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부모 가정 중학생에게 비공개로

천주교 대구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김영호 신부)가 운영하는 ‘전태일 장학재단’이 지난달 29일 첫 장학금을 대구의 한 중학생에게 전달했다. 전태일 장학재단을 만든지 1년 6개월 만의 첫 결실이다.

이날 장학금을 받은 학생은 14살 중학생으로 노동현장 활동가의 추천을 받아 선정됐다. 전달식은 따로 없었으며 실무를 맡고 있는 박병규 신부가 학생의 집을 방문해 어머니에게 장학금을 전달했다.

박병규 신부는 “전태일 열사의 이름을 내건 나눔의 첫걸음을 내디뎠다 ”며 “앞으로도 기부자들의 정성을 모아 우리가 함께 가야 할 노동자의 자녀에게 장학금을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신부는 “설립취지와 운영 원칙에 따라 장학금이 모아진 만큼, 필요한 학생들에게 전달하고 일체의 장학기금 여유분을 적립하지 않는다”며 “함께 하는 이들이 많을수록 더 많은 학생에게 장학금을 전할 수 있다. 하지만 동참이 적어지면 그 만큼 당장 나눌 수 있는 장학금도 줄어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태일 장학재단은 설립 취지문에서 “전태일 열사가 그러했듯이 가진 자가 가지지 못한 자를 도와주는 게 아니라 너와 똑같이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동반자로서 나눔을 실천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으며, 이에 따라 운영에 관련된 단체를 만들지 않고, 후원계좌로 모은 후원금을 해당 학생에게 ‘필요한 만큼’ 지원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또 재단 운영을 위한 어떤 여유 자금도 두지 않고, 후원회를 조직하지 않기로 했으며, 재정을 투명하게 해 전태일 열사의 정신을 기리는 사업으로서 본질에 충실하겠다는 방침이다.

대구대교구 정평위가 ‘전태일 장학재단’을 만든 것은 지난 해 말, 한국일보 서화숙 기자가 정평위 소식지 <함께꿈> 의 1년 치 원고료를 기부한 것이 계기가 됐다. 특별히 ‘전태일’의 이름을 붙인 것에는 전태일 열사가 대구에서 태어나 초등학생 시절을 보냈던 곳이기도 하지만, 그가 생전에 여공들에게 베풀었던 삶을 기억한다는 뜻도 담겼다. 또 교구 차원에서는 대구대교구가 보다 복음적 실천을 하고자 하는 바람도 있다. 박병규 신부는 장학금 조성에 동참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면, 대구 남산동 명덕초등학교(청옥고등공민학교의 현재 터)에 전태일 열사를 기리는 작은 표지판을 만들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치기도 했다.

현재 전태일 장학재단은 정평위 편집분과와 노동분과, 교육분과 위원으로 구성됐으며, 지역 사회에서 추천 받은 초, 중,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장학금을 지원할 예정이다.

전태일장학금은 조성된 기금이 아닌 후원으로 운영되는 것으로, 많은 사람들의 동참이 필요하다. 후원 문의는 박병규 신부(010-2784-5651), 후원계좌 (농협 352-0677-3152-83 박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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