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교구 사제단, 수동성당에서 시국기도회 열어

 

사순 제1주일을 시작하는 지난 3월 2일 저녁 7시 반에 천주교 청주교구 상당지구 사제단 주최로 수동성당에서 '하느님의 일, 민주주의의 봄'이라는 주제로 시국기도회가 열렸다.  34명의 사제와 250여 명의 신자들이 모인 이날 기도회가 열린 수동성당 제대 옆으로는 "카인아, 산과 강, 사람에 손대지 마라! 사막에 생명의 강을, 광야에 평화의 길을(이사43,19)"이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미사를 시작하면서 해설자는 "지난겨울은 그리 춥지 않았다는데 유난히 견디기 힘들었다"면서 "그런데봄이 왔다"고 알렸다. 들녘에는 보리가 파릇하고 온갖 나무들이 수만 가지 형형색색의 꽃망울을 터뜨릴 순간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해설자는 봄을 알리면서 "광야에서 돌아온 예수님께서 '하느님 나라가 다가왔다!'고 외치던 날이" 왔으며, "중풍병자가 벌떡 일어나고 절름발이가 사슴처럼 껑충껑충 뛰어다니고 앞 못 보던 이가 무지개를 노래하는 주님 은총의 해가 왔다고 소리치던 날이 왔다"고 알렸다.

이날 미사 주례를 맡은 곽동철 신부(청주교구 수동성당)은, 본래 이 기도회가 내덕동 주교좌 성당에서 봉헌될 예정이었으나 교구측에서 그곳이 '성지(聖地)'라서 안 된다는 답변을 주어 불가피하게 수동성당에서 미사를 봉헌하게 되었노라고 밝히며 "성지란 본래 피를 흘리는 곳인데, 오히려 그곳에서 미사를 하는 게 합당하다"고 말했다. 또한 "신자들 가운데 무서워서 시국기도회에 못 온다는 분들이 있는데,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분은 오직 하느님 뿐"이라고 말했다.  

"왜 우리는 모였나?"라는 질문으로 강론을 시작한 김인국 신부(정의구현전국사제단 총무, 청주교구 금천동 성당)는 민주주의를 걱정하고 이웃들의 아픔을 나눠 갖기 위해서 시국미사에 참여한 신자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며, 먼저 "우리는 하느님 때문에 모였다"고 말했다. "오늘처럼 힘들고 캄캄할 때 하느님께 무슨 기도를 올려야 하는지 생각 좀 나누자고 모였다"는 것이다.

둘째는 "교회가 성령의 교회라면 반드시 세상을 위로할 줄 알아야" 하기 때문이며 셋째는, "불 좀 끄자고 모였다"고 말했다. 김 신부는 "이명박 씨가 대통령이 된 다음 불이 많이 났다. 숭례문이 불타고, 촛불이 타오르고, 용산이 화염에 싸이고, 얼마 전 화왕산까지 홀랑 타 버렸다. 대통령은 대통령대로 불기운을 다스린다고 물대포를 쏴대고 대운하를 파겠다고 야단이다. 그러는 통에 사람들은 열불이 났고 안타깝게 여러 사람들이 죽어나갔다"면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정말 불을 끄고 싶은 마음이라면 눈물로, 참회의 눈물로 끄십시오!"라고 주문했다.  

김 신부는 사순절에 자주 부르는 “목석과 같은 자야, 눈물도 없느냐?”라는 성가를 예로 들며 "겨울가뭄에 이어 봄 가뭄이 심하다고 하는데 진짜 가문 것은 눈물샘"이라고 말했다. 지금 너무 많은 것들이 죽어가기 때문이다. 산이 죽고, 강이 죽고, 사람이 죽어가고, 국민 자존심과 건강이 죽고, 역사의 진실이 죽고, 남북관계가 죽고, 민주주의도 죽어간다는 것이다. 그러니 죽어가는 것들에 앞에서 최소한 눈물이라도 흘려야한다면서 "우리 눈물을 흘리자. 우선 마음의 불부터 끄고 그 다음 타죽어 가는 모든 것을 살려내자"고 호소했다. 그리고 "봄이 왔으니까 민주주의의 씨를 뿌리자고 모였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 신부는 "이참에 도둑을 지키자"고 말했다. 제2롯데월드를 예로 들며 도둑들은 하늘도 훔치고 있다는 것이다. "땅이 내 것이니까 하늘도 내 것이라고 우기면서 550미터의 하늘에다 집을 짓겠다고 한다. 대통령 친구가 하는 일이라서 그런지 공군비행장과 가깝다던 반대하던 장군들이 지금은 괜찮다고 한다"는 것이다. 또한 "용산참사는 땅에 금을 그어서 벌어진 비극"이며, 여기서 "세입자들을 쫓아버리면, 지주나 재개발조합이나 재벌건설사나 천문학적 규모의 수익이 챙기도록 되어있다"고 비판했다.

현 정부는 미국산쇠고기로 국민의 건강 팔아먹고, 대운하 반대하니까 4대강을 정비한다면서 강을 팔아먹었으며, 이전에는 상품이 아니었고 상품이 될 거라고 생각지도 못했던 "공공재를 시장으로 쓸어넣는 시장만능주의가 헌법1조"라고 꼬집었다. 미디어관련법에 관하여 "경제를 살린다는 핑계지만 재벌과 재벌언론들에게 뉴스방송매체를 팔아먹자는 이야기"라고 하면서 "지금 대한민국은 도둑들이 법의 감투를 쓰고 큰소리치는" 세상이라는 것이다. "옛날 도둑은 미안하고 부끄러울 줄 알았지만 지금 도둑들은 주인을 무시하고 구박"한다면서 "강도들로부터 재산을 지키자면 깨어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2009년 대한민국은 이스라엘 민족의 유배 같고, 박해시대 신앙 선비들의 귀양살이" 같다고 하면서 "귀양지의 사색과 성찰로 후손들이 일어섰듯이" 힘차게 살아가자고 권했다. 

미사가 끝난뒤 참석자들은 사제들이 대열을 이루어 배웅하는 가운데 촛불을 들고 집으로 돌아갔다. 이들은 사순절 기간동안 사제단에서 나눠준 '나라와 겨레를 위한 기도문'을 매일 같이 바치기로 하였다.

 
청주교구 김인국신부 강론 
 

한상봉/ 지금여기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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