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 교수, "이승만 역할 부풀리기 망발"

박근혜 대통령이 8월 15일 광복절 축사에서 1948년 8월 15일을 시점으로 하는 “건국 68주년”을 언급한 데 이어 17일 새누리당이 대표, 최고위원, 중진위원 연석회의에서 건국절을 법제화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원로 사학자이자 교회사가인 조광 교수(고려대)는 대통령의 건국절 언급으로 다시 불거진 논란에 대해, “역사학계는 건국절을 인정하지 않는다. 건국이 아니라 정부수립”이라며, “건국절 그 자체는 말도 되지 않고 옳지 않은 것”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역사적 사실에 대해서 해석은 다를 수 있지만, 정부수립과 건국절 논란은 기본적으로 역사적 사실이 아닌 것이라면서, “지금에 와서 정부수립을 건국으로 바꾸자는 것은 이승만의 역할을 과도하게 부풀리려는 것이며, 그런 맥락에서 망발”이라고 말했다.

또한 단국대 한시준 교수는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현재의 대한민국이 어느 때부터 시작됐는가의 문제는 1919년 임시정부와 1948년 수립된 정부의 관계를 밝히면 된다”면서, “1948년 정부를 수립한 이들도 자신들이 ‘건국’했다고 한 적이 없으며, 1919년 임시정부가 세운 대한민국을 계승, 재건한다고 했다”며, 그것이 역사적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역사적으로 대한민국은 1919년 4월 13일에 세워진 것임에도 정치적인 의도를 가지고 논리를 바꾸고 있다면서, “역사적 사실이 아닌 것을 우기는 것은 정치적 논리다. 이것은 역사를 해석하는 입장의 문제가 아니라, 권력을 위해 역사를 왜곡하려는 것이 본질인 사건”이라고 말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1948년이 새로운 건국이 아니라는 증거는 대한민국 연호에서도 볼 수 있다.

그는 1919년 임시정부가 수립됐을 때 국가명은 대한민국이며, 연호는 대한민국 원년이었다고 했다. 이에 따라 1948년 수립된 정부도 대한민국 30년이라고 연호를 쓰면서 임시정부를 그대로 계승했다.

한 교수는 또 ‘건국절’ 역시 이미 임시정부가 지정한 (당시는 음력) 10월 3일 개천절이었으며, 이는 단기를 기준으로 한 한민족의 건국절로 임정은 이미 이것을 3월 1일, 4월 13일과 함께 국경일로 정하고 지내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1948년이 건국절이라면 우리 민족은 그때까지 나라가 없었던 셈이 된다며, 임정은 한민족의 4000여 년 역사를 잇기 위해서 그날을 건국 기원절로 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민국은 새로운 건국이 아니라 단군에서 이어진 역사이며, 새로운 정부라는 것이다.

그는 1948년 8월 15일을 건국절로 정한 뒤의 문제는 무엇보다 “우리 역사를 우리가 스스로 왜곡하는 것”이며, 1910년 대한제국을 빼앗기고 해방되기까지 식민지에 저항하고 독립운동했다는 역사를 폄하하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1948년 정부수립 당시 임시정부를 계승, 재건했다는 내용을 이승만이 삭제하려고 했지만 하지 못했던 것은, 임시정부를 제외할 경우 정부 수립의 근거는 미국이 되기 때문이었다면서, 임시정부를 계승, 재건한다는 선언은 자주독립국가를 수립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 1919년 9월 상하이 임시정부 국무위원. (사진 제공 = commons.wikimedia.org)

언론 보도에 따르면 새누리당 연석회의에서 심재철 국회부의장은 “우리나라의 생일은 1948년 8월 15일이다. 우리나라는 생일이 아직 없어 매우 유감스럽다”며, (건국절)이 법제화돼서 8.15를 광복절이자 건국절로 모든 사람들이 다시 한번 되새기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진석 원내대표, 조원진 최고의원, 나경원 의원 등도 동의했으며 이정현 대표는 이 문제를 국회에서 대국민 공개토론회를 갖도록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라이트 학자들을 중심으로 한 건국절 논란은 2006년 시작됐으며, 2008년 이명박 정부 들어 본격화됐다. 정치권도 한몫 거들어 2008년에는 한나라당에서 광복절을 건국절로 바꿔야 한다는 법안을 내기도 했으며 2014년에는 법안에 새누리당 의원 62명이 서명했다.

뉴라이트계는 1945년 8월 15일은 해방이 된 해이고, 정부가 수립된 1948년이 진정한 광복이라고 주장한다. 또 3.1운동 뒤 1919년 4월 13일 탄생한 상하이 임시정부는 진정한 정부(국가)의 요소를 지니지 않았으며,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지 못했을뿐 아니라 헌법상 계승한 것은 임시정부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고 정한 정신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 (헌법 전문 첫 부분)

헌법대로라면, 대한민국은 3.1운동의 정신을 이어받아 1919년 4월 13일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하며, 1945년 8월 15일 해방되고, 1948년 8월 15일 민주공화국 정부를 수립한 나라다.

뉴라이트나 이에 반대하는 이들 모두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했다는 것을 인정한다. 문제는 ‘건국’의 시점이다. 그리고 이 논쟁의 본질은 역사적 사실에 따른 것이 아닌, 정치적 문제로 시작됐으며, 역사적 사실이나 헌법 수호의 측면이 아닌, 진보와 보수, 여당과 야당 사이의 논쟁이 됐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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