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 관련자 사면하는 교황 대리 사제도 각지에 파견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포한 ‘자비의 특별 희년’ 로고와 일정, 기도문 등이 발표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3월 13일 “자비의 증인이 되어야 하는 가톨릭교회의 소명을 드높이기 위해 자비의 희년을 선포한다”며, 올해 ‘원죄 없이 잉태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인 12월 8일부터 내년 ‘그리스도 왕 대축일’인 11월 20일까지 ‘자비의 특별 희년’을 지내도록 했다.

교황은 이번 특별희년의 주제를 루카 복음 6장 36절 ‘너희 아버지께서 자비하신 것처럼 너희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라’로 정했으며, 교황청새복음화촉진평의회는 ‘자비가 풍성하신 하느님’(에페소 2,4)을 공식 주제어로 삼았다.

우선 교황청이 ‘자비의 특별 희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소개한 로고 역시 이런 희년의 주제를 반영했다. ‘아버지께서 자비하신 것처럼’(루카 6,36)이라는 제목의 로고는 판단이나 비난하는 아버지가 아니라 측정할 수 없는 사랑과 용서를 베푸는 아버지의 자비를 따르라는 초대의 의미를 담고 있다.

▲ '자비의 특별 희년' 로고. '아버지께서 자비하신 것처럼'
어깨에 사람을 얹은 예수의 모습은 우리의 삶을 바꿀 힘을 가진 사랑을 지닌, 큰 자비 안에서 스스로 인성을 취하고 인간과 눈을 맞춘 선한 목자의 모습을 뜻한다. 또 예수의 후광은 신성과 인성을 뜻하며, 밖으로 갈수록 밝아지는 세 동심 타원은 죄와 죽음으로부터 인간을 구원하는 그리스도를, 반대로 짙어지는 색은 모든 이를 용서하는 아버지 사랑의 불가해성을 상징한다.

이와 함께 발표된 ‘자비의 특별 희년’ 세부 일정은 12월 8일 성 베드로 대성당의 ‘성년 문’을 여는 것으로 시작된다. 로마 4대 대성전의 문은 희년에만 열리는 것으로 12월 8일 성 베드로 대성전을 시작으로 12월 13일 성 요한 라테라노 대성전, 2016년 1월 1일 성모 마리아 대성전, 1월 25일 성 바오로 대성전 문이 차례로 열린다. 이때 열리는 ‘성년 문’은 ‘하느님의 자비로 들어가는 문’을 상징하며, 라테라노 대성전 문이 열리는 때에는 각 지역에서 지정한 성지나 주교좌 성당의 문도 함께 열려 ‘성년 문’의 역할을 한다.

2016년에는 교황이 정한 이들을 위한 희년의 날이 이어진다. 성지 담당 사제와 수도자, 성지에서 일하는 이들(1월 19-21일), 봉헌생활자(2월 2일), 로마교황청 사제단(2월 22일), 하느님의 자리 영성을 사는 이들(4월 3일), 청소년(4월 24일), 부제(5월 29일)와 사제(6월 3일), 아픈 이들과 장애인(6월 12일), 청년(7월 26-31일), 자원봉사자(9월 5일), 교리교사(9월 25일), 성모마리아의 영성을 따르는 이들(10월 8-9일), 재소자(11월 6일) 등이다. 이어 11월 13일에는 4대 대성전 성년 문과 각 지역교회 문이 닫히고, 11월 20일 그리스도 왕 대축일에 자비의 특별 희년은 마무리 된다.

교황은 ‘자비의 특별 희년’ 공식 기념 행사의 하나로 오는 2월 10일(재의 수요일) ‘자비의 선교 사제단’을 전 세계에 파견하기로 했다. 자비의 선교 사제단은 교황에게 특별 권한을 받아 사죄권이 교황에게만 있는 죄를 용서할 수 있다. 이번 ‘자비의 선교 사제단’은 특히 낙태죄를 용서하라는 교황의 권고를 받아 파견되며, 대상은 낙태한 여성과 수술한 의사, 간호사도 해당된다.

“예수 그리스도는 아버지의 자비의 얼굴입니다”(칙서의 첫 구절)

‘자비의 특별 희년’과 관련된 모든 행사와 권고는 지난 4월 11일 교황이 발표한 칙서 ‘자비의 얼굴’(Misericordiae Vultus)에서 비롯된다. 25항으로 이뤄진 ‘자비의 얼굴’은 특별희년의 선포 배경과 의미 그리고 각 지역 교회에 당부하는 지침을 담고 있다.

교황은 칙서에서 ‘자비’의 영성을 잘 알려 주는 모델로 ‘선한 사마리아인’을 들면서, 자비는 복음과 우리 신앙의 핵심이며, 예수의 전 생애를 통해 볼 수 있는 것이라면서, “하느님의 자비는 추상적인 생각이 아니라 태도와 행동으로 일상에서 드러나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구체적인 현실에서 행동으로 드러나야 하는 것이며, 사람들에 대한 우리의 사랑과 관심”이라고 강조했다.

교황은 이런 구체적인 실천으로 “굶주린 이들에게 먹을 것 주기, 목마른 이들에게 마실 것 주기, 헐벗은 이들에게 입을 것 주기, 낯선 이들에 환대하기, 아픈 이들 치유하기, 교도소 방문하기, 장례식에 참여하기” 등을 제시했다. 또 영적 실천으로는 “신앙을 의심하는 이들에게 조언하기, 신앙을 모르는 이들에게 가르쳐 주기, 죄인들 타이르기, 고통받는 이들 위로하기, 용서하기, 참고 견디기, 산 이와 죽은 이들을 위한 기도” 등을 제안했다.

교황은 “‘자비’야 말로 교회 삶의 토대”이며, “교회의 첫 번째 진리는 그리스도의 사랑”이라고 강조하면서, 특히 자비의 희년에 사회의 변두리, 고통스러운 이들의 외침을 듣고, 자비로서 결합하고 연대해 형제, 자매의 상처, 존엄성을 잃은 사람들의 불행을 보고 도와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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