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사연구소 설립 50주년 기념 심포지엄 명동성당에서 열려

한국교회사연구소 설립 50주년 기념 심포지엄이 22일 명동성당 코스트홀에서 열렸다. 한국교회사연구소 소장인 김성태 신부의 인사말을 한 후, 조광교수가 기조강연을 발표했다. 이어 김수태 교수(충남대), 김정숙 교수(영남대), 박광용 교수(가톨릭대), 원재연 박사(덕성여대) 등이 발제자로 나서 한국천주교회사 연구에 획을 그은 샤를르 달레, 피숑, 유홍렬, 최석우 신부의 연구성과를 나누고, 이어서 토론이 진행되었다. 서울대교구 조규만 주교와 염수정 추기경도 참석해 축하의 인사말을 전했다.

▲ 한국교회사연구소는 1964년 설립되어 이번에 50주년을 맞이했다. ⓒ배선영 기자

이날 기조강연을 맡은 조광 명예교수(고려대)는 한국교회사를 ‘역사과학’의 입장과 ‘역사신학’의 입장을 통합해서 바라봐야 한다고 전했다. 사료비판과 분석의 엄밀성 그리고 과거와 현재의 대화를 통해 미래를 전망하는데 도움이 되는 교회사 연구가 필요하며, 아울러 “민족사 안에서 민중과 더불어 가시는 하느님의 해방사건을 바로 보고 이에 실천적으로 참여하는 소명적 삶”을 성찰하는 학문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과거를 반성적 차원에서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조광 교수는 교회사 연구자들이 교회가 성취한 일이나 긍정적인 결과만을 과장하는 ‘자족감’을 극복해야 한다면서 “이제 그리스도교는 비판적 시각을 가져도 될만큼 성숙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따라서 그리스도교의 역사를 잘 알기 위해 이제는 “그리스도교를 반대하고 탄압했던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조광 교수는 간디가 영국군 고급 장교단에게 “당신들이 가는 곳마다 십자가가 달린 교회를 짓는데, 당신들이 그리스도인이라면 교회건물이나 선전벽보가 아니라 당신들의 삶으로 예수를 보여주시오. 당신들이 믿는 예수가 부당하게 폭력을 휘두르며 살인하라고 가르쳤습니까?”라고 항의한 사례를 들려주었다.

이처럼, 조선후기를 살았던 지식인들도 식민지 백성의 해방을 위해 투신하면서, “당신들의 예수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행복하게 살 수 있다. 당신들은 우리가 만들려는 이상세계의 훼방꾼에 지나지 않는다. 나는 예수를 존경하지도 않고, 그리스도인들도 싫어한다”고 말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조광 교수는 “이런 일에 대한 ‘반성적 검토’를 통해 이 땅의 그리스도교가 걸어갈 방향을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 조광 교수는 기조강연에서 교회사 연구가 교회의 치적뿐 아니라, 이제는 교회에 대한 비판적 성찰도 담아야 한다고 전했다. ⓒ배선영 기자

한편, “역사는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한 작위적(作爲的) 역사도 있지만, 마땅히 해야 하나 하지 않은 ‘부작위(不作爲)의 역사’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 그리스도교의 주류는 식민지 지배에 대한 순응의 경험이 있었고, 치열했던 민족상잔의 전쟁과정에서 평화에 대한 추구가 매우 약했다. 바로 이 땅에서 인간성에 대한 범죄가 자행되는 과정에서도 애써 눈길을 피하기도 했다”고 전하는 조광 교수는 그리스도교가 ‘만능 해결사’가 될 수는 없지만, “이러한 부작위에 대한 반성 없는 그리스도교의 앞날은 어둡기만 하다”고 비판했다.

마지막으로 조광 교수는 한국교회사가 “한국의 문화와 전통, 그리고 역사와 소통해야 한다”면서 “한국사회의 현실과 소통하고 타종교와 소통하고, 한국사 연구와 소통하는 교회사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어 “교회와 교회사가 이런 소통을 거부한다면, 단절된 상황에서 생산되는 많은 지적 업적들은 일종의 ‘거룩한 방언(方言)’으로 취급된다”며 “그리스도교도 일부에서는 고귀하게 여겨질 수 있겠지만, 많은 일반인들에게는 통용될 수 없는 말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발제를 맡아주신 박광용 교수 이름이 잘못 표기되어 바로 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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