 그렸다.

지난 9월 피정이 진행된 안산 숲길. (사진 제공 = 최성영 신부)

왜 하필 숲이었을까. 거슬러 올라가면 최성영 신부가 호주에서 신학공부를 하던 시절, 숲에서 위로 받았던 체험이 시작이었다. 학업으로 상당히 힘든 시간을 보낼 때 숲에 다녀오면 이상하게 힘이 나고 위로받은 느낌을 받았다. 물론 숲에서 길을 잃어 나무가 두려움으로 다가올 때도 있었지만 나무와 숲에 대한 그의 체험은 ‘위로’였다.

해 본 적도 없고, 한국에서 이런 방식의 피정이 흔치 않아 도움을 받을 곳도 없지만 최 신부는 일단 해 보자는 생각으로 지난 9월부터 하루 피정(숲길 피정), 계절 피정(숲과 영혼), 제주 올레길 피정(여행하는 나무)을 각각 진행했다.

생각보다 호응이 좋아 10명 안팎을 적정 인원으로 정했지만, 때로는 20명을 넘기기도 했다. 그렇게 피정에서 만난 이들이 공통적으로 얻는 느낌은 기존의 피정 형식과 특정한 틀 밖에서 이뤄지는 자유로움과 편안함이다.

“숲피정의 초점은 숲 그 자체와 숲이 주는 경이로움입니다. 그래서 이름도 ‘숲과 영혼’이에요. 내가 언젠가 숲에서 받았던 위로의 체험과 같은, 다른 이들 각각의 역사 안에도 그런 체험이 있는데, 사람들이 숲에서 공통적으로 느끼는 것은 이완, 편안함, 열림이에요. 사람들의 마음이 열리려면 어떤 큰 사건이나 각성의 계기가 있어야 하는데, 이상하게 자연 속에서는 쉽게 온순해지고 기분이 좋아져요. 왜 그럴까,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그것이 나의 질문입니다.”

최 신부는 피정을 동반하면서 중요한 것은 관점이나 형이상학적 차원이 아니라, 살아 있는 이야기를 듣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마음이 열리고 관대해지고 정직해지는 것, 즉 가면을 벗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하늘, 나무, 풀, 숲이 우리에게 주는 힘”이라고 했다.

피정의 재료와 교재는 비, 바람, 햇빛, 별, 돌, 나뭇잎, 때로는 숲의 어두움과 같은 숲과 자연에서 만나는, 아니 만나 왔던 모든 것이다. 매일 일상에서 만났던 모든 것들을 새롭게, 자세히, 오래 들여다보는 시간, 그리고 그 시간은 주변의 모든 것이 내 안에 들어오고, 나 또한 그것으로 들어가는 체험이 된다.

숲피정 중에 봉헌된 미사. 미사에는 피정 중에 발견한 각자의 상징물이 봉헌처럼 놓여 있다. (사진 제공 = 최성영 신부)

피정 가운데 미사가 봉헌되는 성전도 숲이다. 미사 중에는 각자 숲을 걸으며 발견한 나뭇가지, 돌, 잎 등을 각자의 상징물로 둔다. 피정의 가장 기본 교재는 창세기 1장이며, 있는 그대로의 자연과 주어지는 변화무쌍한 상황은 피정의 길잡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은 새로운 것이 아니라 우리가 잊고 있었던 것들이다.

“피정을 하다 보면 더욱 느껴지는 게 있어요. 우리가 나무를 지켜 주는 것이 아니라, 나무가 우리를 지켜 주고 있다는 것이에요.”

최성영 신부가 문득 힘주어 말한다.

그가 숲 피정에서 지향하는 것은 스트레스 해소나 힐링, 위로만이 아니다. 개인적인 체험에서 시작됐지만 숲을 만나고 숲에서 배우고 다시 깨닫는 것들은 최근 기후위기나 생태적 영성 흐름과 맞닿아 있다.

최 신부는 “숲의 경이로움을 온 감각으로 보고, 듣고 느낀 뒤에는 생명에 대한 인식이 온다. 단지 경치 좋음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그 너머를 통찰하면서 생명의 귀함, 경이로움을 보는 것”이라며, “그 다음에는 그것을 만든 하느님에 대한 경외감이 온다. 그것을 마지막으로 정리가 되면서 우리의 신앙도 새롭게 되고, 또 우리가 사는 이 세상과 만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환경, 생태 문제를 이야기하면서 우리는 늘, 우리가 자연을 보호하고 지키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말해 왔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그동안 자연이 우리를 지켜 준 것이고, 우리는 아무것도 한 것이 없다”며, “지켜야 할 대상, 그것을 지켜야 우리가 산다는 인식이 아니라, 그것 자체가 너무 소중하다는 것을 체감해야 바뀔 수 있다”고 강조했다.

피정을 마친 이들이 모두 함께. (사진 제공 = 최성영 신부)

최 신부는 “중요한 것은 숲을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는 감각이 생기는 것, 그것이 생태적 회심”이라며, “그래야 특정 운동이 아니라 내 삶에 스며든 생태적 삶, 생활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단 목적은 숲을 경험하는 것이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 숲체험과 생태적 감수성을 키우면서 자연스럽게 교회의 방향(생태영성, 창조질서 보전)과 함께 가는 것이 최종 목적”이라고 말했다.

“회심은 전부가 바뀌는 것입니다. 일부의 깨달음, 앎이 아니에요. 사람은 생존을 걸어야 움직이는데, 자연 앞에서 그 생존이 과연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야 합니다. 그래야 정말 우리 삶 안에서 무엇이 필요하고 필요 없는지, 무엇을 하고 하지 않아야 하는지 알게 됩니다.”

그동안 우리가 생각한 생존이 아닌, 전혀 다른 차원의 생존을 생각해야 한다는 최 신부는, “살려거든 생명을 택하라”는 성경의 말씀을 통해 무엇이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지 알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아마도 그것이 아직 어딘가일지 모를, ‘여행하는 나무’의 최종 정착지이자, 나무들과 더불어 걷는 길이 될 것이라면서.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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