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회의 국내이주사목위원회, 세계 이민의 날 담화문 발표

 
천주교 주교회의 국내이주사목위원회 위원장 옥현진 주교가 제100차 세계 이민의 날(4월 27일)을 맞아 ‘이민과 난민 : 환대와 유대와 연대의 문화 건설’을 주제로 담화문을 발표했다.

옥현진 주교는 ‘대한민국에서 이주민은 행복할까’라는 질문으로 담화문을 열었다. 이에 이주노동자, 다문화 가족, 새터민 등 우리나라를 찾은 이주민들이 경제적 · 정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있다고 답하며, 이들을 우리 삶의 동반자로 받아들여 함께 살아갈 것을 당부했다.

옥 주교는 이주민에 대한 환대의 마음을 가질 것을 강조하며 “이들을 우리의 가정으로, 본당으로 직접 초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홈스테이의 날’, ‘이주민 초대의 날’ 등을 정하여 이주민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공감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할 것을 제안했다.

또한 “우리의 것을 나눌 때, 우리는 그들과 벗이 되고 진정한 이웃이 될 수 있다”며 한국어를 배울 수 있도록 돕거나, 함께 어울리며 정서적으로 교감을 하는 등 직접적인 실천을 통해 연대할 것을 호소했다.

마지막으로 옥 주교는 인종 차별주의, 물질주의를 넘어서서 이민자들과 함께 공감하며 살아갈 수 있는 하느님 나라를 이루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교회의 국내이주사목위원장의 제100차 이민의 날 담화문
“이민과 난민: 환대와 유대와 연대의 문화 건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이민 현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 시대의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게다가 통신의 발달, 교통수단의 발달과 함께 이 현상이 더욱 가속화되는 실정입니다. 전철만 타도 이주민들과 다양한 국적의 이민자들을 한 번쯤 마주치기 마련입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낯설다”는 느낌을 주던 이주민들이 이제는 “익숙하다”는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저는 이번 담화문을 통하여 ‘우리나라의 이주민은 대한민국에서 행복할까?’ 라는 질문을 하고, 이에 대한 답을 하면서 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문화를 위한 해법을 찾아보고 싶습니다.

우선, 이주 노동자들의 삶을 보겠습니다. 일단 이들은 고향을 떠난 불안함을 지니며 살아갑니다. 그리고 고국에 대한 향수 때문에 정서적으로 많이 힘들어합니다. 또한 처우를 보면 개선해야 할 것들이 참으로 많습니다. 이주 노동자로서 살아가는 이들에게 현실은 그들이 감당할 수 없는 커다란 벽으로 다가옵니다. 노동 현장에서의 홀대, 임금 체불 등의 여러 문제들을 안고 있으며, 현장의 성격상 산재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또한 농업과 수산업에 종사하는 일들은 계절 노동이기에 그로 인한 고용 불안정의 상황에 처할 위험이 내재되어 있습니다. 이들 가운데 대다수는 일이 힘들어서 고국으로 빨리 되돌아가길 갈망하고, 자녀들은 한국으로 보내어 힘든 일을 시키고 싶지 않다고 말합니다.

다문화 가족들은 어떠한가요? 그들도 역시 문화적 차이, 언어적 차이 때문에 소통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갈등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마음을 열고 시원하게 소통할 수 없기에 늘 간격이 있는 남편, 답답하다고 야단치는 시어머니,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는 살림, 자녀들 교육의 한계 등 그들이 넘어야 할 산은 너무나도 많습니다. 무엇보다 속시원히 소통할 수 있는 주변 사람들이 많지 않기에 그들이 겪어야 할 고통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입니다.

새터민들은 어떠한가요? ‘용의자’라는 영화에서도 보듯이 이들은 대한민국 사람이지만 대한민국 사람이라고 할 수 없는 한계 속에서 살아갑니다. 사상의 차이, 두고 온 가족들에 대한 걱정 등의 여러 가지 어려움들 때문에 주류 문화에 합승할 수 없는 한계 속에서, 원망과 분노를 해소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실정입니다. 자신들의 목숨을 건 선택이 후회로 다가올 때 삶의 희망은 더욱 작아지겠지요.

그렇다면 다른 이주민들은 행복할까요? 집 떠나면 고생이라는 표현이 있듯이, 그들도 그리 행복하지 못한 일상을 보냅니다. 학원가의 많은 영어 교사들이 그들의 처우에 대한 불만을 토로합니다. 동포라고 생각하며 대한민국을 찾은 사해동포들도 언어와 문화의 차이를 경험하며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들 마음 안에 우리나라를 찾는 모든 이주민에 대한 환대의 마음이 있는 것일까요?

환대의 문화가 정착하려면 이들을 우리의 가정으로, 우리의 본당으로 직접 초대해야 합니다. 이민 생활을 했던 이들은 알겠지만 초대의 경험은 우리를 한 가족이 되게 합니다. 저도 이민 생활 중 가장 행복했던 경험은 현지 가정에 초대받았던 때의 일입니다. 그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그들의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한 가족이 되어 감을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도 가정과 본당에서 이들을 초대하고, 이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도록 문을 열어야 합니다. ‘홈스테이의 날’, ‘이주민 초대의 날’ 등을 정하여 구체적으로 그들과 시간을 공유하고, 그들의 삶에 공감하는 시도들을 시작하면 좋겠습니다.

유대의 문화를 형성하여 이들의 어려움에 동참해야 합니다. 이들은 우리들의 도움을 필요로 합니다. 우선 한국말이 어렵기 때문에, 소통을 위한 도움으로 한국말을 가르쳐 주어야 하고, 정서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이들과 함께하는 시간 기부, 능력 기부, 물질 기부 등을 통하여 이들의 이웃이 되어 주어야 합니다. 우리의 것을 나눌 때, 우리는 그들과 벗이 될 수 있고 진정한 이웃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네가 할 일을 하여라.” 하시는 예수님의 말씀을 실천하는 구체적 행위를 보여 주어야 할 것입니다.

연대의 문화를 형성하려면 우리가 그들과 함께 살아가야 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제100차 이민의 날 담화문에서 우리는 모두 세계 복음화의 사명을 지니고 있음을, 그리고 우리 모두가 차별 없는 하느님의 자녀임을 강조하시면서 어려움 중에 있는 난민들과 이주민들이 처한 문제들을 해결하길 촉구하시고 벗이 되어 주라고 말씀하십니다. 또한 성찬례를 통하여 모든 이를 초대하시고, 포용하시는 예수님처럼 이민자들을 우리의 삶의 동반자로 받아들일 것을 권고하십니다.

‘벗을 위하여 자기 자신을 바치는 인류애’를 보여 주신 그리스도처럼 우리도 이민자들을 돕고 그들과 함께 공감하고 살아가는 가운데, 우리가 모두가 봉착한 인종 차별주의, 물질주의를 넘어서는 모두가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하느님 나라를 이루어야 할 것입니다.

2014년 4월 27일
제100차 이민의 날에
한국천주교주교회의 국내이주사목위원회
위원장 옥현진 시몬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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