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우리농, 최요왕 씨 등 두물머리 농민 6명과 납품 계약 체결해

▲ 성모자애 어린이집 원아들이 딸기밭에서 딸기를 따고 있다. ⓒ문양효숙 기자

“얘들아, 딸기 다 먹어봤지?”
“네에~!”
“딸기는 연약한 과일이야. 그래서 그냥 따면 안돼요. 살짝 꺾어서 당겨야 해. 그냥 당기면 딸기가 다쳐. 그리고 딸기 꽃 안에 벌이 있을 수 있거든. 벌은 꽃이 딸기가 되도록 도와줘. 너희가 벌을 잡지 않으면 벌도 너희를 안 물어. 그냥 지나가면 돼.”
“구경은 해도 돼요?”
“응. 구경은 해도 돼. 자, 딸기밭으로 가자”

노란 옷을 입은 꼬마들이 신이 난 듯 우르르 딸기 하우스로 향한다. 아이들은 딸기 아저씨의 설명을 따라 조심스럽게 딸기밭 사이를 걸으며 고사리 같은 손으로 새빨간 딸기를 직접 따 먹는다.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에 있는 이 딸기밭의 주인은 두물머리 농민 최요왕 씨, 이날 체험학습을 온 팀은 서울시 은평구에 있는 성모자애 어린이집이다. 딸기밭 체험은 한국천주교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위원장 조해붕 신부, 이하 환경사목위)가 준비한 다양한 유아생태체험학습 프로그램 중 하나다. 4월 한 달 동안 환경사목위를 통해 신청한 10팀 유치원과 어린이집이 최요왕 씨의 딸기밭을 방문한다. 환경사목위의 생태교육에 참여하는 어린이집 26개가 방문하는 생태체험지에는 두물머리에서 유기농지를 지키기 위해 싸웠던 서규섭 농민의 딸기밭도 있다.

다른 두 명의 두물머리 농민 김병인, 임인환 씨도 양평군 양서면 인근에 자리를 잡았다. 돌을 고르고 무성한 풀을 뽑으며 땅을 만드는 작업을 처음부터 다시 했다. 유기농을 향한 이들의 신념은 여전하다. 최요왕 씨는 “처음 농사를 짓기 시작할 때에는 땅을 만든다는 게 어떤 건지 잘 몰랐다. 그런데 이제는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는 걸 아니까 신경을 많이 쓰고 긴장도 된다”고 말했다.

▲ 한 어린이가 최요왕 농민의 딸기밭에서 자신이 딴 딸기를 들어 보이고 있다. ⓒ문양효숙 기자

최요왕 씨도 당연히, 제초제나 화학 비료를 쓰지 않는다. 단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지만 식물 추출물에 기반한 유기농 약을 쓴다. 아이들이 딸기 밭에서 딸기를 따서 바로 먹을 수 있는 이유다.

작년 9월, 두물머리 1주년 기념 미사에 참석한 최 씨는 “농민은 농사로 말해야 하는데, 농사를 못 짓고 있다”며 무거운 심경을 토로했다. 올해, 본인의 표현대로라면 ‘운 좋게’ 근처에 묘목 농사를 하던 땅을 구해 농사를 시작했지만, 쉽지는 않았다. 요왕 씨는 그간 해보지 않았던 딸기 농사를 시작했다. ‘땅값을 갚기 위해서’라고 했다.

“딸기는 이 지역에서 할 수 있는 고소득 작물이예요. 1년에 4천 만 원씩 갚아야하거든요.”

생태학습장 조성에 합의하며 4대강 사업에 맞섰던 두물머리 투쟁을 마무리 할 당시, 요왕 씨는 3년 거치 20년 분할 상환 조건으로 저리 대출을 받았다. 사용료만 내면 됐던 비옥한 농지를 정부에 생태학습장으로 내어준 뒤, 땅을 구입해야 했기 때문이다. 4개의 비닐하우스 중 3동에는 딸기, 나머지 한 동에는 애호박을 심었다. 근처 노지에는 매실나무와 오디나무를 심었다.

▲ 최요왕 농민이 어린이들에게 딸기 따는 법을 설명하고 있다. ⓒ문양효숙 기자

지난 달, 서울대교구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위원장 조해붕 신부, 이하 우리농)는 두물머리 농민과 납품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당사자는 ‘두물머리 공동체’로 4명의 두물머리 농민을 포함한 6명의 농민이다. 4월 말부터 5월에 걸쳐 상추, 치커리 등 쌈 채소와 오이, 애호박 등을 공급할 예정이다.

우리농 함형복 사무국장은 두물머리 농지 보존 싸움의 의의를 강조하면서, “앞으로 두물머리 공동체와 농산물 나눔 뿐 아니라 도농교류 활동을 늘여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함 국장은 “기존 생산자 공동체보다 서울과 가깝다는 지역적 장점을 이용해 생산자와 소비자가 만나는 기회를 늘여가면서 지역순환농업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최요왕 농민의 딸기밭 앞 길가에서는 두물머리 투쟁을 함께 한 청년들이 생태화장실을 만들고 있었다. 이들은 근처에 땅을 구해 조금씩 농사를 지으며 최 씨의 하우스 안에 나무로 2층 공간과 평상 등을 만들기도 했다. 생태화장실에서 모아진 오줌은 2주 정도 삭히면 밭에 뿌리는 거름이 된다. 최 씨는 생태화장실 기둥 위에 얹을 보에 ‘오는 사람 가는 사람 똥 오줌 잘 모아 농사 좀 잘 지어보세’라는 상량문을 쓰면서 청년들과 즐겁게 상량식을 했다.

최요왕 씨는 주어진 땅이나 시설이 혼자만의 싸움으로 주어진 게 아니라면서, 자신에게 주어진 공간을 이들과 나누고 싶다 했다.

“가면 갈수록 내 소유라는 생각보다 함께 쓰는 게 맞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물론 저도 그 친구들의 도움이 필요하고요. 그 친구들에게는 일종의 근거지 같은 자리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친구들이 생태학습장에도 애정이 많은데 이 공간을 충분히 활용해서 지역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같이 해 나가면 좋겠어요.”

▲ 최요왕 농민의 딸기밭 옆 생태화장실 ⓒ문양효숙 기자

▲ 길가에 생태공중화장실을 만들며 최요왕 농민이 직접 쓴 상량문 ⓒ문양효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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