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 수녀의 이콘응시]

En Cristo
처음 멕시코 선교를 위해 언어 연수를 하면서 주일엔 한인 공동체의 아이들과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가장 힘든 것은 이민 세대 아이들과 나누는 언어 소통과 문화적 차이로 인해 관계가 어려워 조금이라도 서로를 알기 위해 피정을 하기로 하였다. 그러나 도착하자마자 피정보다는 끼리끼리의 시간에 더욱 재미를 느끼며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저녁식사 후 마당에서 삼삼오오 재잘거리는 아이들 소리를 듣는데 갑자기 수도꼭지에 호스가 보였다. ㅋㅋㅋ.
슬그머니 가서 수도꼭지를 틀고 호스의 입구를 막아 세차게 나오는 물을 아이들에게 향하는 물총싸움을 시작하였다. 비명소리와 함께 피정집(과달루페회 사제 쉼터) 마당은 아수라장이 되고 신부도 한몫하여 주방에서 물을 공수해 오며 물공격을 하고 있는데 사목회장이 격려차 와서는 이 광경을 보아 버렸다. 처음으로 피정을 하는지라 조용한 분위기로 기도하고 있을 아이들의 모습을 상상하고 왔는데 이 무슨 장난인가 싶어 사뭇 놀란 듯 하였으나, 우리 모두는 노는 재미에 빠져 설명할 시간도 없었다. 잠시 후 성당에 모여 기도 시간을 갖는데 각각 자신들의 하느님을 만나는 듯 아이들의 차분한 모습에 내심 놀랐다. 진지하게 기도 하는 모습! 서로에게 용서하는 마음을 고백하고 안아 주는 시간엔 모두가 한마음이 되었다.

다음 날 피정 반 놀이 반으로 많이 가까워진 아이들과 어느새 파견미사 시간이 되었다. 말씀의 전례 중 꼬로나 신부가 강론을 하는데 대복사는 소복사에게, 소복사는 마주 보이는 나에게 종이 없다는 싸인을 보내는 것이다. ‘아니 종이 없는데 내가 어떡해??’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니깐 종을 안 쳐도 된다싶어 소복사에게 장난으로 입을 가리킨 후 손을 종치듯 흔들었다. ‘입으로 쳐라’는 뜻으로... 그리곤 잊었다. 어떻게 전달이 된 것일까??????

성찬의 전례가 시작이 되고 신부가 성체를 거양하는 순간, 대복사의 뚜렸한 목소리가 조용한 가운데 울려 퍼졌다. “댕~댕~댕~”
갑자기 여기저기서 키득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차! 하는 순간 나 또한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신부도 큭큭 소리를 내지만 참으려 하였다. 신부는 겨우 성혈이 담긴 잔을 거양 하는데 이번에는 “땡그랑~ 땡그랑~ 땡그랑~”하는 것이다. 신부는 아예 흐느끼고 난 “푸아~악”해 버렸다. 아이들도 드디어 웃음을 멈추지 못하였고 순간 미사는 웃음바다를 이루었다.

겨우 미사가 끝나 신부와 마당에서 상황을 설명하며 눈물을 흘리며 웃고 있는데 입으로 종을 친 대복사가 나를 부르며 씩씩거리며 다가오고 있었다. 자기에게 창피를 주었다고 화가 단단히 난 것 같아 신부 뒤로 숨었는데 녀석이 하는 말이 그날의 히트였다. “수녀님, 아이들 야단쳐 주세요. 제가 처음에 댕~댕하니깐 소리가 이상한 것 같아 땡그랑으로 바꿨더니만 애들이 웃잖아요. 씨~~~”
"얘야! 미안하다. 그래서 더 웃겼단다. 근데 정말 책임감 있게 자~알 하였다 ㅋㅋ"
이 사건은 이후 우리에게 웃음의 바이러스가 되었다.
지금쯤 의사로서의 수련을 받고 있을 녀석이 보고 싶다.

▲ 성 마태오 복음사가



자! 이콘을 바라보자.
마태오 복음사가다.
전체적인 분위기가 상당히 역동적이다. 생명력이 넘치며 성령의 이끄심이 왜 이리도 강하게 느껴질까.
하느님의 사랑이 충만한 자의 모습에서나 볼 수 있는 불굴의 강인함이 이콘의 전체적인 이미지로 부각되어 있는 듯 하다.

그리스도의 모든 행적을 남기기 위해 동문서주하며 자료를 모우고 그분의 음성을 듣기 위해 성령의 인도에 귀를 기울인 복음사가 성 마태오의 모습은 일반 성화에서도 자주 만나듯 천사가 그에게 무언가 들려주는 모습에서도 알 수 있다.

언젠가 이콘의 분위기가 좋아 복사해 두었던 것인데 이 주간 이 이콘을 바라보다 묵상이 아닌 오랜만에 추억에 잠긴 이유는 지칠 줄 모르는 아이들의 발랄함과 하느님의 말씀에 의심없이 귀를 기울이는 모습과 주어진 상황을 깨끗한 마음으로 받아 들이는 그들만의 순수함 때문이다.

복음을 전한다는 나름의 꿈을 안고 떠났던 선교지에서의 새로움은 늘 수많은 사람들과 사건들을 통해 느낀 다양한 문화와 관계였다. 마태오 성인 또한 복음을 기록하면서 뜻하지 않은 어려움과 부딪쳤을 것이며 죽음을 각오한 순간도 있었으리라. 그때마다 성령께 의지하였음은 당연하였을 것이다.

다시 이콘을 바라보자.
이콘에서 성 마태오의 눈빛은 예리함과 굳은 집념으로 가득하다. 오직 하느님께로만 향하는 그의 시선엔 강직함과 더불어 너그러움도 담겨 있다.

세상의 것에 아직도 마음을 묶고 있는 부족한 나에게 오늘 마태오 성인은 복음서를 펼치며 하느님을 열어 보이신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

임종숙/ 루시아 수녀, 한국순교복자수녀회 수원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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