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규현, 전종훈 신부와 수경 스님 오체투지 다시 시작

 

전종훈신부, 수경스님, 문규현 신부가 오체투지 순례 출발 예식을 하고 있다.


수경 스님과 문규현. 전종훈 신부 등 오체투지순례단이 사람. 생명. 평화를 위해 대속재물이 되었다. 스스로 찢겨진 이 민족의 아픔을 여미는 속죄양이 되어 길을 나섰다. 걸어서 가는 길도 아니다. 세 걸음마다 양 팔꿈치, 양 무릎, 이마를 땅에 완전히 대는 ‘오체투지’ 고난의 길이다. 잠깐 가다 마는 길도 아니다. 총 230㎞를 71일 동안 가야하는 멀고도 먼 길이다. 말을 하며 가는 길도 아니다. 말없이 포장도로의 냄새를 맡으며 가는 묵언수행의 길이다

순례 길은 계룡산 신원사 중악단에서 시작해 임진각 망배단까지 이어진다. 또 북측의 허가가 나면 묘향산까지도 갈 예정이다. 그리고 이번 순례는 지난해 9월 4일 지리산 노고단 하악단에서 시작하여 10월 26일 계룡산 신원사 중악단까지 총 200㎞ 54일간의 순례의 연장이다.

부정을 씻는 정화의식을 하고 있는 무희들

순례에 앞서 28일 오후 2시 충남 공주 계룡산 신원사 중악단 마당에서 시작행사를 가졌다. 천고제를 알리는 열음 의식을 시작으로 정화 및 영신, 천지신께 차를 바치는 참신, 박남준 시인의 고천문 낭독, 수덕사 설정 스님의 법문, 신경림 시인의 시낭독, 이현주 목사의 축원기도, 김병상 몬시뇰의 격려사가 있었다. 행사에는 불교와 천주교 신자 등 500여명이 참석하였다.

언론 기고문을 통해 수경 스님은 "사회 전 부문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시대의 고통과 온 생명의 아픔을 자신의 것으로 여기는 노력이 필요한 시기다"고, 문규현 신부는 "용산참사는 전대미문의 야비하고 야만적인 사건이다. 비이성적인 개발주의와 돈에 눈먼 탐욕에 쓰러진 용산참사 희생자들에게 사죄의 길을 떠난다"고 밝혔다.

신경림 시인은 가진 사람 못 가진 사람, 높은 사람 낮은 사람, 남쪽 북쪽 모두 하나가 되는 세상을 염원하는 시를 낭독했다. 이현주 목사는 "이들이 왜 고행의 길을 떠나는지 많은 이들이 깨닫고 새로운 걸음을 걸을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기도했다. 김병상 몬시뇰은 "국민의 노력으로 이룩한 인권과 민주화가 수포로 돌아가지 않도록 모두 노력해 달라"고 호소하며 국민들과 모든 생명체들이 함께 힘을 몰아주고 있다고 순례단을 격려했다. 설정 큰스님은 "오체투지 순례가 우리 사회의 새로운 가치전환의 계기가 되길 기원하며, 참 사람, 생명, 평화운동"으로 온 세계에 확산되기를 기원했다.

오후 3시 시작 행사 후 수경 스님과 문규현. 전종훈 신부를 선두로 200여 명의 오체투지순례단은 긴 기도순례의 대장정을 시작했다. 그리고 신원사 중악단에서 1.5km 떨어진 곳에 오후 5시 도착하는 것으로 하루 일정을 마무리했다.

시작행사를 지켜보고 있는 대전교구 정평위 위원 사제와 간사

오체투지의 길에 동참한 정동수(서울.71세)씨는 "나라 일을 하는 이들이 전부 거짓말쟁이 이고 사기꾼 같다. 그래서 보기도 싫은 사람이 너무 많은데 여기에 참여하면 좋은 이들을 많이 만나고 자신의 탐욕도 깨닫고 죽음을 준비하는 좋은 수행을 할 수 있다"며 이제까지 다섯 번 참여했고 앞으로도 계속 참여할 것이라 했다.

대전교구정의평화위원회 간사 조세종씨는 "하루 종일 엎드려 절하다 보면 온 몸에 통증이 와서 낮아지기도 정말 힘들다는 것을 느끼게 되고 한없이 낮아지고 겸손한 삶을 배우게 된다"며 사순시기에 각팍하고 무관심한 마음을 벗어버리고 외롭고 서러운 사람들의 마음을 품어 줄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라며 "정의가 완성된 상태가 평화"라고 말했다.

오체투지 첫째 날 일정을 마친 수경 스님과 문규현 신부는 신원사에서 휴식을 취했다. 이번 순례는 매주 화요일을 제외하고 하루 4km를 진행해 5월17일 서울 청계광장을 거쳐 6월6일 임진각 망배단, 6월15일 북측의 묘향산 상악단에 도착하여 제사를 지내는 일정으로 잡혀있다.

오체투지순례 길가에 피어나고 있는 꽃망울

수경 스님과 문 신부는 앞서 지난 2003년 3월에도 새만금 사업 재개를 반대하며 전북 부안에서 서울까지 삼보일배 방식으로 310km 구간을 순례를 한 적이 있다. 전종훈 신부는 정의구현 전국사제단의 대표로 작년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미사를 주도 했다가 동년 9월 1일 천주교 인사에서 석연치 않은 이유로 안식년을 받은 바 있다.

계룡산과 지리산은 북측의 묘향산과 더불어 예로부터 나라의 안녕을 기원하던 영산이다. 그래서 조선시대 나라에서 북쪽의 묘향산을 상악, 남쪽의 지리산을 하악, 중앙의 계룡산을 중악으로 하여 단을 세우고 제물을 바치고 제사를 지내며 국가의 안녕을 염원했다. 

                                                                                   홍성옥-이요안 / 지금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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