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인권 실태조사, "학생인권 존중하면 학생도 교사 존중"

“둘 중 하나는 맞거나 폭력을 목격한다”
“절반 이상이 강제학습에 시달린다.”
“셋 중 둘은 쉬는 시간에도 휴대전화 사용하지 못한다.”
“셋 중 둘은 학생의견, 묵살된다”

10월 28일 '인권친화적 학교+너머 운동본부'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지역별 학생인권 격차 실태조사에서 나타난 학생 의견이다.

이번 설문 조사에 따르면, 경기도, 광주, 서울, 전북 등 지역에서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되고, 학생인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확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전반적 학생인권 문제는 여전히 현장에서 사라지지 않고 있다.

▲ "학교 내에서 학생인권 교육을 받아본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45.1퍼센트가 "받아본 적 없다"고 답했다. (자료 제공=인권친화적 학교+너머 운동본부)
이 조사는 2014년 9월15일-10월4일까지 실시되어 전국 중고교생 중 5845명이 참여했으며, 체벌(폭력), 두발과 복장 규제, 강제 야자와 보충, 학생 참여, 상벌점제 등 대표적인 학생인권 의제에 집중해 지역간 편차를 판별하고 각 지역별 핵심 인권과제를 살피는데 목적을 뒀다.

이들은 이번에 특히 지역별 격차를 조사한 이유는 학생인권조례를 비롯해 학생인권 정책이 마련된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 사이의 격차를 확인하고, 결과에 따라 교육부와 교육청의 노력을 촉구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우선 각 조사 항목의 지역별 통계치를 비교한 결과, 학생인권침해 총점이 가장 높은 지역은 대전, 울산, 경북, 부산, 인천 순이었으며, 이어 충북, 광주, 대구, 전남, 경남이었다. 대전은 5개 항목에서 1위였다.

'인권친화적 학교+너머 운동본부'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설문 조사 결과로 볼 때, 학생인권조례 등 지역 교육청 차원에서 학생인권 정책을 부분적으로라도 시도한 지역에서는 학생들의 인권침해 경험률이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도구 사용 체벌 경험 45.8퍼센트, 신체적 고통 야기 체벌 59.0퍼센트, 언어폭력 42.6퍼센트
머리 길이 규제 경험 49.9퍼센트, 복장 규제 경험 68.5퍼센트
방과후학교, 보충수업, 야간자율학습 등 강제 학습에 시달린다..53.9퍼센트
자유 시간 휴대전화 사용 규제 76.8퍼센트
성적 공개와 그로 인한 인격적 모욕 40.6퍼센트
교칙에 대한 학생 의견 무시 70.3퍼센트

한편, 조사 결과는 학교 내 체벌과 규제 정도, 강제 학습, 학생 참여와 의사표현 존중 정도, 상벌점제 운영 현황과 폐해, 기숙사 내 인권침해, 학생인권교육 경험 그리고 학교생활에 대한 생각 등 10개 항목으로 분류됐다.

학생들에게 최근 1년간 학교생활 중에 직접 겪거나 목격한 경험에 대해 질문한 결과,  최소 40퍼센트에서 70퍼센트 이상의 학생들이 학교 내 폭력과 지나친 규제, 성적으로 인한 인격 모욕 등을 겪었다고 답변했다.

체벌에 대한 유엔아동권리협약, 한국 초중등교육법 관련 조항, 국가인권위원회에서 확인한 학생 기본권 등이 학교 현장에서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 체벌은 유엔아동권리협약, 고문방지협약에서 '고문'의 일종으로 분류할 만큼 심각한 형태의 인권침해다. 그러나 신체적, 언어적 체벌을 경험하는 중고생이 절반 이상이다. (자료 제공=인권친화적 학교+너머 운동본부)

설문에 참여한 학생들은 “학교 생활을 어떻게 느끼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35.8퍼센트가 “학교에 있으면 숨이 막힌다”는 조항을 선택했으며, 학교가 학생인권을 존중하는 쪽으로 변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58.6퍼센트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또 무려 81.8퍼센트의 학생들은 “학생인권을 존중하면 학생도 교사를 존중한다”는 조항에 동의했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 설문 조사 진행 측은 여전히 학교의 변화는 더디며, 학생 인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 같지만, 실제 절반 이상의 학생은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들 단체는 “학교가 학생에게 차별적이고 억압적인 공간”이라고 생각하는 학생이 절반을 넘어서고 있으며, “학교가 학생인권을 존중하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학생은 오히려 줄어들어 “2013년 조사 결과에 이어 학생인권은 여전히 참담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또 “학생인권을 존중하면 학생도 교사를 존중한다”는 문항에 대한 압도적 긍정이 지난해 조사와 비슷한 수치를 이룬 것은 학생들이 이 사회에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강조했다.

이들 단체는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각 지역에서 시급히 해결해야 할 ‘3대 우선 과제’를 제시하고 이는 정책적으로 단시간에 해결 방안을 수립해야 할 ‘핵심 의무’라고 강조했다. ‘지역별 3대 우선 과제’는 설문 조사에서 가장 부정적인 답변을 받은 항목을 우선적으로 개선하라는 요청이다.

이와 함께 '인권친화적 학교+너머 운동본부'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학생이 어느 지역에 사느냐에 따라 동등하지 않은 인권을 누리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라도 학생인권을 구체화하고 보장 시스템을 지원하는 관련법 개정 또는 학생인권법의 독자적 제정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한편 이번 설문에 참여한 학생은 총 5845명이며 이 가운데 중학생은 44.7퍼센트, 고등학생은 55.3퍼센트다. 설문 조사를 진행한 '인권친화적 학교+너머 운동본부'는 성공회 정의평화사제단, 불교 인권위원회, 원불교 인권위원회 등 종교단체를 비롯해 각 지역 시민단체와 교육, 인권, 노동단체 60여 개가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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