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 제공" 위해 지방 신자 전세버스마다 각 2명 동행

오는 16일 광화문 시복미사에 경찰 3000여 명이 신자들 사이에 참석하는 것으로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확인됐다.

이들은 전세버스를 이용해 서울로 오는 지방 신자들의 "편의와 안내"를 위해 출발지에서부터 동승해서 미사에 참석한 뒤, 같이 돌아가게 된다. 

교황방한준비위원회가 각 교구에 발송한 공문에 따르면 각 지역 교구에서 8월 16일 광화문 시복미사 참가자들이 탑승한 전세버스에 해당 지역 경찰관이 각 2명씩 동승한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가 입수한 방한준비위원회 공문(제 14-83호, 7월 29일자)에 따르면 “각 교구에서 올라오는 모든 전세버스에는 2명의 지역 경찰이 동승하여 참가자의 신원을 미리 확인한다. 탑승한 경찰은 (광화문 행사장) 입구 금속탐지기까지 안내를 담당하고, 시복미사에 함께 참가하며, 귀가 버스에도 동승한다”고 명시했다. 이와 함께 방준위는 경찰관 동승 이유로 전세버스를 이용해 서울로 오는 지방 신자 5만여 명 신자들의 신원확인 시간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 천주교 교황방한준비위원회에서 각 교구에 발송한 공문 중 참가자 안내문.

그러나 각 교구 시복식 미사 참가자들은 지난 5월 주민번호를 제출해 신원 확인 절차를 거쳤으며, 지난 주일(8월 9일)까지 모두 비표가 발급된 상태다.

방준위 공문 내용대로라면 시복식 참가자들은 출발지에서 시복미사, 그리고 각 지역에 도착할 때까지 내내 경찰과 동행해야 한다. 또 전국에서 동원되는 전세버스 수는 약 1659대, 동행하는 지역 경찰 수는 3300여 명으로 행사장 안팎에 이미 배치된 경찰 외에도 행사장 안에는 3000여 명의 경찰이 입장하게 된다.  즉 한 대의 버스에 40명 정도가 탑승한다면, 신자 20명 당 1명의 경찰이 감시하는 상황이 된다. 또한 3000여 명의 신자가 더 참석할 수 있는 자리를 경찰이 차지하는 셈이다.

이러한 사실에 대해 민변 박주민 변호사는 경찰과 동승하는 과정 그리고 주변에 경찰이 상주하는 상황에서 미사 시간이 편하고 자유로울 수 있겠느냐고 우려하면서, “경호가 중요하다고 해도 지나치게 민감한 반응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천주교인권위원회 김덕진 사무국장은 “소박하고 평화를 지향하는 교황의 메시지에 응답하려는 신자들에게 지속적으로 감시의 눈길을 보내는 것은 미사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것”이라면서, “결국 신자들을 잠재적 범죄의 우려가 있는 사람들 취급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또 천주교 마산교구 민족화해위원회 김유철 집행위원장은 “편의제공이란 목적으로 지역경찰이 출발부터 도착까지 동행한다는 운영방법을 방준위가 정부측에 제안한 것인지, 정부가 먼저 이런 안을 제시한 것인지는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교황 방한에 맞춰 최상위 비상령인 '갑호 비상'을 내렸으며, 가능한 모든 인력을 동원해 당일 행사장에 1만여 명의 경찰을 배치한다. 또 광화문에서 서울 시청 광장까지 직선 거리 1.2km, 둘레 길이 4.5km의 방호벽도 설치할 예정이며, 300대의 금속탐지기도 동원된다.

이 방호벽에에 대해서도 대변인인 허영엽 신부는 시민들에게 불편을 초래하는 부분에 대해 사과하고 양해를 부탁하기도 했다. 그러나 교황이 이번 방한을 두고 “한국인들과 시선을 맞추는 것 마저 막지 말아달라”고 당부한 상황에서 신자들은 “단순한 경호가 아니”라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특히 1984년 시성식과 1989년 세계성체대회를 경험한 신자들은 군사정권 하에서도 이런 무리한 경호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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