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성 할아버지

이천 냉동창고 화재는 우리 사회의 총체적인 부실을 그대로 보여준 사건이다. 건설업계의 값싼 하도급 관행, 관리감독의 소홀, 안전불감증 등 무엇보다도 정부의 환경정책의 부재가 그 원인이다.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 특히 환경문제에 있어서는 더욱 그렇다. 값싸고 편리한 만큼 생명을 위협하고 환경을 파괴하기 때문이다.

우레탄폼은 단열성이 높고 시공이 편리하다는 장점을 갖고 있지만 재생이 불가능할 뿐 아니라 썩지 않는다. 화재 발생 시 유독가스로 인한 대기오염은 물론이고 인명사망으로 이어진다. 40명의 생명을 앗아간 이천 냉동창고 화재가 이를 극명하게 입증했다. 우레탄폼의 가장 큰 결함은 또 단열효과의 원인인 공기를 주입하기 위한 발포제로, 오존층을 파괴시키는 프레온 가스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우레탄폼은 천장이나 벽과 벽 사이에 프레온 가스로 주입되기에 화약과도 같다. 스티로폼에 비해 점화는 조금 느리지만 일단 점화가 되면 순식간에 불바다가 되고 유독가스가 발생한다.

공해와 무공해 화재시 유독가스 배출 비교실험을 하기 위해 기존의 스치로플과 무공해 스치로플에 불을 붙이고 있는 이희성 할아버지.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우레탄폼이 아니라 스티로폼이다. 이것은 인류를 멸망의 길로 이끄는 환경호르몬 때문으로, 요즘 젊은이들의 불임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제품이 만들어지는 순간부터 우리들 눈에 보이지 않는 환경호르몬이 흘러나오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벌써 사라진 지 오래되었지만 국내에서는 일회용 스티로폼이 광범위하게 우리 식탁을 점령하고 있는 실정이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화재 시 우레탄폼보다 심한 맹독성 독가스를 오랜 시간 동안 내뿜는다는 것이다.

이천 냉동창고의 건축자재 대부분은 우레탄폼과 스티로폼 판넬이었다. 마치 화산이 폭발하듯 불길이 하늘로 치솟으며 맹독성 유독가스를 뿜어냈다. 이렇듯 현대 건축물의 대부분은 스티로폼을 사용하고 있으며, 건축자재의 혁명이 없는 한 이천 냉동창고와 같은 대형 사망화재는 계속될 것이다.

화재 시 유독가스의 국제 표준기준은 5ppm이다. 그런데 스티로폼은 몇 십 배에 달한다. 현실이 이렇다보니 화재가 발생하면 1분 안에 질식하고 몇 분 안에 사망한다. 또한 화재 시 고열이 발생하여 소방관들의 접근이 매우 어렵다.

그런데 최근 유독가스 국제 표준기준을 밑도는, 3.2ppm의 무공해 스티로폼(EPP폼)이 국내 기술진에 의해 개발되었다. 무공해 스티로폼은 건축자재뿐만 아니라 자동차, 선박, 전자, 포장제 등 전 산업분야에 광범위하게 사용할 수 있다.

이희성 씨(주식회사 PPI 명예회장, 70세)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기존의 스티로폼으로 여러 차례 대성할 기회가 있었다. 그러나 그는 여러 환경오염의 주범인 스티로폼으로는 입에 ‘성공’이라는 단어를 달고 싶지 않았다.

“22년 동안 무공해 스티로폼을 연구했는데 60억 정도의 개발비용이 들어갔다. 두 아들과 함께 연구개발하며 숱한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기도 하였는데, 연구비가 바닥나서 한때 두 아들이 고속철도 일용직 노동자로 일하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전부를 바쳐 개발한 제품이 얼마나 큰 발명품인지를 잘 알지 못했다. 국내 언론과 방송에서 단 한 번의 집중조명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독일 회사에서 발포제 원료를 수입했는데 그 회사 전문가가 한국을 방문했다. 그는 나더러‘당신이 개발하고 있는 제품은 세계적인 발명품이며, 많은 발명가들이 도중에 포기한 제품이다. 그런 만큼 꼭 성공해서 지구도 살리고 돈방석에도 앉으라.’고 했다. 그런가하면 발포기계 50대를 가지고 30년 동안 연구한 일본의 관계자들은 기초화학 연구 자료조차 없는 한국에서 한 개인이 무공해 스티로폼(EPP폼)을 개발했다며 믿지 않으려고 했다. 그 뒤 미국, 러시아, 중국 등 많은 나라 전문가들이 공장을 찾아와 세계적인 발명품이라며 극찬했다.”

▲ 화재실험 부피가 세 배가 큰데도 무공해 스치로플은 3분 정도 탔는데, 공해 스치로플은 부피가 세 배가 적으면서도 9분 정도 탔다. 화력도 공해 스츠로플이 두 배 이상 강했다. 9.11 쌍둥이 빌딩이 공해 스치로플의 화력에 무너진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러나 한국의 전문가들에게는 제품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2년 전에 벌써 상용화되어 곧 양산체재에 들어가는데도 말이다. 그건 왜일까? 이희성 씨는 이 점에 대해 실제가 없는 이론을 그 문제점으로 들었다. 그러니까 책을 통해 공부한 이론만 무성하다는 것이다.

사실 그는 그동안 여러 제품들을 개발했다. 농업용 모종판, 계란 투명 난자, 진공성형기 제작, 포장 자동화 설비, 냉장고와 자동차 내장재, 상수도 정수판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그는 이처럼 많은 제품을 상품화해놓고도 성공하지 못했다.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정책 부재와 대기업의 횡포가 톱니바퀴처럼 물려 있다는 그의 조심스런 고백을 들어보자.

“미국과 일본은 기술 다음에 자본이다. 그러나 한국은 자본이 먼저다. 중소기업이 세계적인 발명품이나 제품을 개발해놓고도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기업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중소기업의 기술을 헐값에 인수해 가기 때문이다. 수법도 다양한데, 무공해스티로폼도 예외는 아니었다.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하지 않았다면 이 제품을 지켜내는 일은 매우 힘들었을 것이다.”

만에 하나 이희성 씨의 말처럼 무공해 스티로폼이 미국이나 독일에서 개발되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마 정부의 엄청난 지원을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현재까지 단 한 푼의 중소기업지원금도 받지 못했다. 우리나라의 중소기업 지원정책을 보여주는 부끄러운 거울이 아닐 수 없다.

그는 이번 이천 냉동창고 화재사건에 대해 우레탄폼보다는 스티로폼이 더 큰 문제였다고 지적한다.

“미국인 오퍼상이 우리 회사에 와서‘쌍둥이 빌딩은 100mm의 스티로폼을 단열재로 사용했다. 쌍둥이 빌딩이 모래성처럼 무너진 건 민항기의 테러 때문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스티로폼이 타면서 뿜어낸 엄청난 고열 때문’이라고 말했다. 어쩌면 그 여파 때문인지도 모른다. 9.11 테러 이후 미국에서는 스티로폼 사용이 법으로 전면 금지되었고 이를 어긴 건축물은 폐기처분 된다. 종이를 잘게 썰어 만든 제품을 단열재로 사용하고 있다.”

 희망 무공해 스치로플의 핵심원료인 비드는 석유를 정유했을 때 생기는 부산물의 70%를 차지하는 PP 원료에서 세계 최초로 추출한 것이다. 발명왕 이희성 할아버지의 마지막 희망인 지속가능한 생태마을의 꿈도 이루고 가시길 기원한다.
그는 결혼생활 46년 동안 삼십여 곳으로 이사를 다녔다. 그러나 그의 목표는 단 하나, 환경을 살리는 제품도 만들고 기업인으로서 성공하는 것이었다. 그는 칠순이 다 돼서야 그 꿈을 이룬 셈인데 아직 갈 길이 멀다. 제품을 상품화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중소기업 연구 개발자들처럼 아직 기업의 성공은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는 또 요즘 심기가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이명박 당선자로부터 대기업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소식을 듣고서였다. 그렇다면 중소기업이 성공할 수 있는 기회가 박탈되는 것은 빤한 게 아닌가. 위암으로 투병중인 그는 생애 마지막 소원이라며 다음과 같은 말을 들려주었다.

“현재 국제특허까지 완료되었다. 세계적인 회사 백텔 회장도 무공해스티로폼이 양산체제에 들어가면 전용기를 타고 방문하겠다고 했다. 산자부 관계부서에서 이 특허를 국제시장에 홍보하고 기술을 수출하게 되면 엄청난 달러를 벌어들일 수 있는데 안타깝다.”

/최종수 2008.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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