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일, 88일차 생명평화 오체투지 순례

"그렇다. 당신은 하나의 불꽃을 짓밟아 버릴 수 있다. 그러나 당신 앞에서 뒤에서 사면팔방에서 끊일 줄 모르는 불꽃은 들불처럼 타오르고 있다. 그렇다. 그것은 들불이다. 당신이라도 이 들불을 끌 수 는 없으리라." - 1886년 5월 1일, 미국 시카고 노동자들의 투쟁 당시 사형선고를 받은 미국노동운동 지도자 스파이즈의 법정 최후진술 중

<노동절인데 우리도 쉬어야 하나?>
88일차 순례길. 오늘부터 아침 출발 시간을 9시로 조정하였습니다. '오늘 노동절인데, 우리도 쉬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진행팀의 한담속에서 순례 출발 준비가 진행되었습니다. 오늘은 아침부터 날이 덥기만 하고, 바람조차 잠잠하더군요.

순례팀이 출발장소로 이동하는 시간에 전화들이 옵니다. 출발시간 변경에 대한 공지를 미처 인지하지 못한 참가자 분 중 한분이 '오늘 순례 하는 것인지' 확인하는 전화였습니다. 순례단이 올린 공지사항을 미처 확인하지 못하신 듯 합니다. 그렇게 하루의 일정이 시작되었습니다.

노동절 아침. 오늘은 다른 날보다 아침 출발 인원이 많았습니다. 생태자평연구소에서 회원들이 함께 참여하기도 했고, 개인적으로 노동절 휴일을 이용해 참여한 분들도 계셨습니다. 오늘은 생태지평 연구소에서 함께 온 강아지 '워씨'도 일정을 함께 하였는데, 이 강아지 순례 중에는 대열 마지막에서 앉았다 쉬었다 하면서 보조를 맞추더니, 쉬는 시간에는 땀 냄새가 나서인지 수경스님에게서 떨어질지 모르더군요.

날은 아침부터 무덥고, 도심지를 지나는 순례길이었지만, 참여자들의 표정은 밝기만 합니다. 노동절의 아침에 '사람의 길'이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묻고 답하는 순례길이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오전에는 차량이 많지 않았고, 지나는 시민은 순례단을 보며 '뭐 하는 사람들인가'하여 한동안 멈추어 순례단을 지켜봅니다.

안산에서 오신 강은숙 님은 “아무생각 없이 엎드리고 싶었고, 엎드리니 편안하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냄새가 나서 힘이 들지만, "아스팔트의 생명들은 우리의 편리함 때문에 죽어가고 있지 않은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합니다. “모두 서로 잘났다고 , 자신만 옳다는 생각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교육도 오로지 내 자식, 권력자들도 오로지 부의 축적을 원하는 사회. 그렇기에 스스로는 낮추는 작업이 필요할 때”라는 의견을 주셨습니다.

<내 안의 이명박을 바라보며>
갈곶성당에서 점심과 휴식을 취한 순례단. 오후 출발에 앞서 서로 소개하고 마음을 나누는 시간을 진행하였습니다. 오늘 참 많이 더웠습니다. 특히 오후에는 도심 중심부 도로를 통해 순례를 진행하니, 날은 덥고 바람은 약하고 도시 열섬효과와 같이 무덥기만 하더군요. 오후 한 나절에는 쉬는 시간마다 그늘을 찾기 일쑤이고, 순례자들의 몸에는 담이 줄줄 흐릅니다. 벌써 이렇게 더워지니 앞으로가 더 걱정입니다.

처음 발걸음을 하기 전에 긴장을 했지만, 처음 엎드린 순간 감격스러웠다는 '안산 평등교육실현을 위한 학부모회'의 김은정 님. 김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장기간 학습노동은 큰 죄'라고 하시며, "내 자식, 내꺼만 생각 하니깐 그렇게 되었다. 이명박을 보면 내안의 일등, 나만 잘살면 된다는 내안의 욕망의 집합체라는 느낌이 든다. 우리 사회가 앞으로 4~5년 동안 성찰이 없으면, 제 2, 제 3의 이명박이 또 나올 것이다"라고 우려합니다. 점점 학벌위주로 진행되는 교육으로 어린 아이들이 좌절하게 되는 것을 우려하시는 김 선생님. '가장 낮아지니깐 좋아졌다'는 경험을 공유하고 싶다 합니다.

연휴동안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 순례에 참여하셨다는 박세호 선생님은 '엎드려 보니 내가 너무 편하게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남들과 보조를 맞추며 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내일은 막내를 데리고 와서 할 생각'이라 합니다.

오산 시내 중 가장 복잡하다는 구간을 진행하던 오후 순례길. 갑자기 순례단 선두로 시민 한분이 다가오더니 편지봉투 하나를 전달하고 가시더군요. 편지 봉투 겉면에는 '나라를 위하여, 국민을 위하여, 하느님을 위하여, 이 모든 것을 위하여 힘쓰시는 문규현 신부님과 스님, 또 다른 신부님과 그를 돕는 분들과 뒤를 따라 함께 하시는 분들에게 존경과 감사와 그 무엇에 비할 수 없는 것에 표를 하고 싶습니다. 함께 하지 못하여 마음 아프나 마음만은 항상 함께 하겠습니다'라는 글이 있었고 후원금을 넣어 주셨더군요. 작년 촛불로 인해 운전면허가 취소되었다는 연제구 선생님. 도로에 엎드려 진행되는 순례단을 한참동안 바라보셨습니다.

날이 덥다보니 세분 성직자들의 건강상태가 걱정입니다. 무릎이 좋지 않으신 수경스님과 전종훈 신부님은 각각 팔목의 이상상태가 보여 진행팀이 걱정을 많이 합니다. 오늘도 수경스님은 순례가 마무리 될 즈음 어쩔수 없이 파스를 뿌려 통증을 완화시키고 순례를 마무리하였습니다.

날은 무덥고, 쉴 때마다 그늘을 찾아야 하는 순례길. 그 길에서 '노동의 가치'를 고민하고, '사람답게 사는 길'을 찾아서, '내 안에 자리를 잡고 있는 이명박'을 되돌아보는 순례길. 그 길은 '사람답게 살고 싶다'는 간절한 기도의 순례길입니다.

<May Day에 진행된 순례>
5월 1일. 메이데이(May Day). 오늘 2009년 5월 1일은 119주년 노동절입니다. 노동절은 '8시간 노동'을 목표로 진행된 1886년 5월 1일 미국 노동자들의 총파업과 시위, 경찰의 폭력적 진압과 총기 발포 등에 의해 숨지거나 처형된 사람들의 희생위에 피어났습니다.

당시 미국 노동자들은 하루 12-16시간 장시간의 노동에 일주일 7~8달러의 저임금으로 월 10-15달러의 판잣집에서 노예 같은 생활을 하였다 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8시간 노동을 위해 1986년 총파업을 진행하였고, 노동자들의 일손이 멈추면 세상이 멈춘다는 것을 생생하게 증명하였다 합니다.

지금보다 100년도 더 전에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절박한 외침. 그 절박한 외침이 100년도 더 전에 터져 나왔건만, 우리 사회는 도옹의 가치를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 의문입니다. '노동의 존귀함'은 초등교육에서부터 세뇌처럼 입력되는 내용이지만, 세상살이 돌아가는 모양새는 그렇지 않기 때문입니다. 기업과 자본은 노동자를 무슨 기계 부속품처럼 인식하여, 경기가 좋지 않을 때는 '대량해고와 구조조정'이라는 만능의 해법을 제시하고, 정부는 노동자의 권익을 지키기 위한 노동운동을 '공공의 적'인양 인식하고 있는 듯 합니다. 언론 보도를 보면 비정규직 정규직 차별의 원인은 정규직 노동자에게 모든 책임이 있는 듯 이야기하고,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사회 구조적 문제점은 도외시 합니다. 여전히 비정규직 노동자와 이주노동자는 우리 사회에서 그림자 같은 존재이니, 우리의 아이들에게 '노동의 존귀함'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더욱이 사회적으로 불로소득을 챙겨가는 대한민국 1% 특권층을 보면, 노동의 존귀함 같은 것은 헌신짝 취급당하기 일쑤이며, 그런 이야기하면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 취급 받습니다. 속칭 '강부자'가 확산되는 사회. 이 같은 우리 사회에서 '노동의 가치'를 어떻게 지키고, '인간의 길'을 어떻게 가야 할지에 대한 사회적 모색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오늘 순례길 참여자들에게 '노동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 물었습니다. '‘성경에 예수 아버지께서 일을 하시니 나도 일한다’고 했다. 일이란 자연 질서를 창조하고 끊임없이 좋은 방향으로 향하게 하는데 현재 노동자들의 노동은 마치 노예와 같다(최광식)', '노동은 지겹지만 노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살아있음을 의미한다(강은숙)', '영화 ‘워낭소리’가 생각난다. 할아버지께서 끊임없이 일하시는 모습을 보고 인간은 극단적 노동에서는 해방이 되어야 한다(김은정)', '자본가들이 노동자들과 함께 나누며, 함께 살기를 바란다(최지호)', '살아가는 자체가 노동의 연속(이영란)', '노동은 우리를 살아있게 하는 원동력(조재현)', '땀 흘려 일한 만큼 얻는 것이 자연인데, 현재는 각자의 욕심으로부터 파괴적, 이기적인 오도된 가치가 형성이 되고 있다(정원섭)', '요즈음 노동은 살아가기 위한 수단으로 가치가 전락되어있다. 노동은 나를 즐겁게 하고 사람과 사회를 건강하게 해주는 것이다. 인간에게 노동의 가치가 존중되는 사회가 되기를(이승화)', '일하지 않으면 무료하다. 게으르면 사람은 망가지기 때문이다. 열심히 일도 하고 휴식도 취해야 한다(박미숙)', '전에 해고당한 적이 있다. 그래서 노동에 대해 고민해 본적이 있다. 사람은 일을 해야 먹고 사는데 몸을 움직이지 않고 불로소득을 하는 사람들은 과연 행복한 것일까. 이런 사람들은 쾌락을 탐닉한다. 노동은 내가 살아있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작업(장경훈)', '노동은 사람의 희망과 미래(혜수스님)', '먹고살기 위해 발버둥을 위한 노동은 괴로움이며, 자신의 일에 긍지와 보람을 찾는 사람은 노동자체가 삶이라고 생각한다(최은희)',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것(김행철)'.

노동. 그것은 우리 삶과 사회를 유지하는 가장 중요한 토대입니다.

<함께하는 사람들>
- 수브라(프랑스) / 최광식(인천) / 장경훈 외 1명(화성) / 장영예, 최은희(마중물) / 김은정 외 1명(안산) / 박동훈(서울) / 이효재, 은성경(대전) / 이영준(안양) / 박진섭 소장 외 12명(생태지평) / 최지호(의정부) / 박세호(동탄) / 정호 스님 외 25명(대각사 오산) / 나승구 신부(신월동 서울) / 김영식 신부(안동교구) / 유원형(수락산 성당) / 이영우 신부 외 3명(천주교사회교정사목위원회) 등이 함께하였습니다.

<일정 안내 - 변동 가능>
● 5월 02일(토) : 오산시 오산동 롯데마트 건너편 GS칼텍스 주유소 앞 - 외삼미동 능골 입구
● 5월 03일(일) : 오산시 외삼미동 능골 입구 - 병점 초교 앞
● 5월 04일(월) : 병점 초교 앞 - 수원시 권선동 비행장삼거리
● 5월 05일(화) : 휴식
● 5월 06일(수) : 구간조정일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 김한재(안성), 은성경(대전), 갈곶성당, 이선종 교무(원불교 종타원 서울교구장), 화성 2374 차량, 김인경 교무(원불교 잠실교당. 생태지평 이사장), 연제구 님이 후원해주셨습니다.

* 순례 수정 일정과 수칙은 http://cafe.daum.net/dhcpxnwl 공지사항을 참고 바랍니다.

2009. 5. 1
기도 - 사람의 길, 생명의 길, 평화의 길을 찾아서
진행팀 문의 : 010-9116-8089 / 017-269-2629 / 010-3070-5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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