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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동흠의 사람사는 이야기]아, 그랬나? 그랬군!

얼마 전 가벼운 접촉사고로 택시를 단골 정비 센터에 맡겼다. 오른쪽 앞부분 범퍼와 휀다 부위 손상을 정비하느라 3일 동안 대차(임시 택시)를 받아 운전하게 되었다. 덜덜거리고 딱딱한 승차감을 지닌 대차가 손님에게 불편을 줄 수도 있겠다 싶으니 좀 마음에 걸렸다. 그 동안 내 차에 익숙해진 부드러운 손맛은 어딜 가고 어딘지 어설프고 불편한 느낌을 체감하는 시간이었다.

운전 하다 보면 때로는 이렇게 원치 않은 부딪침으로 편안한 생활 궤도에서 벗어난 불편을 감수하게도 된다. 주업이 운전하는 일이다 보니 무수히 스치고 지나가는 상대 차들과 예기치 않게 어쩌다 부딪칠 때가 있다. 어디 부딪치는 게 차뿐이겠는가. 우리네 인생살이도 많은 사람들과 만나 관계 맺고 생활하는 중에 사소한 부딪침이 종종 있는 걸…

물론 부딪치지 않는 것이 좋겠지만 부딪치고 나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사실 더 마음이 쓰인다. 빈 도로에서 혼자 운전하고 이 세상에 홀로 사는 게 아니기에 무릇 부딪침이 있는 게 세상 일이려니… 최근에 인수한 드라이 클리닝 일을 하는 나이든 형님뻘 되는 분이 내 얘기를 듣더니만 공감이 된다며 맞장구를 쳤다. “맞는 말이지, 그 부딪침을 인정하고 말고…”

“세탁소 일하고 부딪치는 것하고 무슨 관계가 있어요?” 하고 물으니 오늘 세탁일 하다 겪은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다 듣고 나서 “아, 그랬나? 그랬군!” 하며 되려 내가 맞장구를 쳤다. 다른 일하다 업종을 바꿔 최근 세탁 일에 처음 발을 들여놓다 보니 부딪치는 게 많다고 한다. 경험 미숙에 세탁 손님들 취향이 다 특색이 있다 보니 제대로 제때 못 맞추니 예상치 못한 손님들 불만족 반응에 부딪치고…

어제 일은 완전 딴 문제였다고 했다. 손님이 맡긴 세탁물들을 옷감 별로 분리해서 같은 것끼리 세탁을 하게 됐는데… 며칠 전 실크 세탁물이 하나 들어와서 같은 실크 세탁물이 또 들어오면 함께 돌리려고 옆에 따로 놓았단다. 다른 빨래를 하다 보니 찾아가는 날이 오늘이라 별수 없이 그 실크 세탁물 하나를 세탁기 드럼통에 넣고 돌릴 수밖에… 한참을 돌린 뒤 이제는 됐다 싶어 세탁기 드럼통을 보니 세제 물만 돌지 세탁물이 보이지 않더라고. 깜짝 놀라 세탁 드럼통을 세우고 열어보니 실크 세탁물이 정말로 안 보여서 놀랄 수밖에. 이게 웬일이야 놀라 드럼통에 머리를 넣고 보니 안쪽 드럼 표면에 딱 붙어 있었다나… 안도의 숨을 고른 채 가까스로 꺼내보니 이게 웬일? 드럼에 딱 붙어 그저 돌기만 하다 보니 때가 깨끗하게 빠지지 않은 채 그대로 였다는 것이다.

빨래도 다른 빨래와 함께 섞여 부딪치며 돌아야 서로 마찰을 일으켜 다른 빨래 때도 빼주고 제 빨래 때도 빠지게 된다는 걸 알게 됐다고 한다. 혼자만으론 깨끗해지기가 어렵다고.

듣고 보니 참 재미있다. 우리네 생활 터전 일 속에 숨어있는 이런 이야기 들… 정말 “아, 그랬나? 그랬군!”이다. 이번에 택시가 부딪친 일로 빚어진 이야기 반응은 여기서 끝나지 않고 또 다른 부딪침을 일으켰다. 정비 수리가 끝난 택시를 찾아 나오는데 핸들 쏠림 현상이 좀 있어서 다시 정비센터에 들렀다. 핸들 쏠림 문제를 고치기 위해 휠얼라인먼트 조정 작업이 필요하다고 작업 주문을 했다. 정비 센터 사장 아들이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중이었는데 내 주문을 인정한다며 내게 부탁이야기를 하였다.

자기네들 일이 밀려 지금 작업이 불가능하니 나더러 편한 시간에 다른 곳에서 휠얼라인먼트 서비스를 받고 영수증을 가져오면 언제라도 그 비용을 지불해주겠다고 하였다. 다음날 운전하는 시간 중에 자투리 쉬는 시간을 내어 휠얼라인먼트 서비스를 받고서 며칠 뒤 그 정비 쎈터를 지나는 길에 들렀다. 사장 아들이 안 보였다. 휴가를 갔다는 거였다. 그리고 전에 못 봤던 스탭 한 명이 자기가 대신 일을 하고 있다며 확인해서 내 은행 계좌로 보내줄 테니 계좌 번호를 적어 놓고 가라고 하였다. 한 번에 일이 끝나면 좋으련만 상황이 그렇다니 돌아가서 기다려야지 싶어 나왔다. 다음날 그 스탭으로부터 휴대폰 벨이 울렸다. 확인해보니 보험처리에 그 비용이 포함이 안돼서 지불이 불가능하다는 내용이었다. 사장 아들이 확인하고 약속한 일이라고 자초지종을 이야기해도 앵무새처럼 똑 같은 대답만 되풀이 하였다. 결국엔 언성이 높아지고 사장아들에게 확인하라고 이야기하다 마침 택시 손님이 차에 올라타는 바람에 전화를 끊었다.

부딪침이 일어나고 만 것이다. 며칠 뒤 다시 그 곳을 지나는 길에 또 들렀다. 이번에는 사장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사장도 그 스탭과 똑 같은 입장을 이야기 하였다. 그 상황을 이해를 못해주니 마음이 답답했다. 그렇다고 휴가 떠나서 자리에 없는 사장 아들을 불러올 수도 없고,이를 어떡하나? 지혜롭게 일을 처리해서 좋은 결과를 내는 게 중요한데… 부딪침 없이 무슨 방법이 없을까? 큰돈도 아닌 이런 일로 다음에 또 올 수도 없잖은가. 시간이 돈인데…

”아, 그랬나? 그랬군!”하며 사장이 인정하면 될 일이다. 천천히, 짧은 문장으로 또박 또박, 정중하게 상황을 정리하여 이야기하였다. “난 당신 아들 DRAGO가 나에게 한 약속을 믿는다. 그는 신뢰있는 사람이다. 그는 OPEN MIND를 가졌다. 적극적인 마음을 가지고 있어 좋다. 우리 손님 입장을 잘 이해해 줘서 좋다. 그는 유능한 CEO가 될 것이다. 그는 BUSINESS MIND 안목이 넓다. 그는 많은 돈을 벌 줄 안다. 그리고 좋은 서비스를 베풀 줄도 안다. 우리 택시 회사 동료들도 그런 그를 좋아한다. 난 당신 아들과의 약속 때문에 믿고 왔다. 그런 아들의 아버지인 당신 BARRY도 믿는다. 이런 나를 실망시켜 보내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무적이던 사장이 얼굴에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수표 책을 꺼내며 대답했다. ”보험회사에서는 안 된다고 했지만 당신이 그렇게 믿는 내 아들이 당신과 한 약속이라고 하니 수표를 끊어 주겠다.” 그래서 당신 아들 DRAGO가 고맙다고 하니 “그럼 나는?”하고 불쑥 되물었다. 순간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지(LIKE FATHER,LIKE SON )”라는 우리말 속담이 튀어 나왔다. 그 말에 사장 BARRY의 마음이 활짝 열려 보이며 그 글자가 얼굴에 빛을 발했다. “아, 그랬나? 그랬군!”

/백동흠 2008-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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