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의 사명은 무력한 이들과 함께 있는것.."

▲ 유족들과 문정현 신부 등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는 김운회 주교. 김 주교는 유족들을 위로하고 경찰과 정부의 대응에 답답한 심경을 드러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김운회 주교(사회사목부 담당)이 지난 5월 25일 주교관에서 용산 참사 유가족 5명을 면담한 데 이어 6월 3일 오후 3시 용산참사 현장을 찾아와 유가족들을 위로했다. 이는 천주교 고위성직자로서 처음 있는 방문이다. 

지난 5월 25일 면담과정에서 한시간 가량 이야기를 나누면서, 김 주교는 가족을 잃은 슬픔과 참사 후 시신 수습과 재판 과정에서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유가족들의 이야기를 경청했으며, "사랑하는 남편과 아버지를 잃은 여러분의 마음을 어떻게 위로하겠는가. 인간의 힘으로는 어렵지만 주님께 믿고 기도하면 이루어 질 것"이라며 "주님께서는 약자의 편이시며, 없는 자와 못가진 자를 사랑하시는 분이시다. 주님께서 여러분을 지켜보고 계실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김운회 주교는 용산 참사 135일째인 6월 3일 직접 용산현장을 방문해서 남일당 건물과 문정현 신부와 이강서 신부가 머물던 '평화의 집' 등 주변을 둘러보고 나서, 유가족들에게 "이 상황이 안타깝다"면서 "현재 상황이 얼마나 쓸쓸하고 힘들겠나. 자식과 남편을 잃은 마음과 평생 일한 곳에서 힘에 의해 밀린 입장을 생각하면 가슴이 막힌다"며 아픔을 공감하고 위로했다. 

이어 "정부는 옳고 그른 것이 아니라 이 상황에서 이분에게 어떤 힘이 되어줄까, 위로가 되어줄까, 그것을 먼저 생각해야 했다"고 지적하면서 "유가족들이 원하는 것은 큰 것이 아니다. 이권을 바라는 것도 아니고 돌아가신 분에 대한 최소한의 요구"라면서 "정부에서 사과도 안 하고 있는 상황에서 교회가 큰 힘이 없어서 다만 여러분들과 함께 있는 있는 것만으로 역할을 하는 것 같아 가슴이 답답하다"고 말했다.   

▲ 빈소에서 분향을 하고 있는 김운회 주교
또한 "용산에 남아 있는 사제들은 그리스도께서 보여주신 모범대로 사는 것"이라면서 "예수님은 아프고 힘들고 가난한 이들의 벗이 되라고 하셨으며, 그분도 실제로 그렇게 사셨다. 여기 있는 신부님들도 신앙인으로서 사제로서 이 자리에 머무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본당 사제들도 사정 때문에 이 자리에 오지는 못 하지만 현장에 계신 신부님들로부터 이야기를 듣고 기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용산문제 해결을 위해 서울대교구 차원에서 따로 준비된 계획은 아직 없지만, 여기 계신 신부님들이 자꾸 이야기를 하고 있으며, 용산문제 해결을 위해 위로하고 중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운회 주교에게 용산참사 현장을 안내해 주었으며, 지난 사제피정 이후로 용산에 줄곧 남아있는 이강서 신부(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회 위원장)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운회 주교의 용산 방문은 "교회가 고통당하고 있는 약자들의 권리에 대한 특별한 애정을 갖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교회 안에서 다양한 시각이 있고, 이 문제를 불편하게 여기는 분들도 계시지만 교회 기본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정진석 추기경 방문에 대해 가능성을 묻자 "그건 알 수 없지만, 김운회 주교의 방문으로 교회 안의 수도자 성직자들이 더 편안한 마음으로 이곳으로 올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 문정현 신부는 김운회 주교의 방문을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유가족인 김영덕(54세) 씨는 김 주교의 방문에 대해 "여기에 들려주신 것만으로도 너무나 고마운 일이다. 우리 뒤에서 가톨릭이 힘이 되어 준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한편 문정현 신부(전주교구)는 "이번 주교의 방문으로 용산에서 행하는 이강서 신부의 활동이 공식적인 사목활동으로 인정받은 것 같아 흐믓하다"고 말하며 "이 모든 일은 개인적인 일이 아니라 바로 교회의 일"이라고 말했다.

현재 용산 참사현장에서는 매일 오후 7시마다 미사가 열리고 있는데, 문정현 신부가 시작한 이 미사는 벌서 53일째를 맞이하고 있다. 한편 서울, 수원, 의정부, 인천 교구 및 수도사제들과 서울대교구빈민사목위원회 등 사회사목부 사제들이 돌아가며 이 미사를 공동집전하고 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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