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인권위, 관련 조항 포함한 집시법 헌법소원 청구

기자회견을 미신고 집회로 보고 주최자를 처벌한 집시법 조항에 헌법소원이 제기됐다.

천주교인권위원회는 신고 없이 기자회견을 연 것이 불법이라며 법원이 벌금 1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내린 것에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했지만, 서울중앙지법이 위헌 신청과 항소를 기각해 헌법소원을 청구한다고 밝혔다.

청구인 김 씨는 2014년 4월 24일 오전 25분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오바마 방한 반대 청년, 학생 기자회견’을 했다. 경찰은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는 등 기자회견을 빙자해 미신고 집회를 주최했다는 이유로 약식기소했고, 2015년 5월 벌금 1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김 씨는 다시 정식재판을 청구했지만, 서울중앙지법 이은명 판사는 “피켓 소지, 구호 제창에 경찰이 사법처리 가능성을 경고했으나 다시 구호를 제창했다”며, “기자회견은 신고의무 대상인 옥외집회에 해당한다”며 벌금 70만 원을 선고했다.

김 씨는 사전신고제를 규정한 집시법과 그 처벌 조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으나, 지난 7월 기각되자,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김 씨가 위헌법률심판제청한 집시법 제 6조 1항은 “옥외 집회나 시위를 주최하려는 자는.... 신고서를 옥외 집회나 시위를 시작하기 720시간부터 48시간 전에 관할 경찰서장에게 제출해야 한다”고 규정하며, 제22조 제 2항에서는 미신고 집회 주최자에 대한 처벌을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집시법은 ‘옥외집회’가 열리는 공간에 대해서는 규정하지만 ‘집회’의 규모나 성격, 형식 등 개념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규정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2인 이상이 같은 목적으로 가지고 옥외에서 모이기만 하면 어떤 형식이나 내용, 위험 여부와 상관 없이 신고의무가 부과돼 형사처벌될 수 있다.

천주교인권위는 “사전신고제는 헌법이 금지하는 집회 허가제를 가능하게 하므로 위헌”이며, “사전신고를 하지 않고 집회를 주최했을 때 형벌을 가하는 조항도 위헌”이라고 했다. 헌법재판소는 이에 대해 “형벌의 일반예방적 효과를 맹신한 나머지 의무이행의 확보가 문제되는 경우마다 형사처벌을 통해 해결하려는 것은 법치국가원리에 반하는 행정편의적 발상으로 그 헌법적 정당성이 인정될 수 없다”고 결정한 바 있다.

천주교 인권위는 “사전신고는 행정절차적 협조의무에 불과하므로 그 이행은 과태료 등 행정상 제재로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으며, 미신고 집회라도 공익을 직접적으로 침해하지 않을 때에 형벌로 제재하는 것은 집회의 자유를 위축시키고 헌법이 금지하는 허가제에 준하게 운용된다”고 의견을 냈다.

한편 이 사건과 동일한 조항이 문제가 된 사건에서 헌법재판소는 그간 미신고집회에 대한 형벌이 위헌이라는 의견을 점점 많이 내고 있다.

헌재는 집회신고제 위헌 여부에 대해 2009년에는 “사전허가금지에 위배되지 않고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으며, 과잉형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합헌 결정했지만 재판관 8명 중 2명은 위헌이라고 소수의견을 냈다. 또 2014년에는 재판관 9명 중 4명이 집회신고는 단순 행정절차적 협조의무라는 것을 강조하면서, "형벌의 제재로 신고의무의 이행을 강제하는 것은 헌법상 집회의 자유를 전체적으로 위축시킨다"고 의견을 내, 위헌 의견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 미신고 기자회견을 불법으로 처벌하는 집시법 조항이 위헌이라는 헌법소원이 제기됐다. (지금여기 자료 사진 - 본 사진은 기사와 직접 연관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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