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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분단 그리고 대일, 대미의 분단을 넘자”[전문] 문규현 신부,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월요미사'
8월 12일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군사분계선 통과 30주년 기념 미사에서 문규현 신부가 발언한 전체 내용을 싣는다. 

 

1989년 8월 15일 오후 2시 22분, 문규현 신부와 임수경 씨는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걸어서 넘어 남쪽으로 내려왔다. (사진 출처 =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 페이스북)

오늘 8월 12일은 판문점을 통과해서 남쪽으로 내려오기로 결정된 날입니다. 결정이 나고서 몇 시간 뒤에 임수경 전 국회의원께 전화가 왔습니다. “신부님, 신부님이 판문점 통과 연기하셨어요?” 아마 (북쪽에서는) 제가 연기하자고 했다고 말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제가 그런 일이 없고, 우리는 분명히 8월 15일을 기해 판문점을 넘어서 집으로 간다고 답했습니다. 나중에 후일담에 임수경 전 국회의원이 묵었던 숙소가 38층인데, 8월 15일에 못 가게 하면 차라리 여기서 떨어져 죽겠다고 했다고 합니다. 그 힘으로 넘어온 것 같습니다.

나는 1945년 해방둥이, 분단둥이인데, 일흔네 살 늙은이가 됐는데도 남과 북은 여전히 전쟁 중이고, 분단체제 속에 고통받고 있습니다. 1989년 분단의 장벽을 넘어선 지 30년, 그해 태어난 아기들은 30살 청년이 됐는데도, 남과 북은 대립과 반평화 반통일 장벽 앞에 앓고 있습니다.

30년 전 그날 판문점을 넘어설 때 남쪽 구역에서 가장 먼저 만났던 미군들, 그들은 아직도 변함없이 이 나라에 숨어 있는 지배자요, 통치자요, 조정자로 행세하고 있습니다. 분명히 기억합니다. 1989년은 새로운 통일의 역사가 기록된 날이라고. 그해 3월 25일 고 문익환 목사의 방북은 한반도 분단을 새롭게 조명할 기회를 주었습니다. 

2개월 뒤인 1989년 6월 6일 오후 2시 사제단의 남북 공동 통일 염원미사가 평양 장충성당과 임진각을 이어서 동시에 봉헌됐습니다. 제가 대표로 장충성당에서 미사를 봉헌했습니다. 이어 5개월 뒤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한 국제대행진단에 함께한 세계평화를 사랑한 종교 사회 지도자들과 해외동포들, 남북한 청년 학생들의 백두에서 한라까지 대장정. 그것은 한반도의 강고한 분단의 장벽을 또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사건이었습니다. 고 문익환 목사님이 철조망에 온몸을 내던져 파열구를 냈다면 백두에서 한라까지 대장정, 1989년 8월 15일 분단통과는 분명 분단의 존재 자체를 드러내는 사건이었고, 자주평화통일의 촛불이자 마중물이었습니다. 

이 모든 사건은 처음부터 계획된 일은 결코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여러 우연과 필연이 겹쳐지면서 하나로 이끌어 주시는 성령의 섭리에 의한 것이었습니다. 1989년에도 1988년에도 가능하면 제 앞에 놓인 그 고난의 잔을 마시고 싶지 않았습니다. 최대한 피해 가고 싶었지만, 그러나 제가 하느님 앞에서 할 수 있는 말은 당신 뜻대로 하소서, 이 말씀 밖에 없었습니다. 그 말고 달리 말할 수 있는 기도가 무엇이겠습니까.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막막한 상황, 환호보다는 비난과 탄압의 화살이 무수히 쏟아질 궁지에 몰려 민족의 십자가를 지고 오르면서도 부활의 희망과 기쁨으로 내다보는 것, 이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습니다. 그 무엇에도 흔들리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저를 의탁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었습니다.

우리는 촛불 혁명 이후 지금 각계각층에서 분단의 상처에 기생하는 모든 추악한 세력들의 민낯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한반도에 부는 평화의 봄바람이 자신들의 절대 불멸의 기득권을 녹여 버림으로써 온갖 저주를 퍼부으며 완강하게 저항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동북아시아 군사전략에서 한반도는 분단으로 남아 있는 것이 미국의 이익에 우선된다는 미국 정치권의 논리는 조금도 변화할 조짐이 없습니다. 일본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본은 한일경제 전쟁을 선포하고 현재 교전 중입니다. 한반도의 분단은 대미, 대일 또 하나의 분단을 낳았습니다.

이러한 분단은 소위 정치 지도자들의 몇 번의 회담으로 해결되리라 결코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는 진정 우매한 생각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한반도 남과 북 민중의 평화와 통일에 대한 열망입니다. 민중의 자주적 열망이 정치 권력을 움직여야 하고, 동아시아의 기존 정세를 변화시켜야 합니다. 이를 위해 오늘 우리는 민간의 자주적 방북 30주년을 맞이해 기억하고 감사하고 다짐의 미사를 봉헌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모든 인민, 민중과 함께할 수 있는 한반도 평화에 대한 대안을 내놓아야 합니다. 곧 동북아시아 평화운동으로 불타오를 수 있는 통로가 긴급하게 필요합니다. 특별한 대안이 필요합니다. 분단 30년을 기념하는 것은 바로 그런 의미입니다.

우리는 반민주, 반민족, 반통일, 신 유신 정권인 박근혜 정권과 그 수구세력을 심판한 그 위대한 역사를 살아왔습니다. 민주와 평화의 민족대단결 촛불을 들고 일어나야 합니다. 소망이 아닌 현실로 자주 평화의 촛불이 타오르고 있습니다. 남북의 분단을 넘어 대일 대미의 분단을 우리는 통과해야 합니다. 한일군사정보협정을 파기하고, 한미일 군사동맹 획책을 걷어차고 우리는 넘어서야 합니다. 모든 인민, 민중의 뜻을 모아 2018년 4.27 판문점 선언을 이은 9.19 평양선언을 완성하는 비핵 종전선언을 사실화하고,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평화협정을 이끌어서 사실상 한반도의 자주 평화 민족 대단결의 역사를 완성하고 선언해야 합니다.

한반도의 평화는 한반도에 그치지 않고 지상의 평화를 원하시는, 세계평화의 첫걸음입니다. 문 목사, 임수경 전 전대협 대표, 백만학도, 정의구현사제단이 비핵 평화, 통일의 깃발을 듭시다.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한 국제 평화대행진단의 방북과 분단통과 이후 지난 30년 세월이 지금 이렇게 긴급하게 제안합니다. 다 함께 열정적으로 자주, 평화, 통일의 촛불을 듭시다. 한반도의 자주독립 평화의 촛불을 함께 듭시다. 

문익환 목사님의 시구 한 구절로 마치고자 합니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전진하는 것입니다. 활짝 열린 저 통일의 큰 문을 향해서”

정의와 평화를 위하여 일하는 세상의 모든 사람들에게 존경과 감사와 평화의 인사로 이 말씀을 갈음합니다. 샬롬.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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