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수 보좌주교(사진출처/대전포스트)
천주교 대전교구(교구장 유흥식 주교)는 설정 60년만에 첫 보좌주교를 갖게 됐다. 대전교구는 25일 오후2시 대흥등 주교좌 성당에서 전임 교구장인 경갑룡 주교의 주례로 김종수(53세) 주교의 서품식을 거행했다.

이번에 서품된 김 주교는 교구장 승계권이 없는 보좌주교로 교구장의 업무를 보필하게 된다. 김 주교는 교황 베네딕토 16세에 의해 지난달 10일 임명되었다.

김 주교는 서산 해미성당 주임신부와 대전 가톨릭대 학생처장, 교리신학원장을 역임한 후 지난 2007년부터 제6대 대전 가톨릭대 총장으로 재직해 왔다. 김 주교는 1956년 대전에서 태어나 서울대 국사학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하였다. 그리고 신자가 아닌 부친의 허락을 받고 서울 가톨릭대 신학부에 입학, 1989년 사제서품을 받은 뒤 로마 교황청 성서대학에서 성서학 석사를 취득했다.

서품식에는 한국천주교 주교단과 교황청 대사 그리고 교구 사제, 수도자, 본당 회장단 등 1200여 명이 참석했으며, 본당에 들어가지 못한 신자들은 성당 마당과 가톨릭문화회관에 설치된 대형스크린을 통해 서품식에 참여했다. 자리가 비좁아 본당에서 직접 서품식을 볼 수 없었던 신자들을 의식한 듯 정진석추기경은 축사에서 오늘 참석하지 못한 분들은 서운해 하지 말고 김 주교를 위해 기도해 달라고 당부했다.

가톨릭의 주교 선출과정, 성공회와 비교돼

한편 이날 주교 서품식에는 성공회 대전교구장인 권미카엘 주교가 참석했는데, 성공회의 경우엔 주교 선출방식이 가톨릭교회와 다르다. 지난 2008년 1월 25일 대한성공회 서울교구에서도 정년 퇴임하는 박경조 신부(65)에 이은 차기 교구장 주교로 김근상(57) 신부를 선출했다.

성공회에서는 주교 선출 후 1년 동안 '피선(被選) 주교'로서 주교 훈련을 받게 되는데, 성공회 교구장 선출은 '무한 반복 투표방식'이라는 독특한 절차 때문에 화제가 돼왔다. 김근상 신부를 주교로 선출할 때도 무려 4시간여에 걸쳐 6번의 투표를 실시했다. 성공회는 교구장이 임기를 마치기 1년 전에 후임 선출을 위한 의회를 열고 투표를 하는데, 성직자와 평신도로 구성된 대의원이 참가하며 입후보자 선정이나 정견발표는 없다.

대한성공회 서울교구 대성당에서 투표에 참가하고 있는 대의원들(사진출처/조선일보)  

대의원들은 평소에 '주교감'으로 마음에 두고 있던 30세 이상 사제의 이름을 적어내고, '당선자'가 되려면 총원 3분의 2 이상 참석한 가운데 성직자와 평신도 양쪽 모두 3분의 2 이상 지지를 얻어야 한다. 전체 투표수의 3분의 2 이상을 얻더라도 성직자, 평신도 중 어느 한 쪽의 지지가 3분의 2에 못 미치면 '당선자'가 되지 못한다. 결정이 되지 않으면 하루 최대 스무 번까지 투표를 한다. 그래도 당선자가 나오지 않으면 두 달 후 다시 날을 잡아서 또 투표를 반복한다.

가톨릭교회의 경우엔, 교황청 내 주교성에서 해당 교구로부터 3명의 후보를 추천받아 심사하여 결정하게 된다. 그러므로 사실상 교구민의 의견보다는 주교단이나 교황대사의 입장이 중요하기 마련이다. 이들 주교 가운데 적어도 교구장 만큼은 교구민들과 사제들의 의견을 들어 선출하자는 의견이 최근에 나오고 있으며, 교구장 임기제도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다.    

이는 가톨릭교회에서 교구민의 의견을 듣는 절차 없이 사뭇 비밀스럽게 주교를 임명하는 방식이 민주주의에 익숙한 현대사회의 신자들에게 설득력을 얻기 어렵기 때문이다. 

* 이 기사는 기자의 뜻에 따라서 재작성되었습니다. -편집자

이요안/ 지금여기 기자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