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 박용성 이사장(프란치스코 하비에르)이 4월 21일 학내분규와 관련해 잘못된 언행이 드러나자 두산중공업 회장을 비롯한 모든 직책에서 물러났다. 박 이사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고 있었다.

▲ 박용성 중앙대학교 이사장.(사진 출처 = 두산중공업 홈페이지)
사퇴 하루 전인 20일, 그가 대학 총장과 보직교수 20여 명에게 보낸 이메일 내용이 공개되면서 논란이 일었으며, 박 이사장은 이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사죄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개된 이메일은 지난 3월 24일에 보낸 것으로, 그는 이사장의 인사권한을 들며 “(자신의 학과제 폐지 등 정책에 반대하는 교수들이) 제 목을 쳐달라고 길게 뺐는데 안 쳐 주면 예의가 아니다. 가장 피가 많이 나고 고통스러운 방법으로 내가 쳐 줄 것”이라고 적었다.

또 다른 이메일에서는 이들 교수들을 ‘악질 노조’로 생각하고 대응하라고 하기도 했다.

또 21일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박용성 이사장은 지난달 25일 중앙대 총장과 재단 임원진에게도 이메일을 보내, “학생 이름으로 된 현수막을 게시하라”고 지시했다.

그는 전국 45개 대학 학생회가 중앙대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학내 집회를 계획하자, “학교에서 하지 않으면 용역회사를 시켜서 내가 할 것”이라며, ‘중앙대 학생 일동’ 명의로 '환영 3류대(성균관대인문대 경희대 한양대) 학생회 대표단. 3류인 너희 대학이나 개혁해라 우리는 개혁으로 초일류가 되련다’는 내용의 현수막을 걸라고 지시했다.

이번 일을 두고 서울대교구 정평위원 김형준 교수(다니엘, 명지대 정치학과)는 한 마디로 반종교적이고 비도덕적인 일이라면서 공동체 의식이 결여된 교만한 행동이라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박용성 이사장이 신자로서 공동체 구성원들에게 폭력적인 언사를 했다는 것에 크게 놀랐다면서, “박 이사장의 행동은 교회가 가르치는 섬김의 리더쉽이 아닌 군림의 리더쉽이다. 특히나 신앙공동체와 학교공동체에서 금기시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박 이사장이 교회 안에서 자선과 사랑을 베푼다고 해도 결국 그것은 가식과 위선인 것이라면서, “사람은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 그러니 이번 기회를 통해 크게 성찰하는 계기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용성 씨는 두산그룹이 2008년 6월 중앙대를 인수하면서 재단 이사장에 취임한 뒤, 대학 발전이라는 이름으로 교수 평가제, 대학 구조 조정 등을 추진했다. 2010년에는 ‘학문 단위 구조 조정’으로 18개 단과대학 77개 학부에서 11개 대학 47개 학과로 축소했으며, 2013년에는 경쟁력 있는 학과 육성을 들어 비교민속학과, 아동복지학과, 가족복지학과, 청소년학과 등 4개 전공을 폐지했다. 결과적으로 취업 경쟁력이 있는 로스쿨과 경영대, 의대 위주의 조직 개편은 대학 구성원들을 배제한 ‘밀실 행정’, ‘기업형 구조조정’이라며 반발을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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