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정의시민행동, 2차 포럼에서 제주 해군기지 유치 문제 다뤄

사회정의시민행동(상임대표 오경환 신부)은 지난 4월 25일 오후 4시 인천실천시민연대 교육장에서 두번째 시민포럼을 열었다. '평화의 섬 제주, 해군기지 건설에 대한 쟁점'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포럼에서는 20여 명의 참석자들이 정상률 교수(한국외대)와 구자공 교수(중원대)의 발제를 듣고, 고유기(평화를 위한 그리스도인 모임 공동대표)씨와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문제를 중심으로 질의응답과 토론을 벌였다. 

이날 포럼은 환경정의분과의 제안에 따라 위원들이 직접 제주도를 방문하여 고병수 신부(제주교구 사목국장)와 강동균(강정마을회 회장)씨와 강우일 주교를 만나고 해당지역을 돌아본 뒤에 열린 것이라서 더욱 의미가 있다. 

정상률 교수의 발제에 따르면, 제주지역 해군기지는 지역주민의 반발로 화순에서 위미, 다시 강정으로 건설지가 바뀌어 왔으나 모두가 서귀포 남쪽의 인근지역이라고 한다. 해군은 해양영토의 안전보장이라는 '안보'적 측면에서 제주도에 기지를 건설해야 하며, 제주 남방지역은 한-중-일의 석유핵심수송로이며, 해군함정의 군수지원과  휴식장소가 필요하며, 제주가 대양진출의 교두보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이유를 들어 기지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한편 천주교 제주교구(교구장 강우일 주교)와 강정마을회 등 제주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 제주가 역사적으로 고난의 땅이어서 몽골제국의 군마공급지, 일제의 병참기지, 4.3사건 등을 겪었으며 △ 이미 2005년에 정부에선 제주를 '세계평화의 섬'으로 지정하고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어 있으며, 2002년에는 유네스코에서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되었고, 해양수산부조차 '공원생태계 보전지역'으로 지정했는데, 이 취지를 거스르는 조치라고 항변한다.

▲ 정상률 교수는 사회정의시민행동의 환경정의분과장이다.

또한 △ 강정마을은 2006년 5월 환경부로부터 '자연생태 우수마을'로 지정되었으며( 강정마을회는 해군기지 건설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이미 우수마을 지정을 반납했다), 마을주민들이 '고운환경감시단'을 조직하여 운영하고 있으며, 4.3의 상흔이 남아 있는데 해군가지 유치 문제로 갈등이 심화되고 있음에 분개하고 있다. △ 제주도청이 실시한 여론조사 역시 최소한의 행정절차도 없이 진행된 위법한 것이며, 자체 조사 결과 제주도민의 67.9%가 유치에 반대하고 있음을 예로 들었다. 물론 해당마을의 '주민동의'도 거치지 않은 사안이다.

이에 천주교 제주교구는 평화의 섬 제주를 군사기지화하는데 반대하며, 유치결정은 제주도민 전체의 식별과정을 거친 뒤에 민주적 주민투표로 결정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한편 10만평에 달하는 해군기지는 엄청난 생태계 파괴를 초래할 것이며, 오히려 제주는 해군기지 건설과 상관없이 '평화운동의 기념비'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3만여 명이 사망한 제주4.3사건으로 인한 제주도민의 상처 치유와 함께 강정마을 주민 사이의 갈등 치유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에 '사회정의시민행동'은 제주를 평화의 섬으로 발전시키며, 안보적 측면, 생태적 측면, 주민들의 자율적이고 민주적인 참여의 측면, 미래지향의 기술적 측면, 주민들의 경제적 측면 등을 고려한 친생태적 최첨단 해군기지 건설을 제안했다. 

한편, 참여환경연대 사무처장이며 '평화를 위한 그리스도인 모임'에서 일하는 고유기 씨는 제주 해군기지 유치 문제를 다루는 국가주의적 태도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국가에서 정한 사업은 어떤 반대에도 강행한다는 입장은 문제다. 여기에 '안보'문제까지 얹어버리면 반대하기가 어렵다. 정부에선 강정마을 주민들도 모르게 일을 진행시켜 왔는데, 강정마을 사람들은 3개월 동안 고민하고 투표해서 반대하기로 결정했다. 주민보다 못한 결정과정을 가진 정부가 '이미 결정된 것'이라는 단 하나의 논리로 밀어붙이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고유기 씨는 그동안 제주를 평화의 섬으로 규정하며 이루어 온 모든 성과들이 해군기지 하나로 순식간에 희석화된 것을 안타까와 했다. 그러나 "이 문제로 평화에 대한 논의가 구체적으로 이야기된 것은 희망적"이라고 말했다. 2007년에 제주도지사가 해군기지 건설을 확정한다는 발표를 했을 때, 마침 도법스님이 제주에 평화탁발순례를 와서 나눈 이야기를 소개했다. 도법 스님은 "기지가 들어오면 평화의 섬이 사라지고 기지가 안 들어오면 평화의 섬이 되느냐?"고 질문했다고 한다. 결국 상황과 상관없이 평화의 섬을 만들어야 한다는 말일 텐데, "지난 2년 동안 반대운동을 하면서 불미스런 폭력사태가 한 차례도 없었다는 점에서 우리의 노력이 가진 정당성을 입증되었다"고 말했다. 

한편 고유기 씨는 해군에서 해군기지 유치에 따른 경제적 효과를 자꾸 이야기하지만 동해시 등 해군기지가 들어선 지역은 "하나같이 인구가 감소되고, 부동산 가격도 하락하고, 기지 주변은 공동화되고 있다"면서 막역한 기대심리를 질타했다. 

▲ 고유기씨는 논의에서 국가주의적 발상을 문제 삼았다.

평화문제와 관련해, 노무현 대통령은 2007년 평화포럼 때 군축이 중요하다는 개막연설을 하고 1시간 후에 간담회에서는 '평화도 중요하지만 안보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면서 "이 운동은 국가와 국가의 일에 대하여 주민들이 자신들의 의사를 어떻게 보여줄 수 있는지 가늠하는 시험용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정부의 완력으로 해군기지가 들어선다면, 시민사회단체들은 반대운동 과정에서 끝까지 싸웠다는 명분을 얻고 물러나게 되겠지만, 결국 마을 주민들은 패배감과 갈등만 남게 될 것을 우려했다. 

고유기 씨는 질의응답을 통해 "제주도는 군사적 요충지로 1920년 이래 군사기지화의 위협에 놓여 있었다. 생각을 바꾸어 제주를 평화구역(Peace Zone)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 실제 강정마을 주민들은 어떤 개발도 원치 않고 있다"면서 마지막 부탁을 했다.

"강정마을 해군기지 문제를 지역문제로 여기지 말아달라. 미군기지도 아닌데 왜 반대하냐고 묻지만, 우리는 단순히 해군기지 자체를 반대하는 게 아니다. 우리 안에 내재해 있는 국가주의적 정서를 어떻게 깨뜨리고, 평화문제가 안보문제랑 충돌했을 때 어떻게 해결해 가야 하는지 보여주고 싶은 것이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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