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가톨릭 청소년 인권캠프

 

 

 

2009년 1월 15-17일 2박3일 동안 우리신학연구소 부설 '우리청소년센터 숨'과 천주교인권위원회가 공동 기획한 ‘제1회 가톨릭 청소년 인권캠프’가 용인 둥지골 청소년수련원에서 열렸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인권캠프를 한 번도 진행한 적이 없었던 두 단체의 진행자들은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6개월 동안의 긴 준비를 마치고 드디어 무대에 올랐다.

서울, 인천, 수원, 대전, 보령에서 온 28명의 청소년들과 7명의 공동 진행자가 함께 인권 날개를 달고 한껏 날아보려고 애썼다. 복도 난방이 안 되는 수련원이어서 걱정이 태산이었는데 다행히 지난 주에 기승을 부리던 추위가 수그러들어 참으로 다행이었다. 

첫째 날은 초면의 서먹서먹한 분위기를 녹이기 위해 ‘숨고르기’(몸 풀기 마음 열기), ‘이건 아니잖아?’(인권 유린 상황극)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서론격인 ‘인권이 뭐야?’(인권의 정의와 목록)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둘째 날은 본격적인 인권 주제인 ‘나, 너랑 다르네’(차이와 차별), ‘천상천하 유아독존’(자존감 기르기), ‘체험, 삶의 현장’(청소년 노동권)을 다뤘다. 마지막 날 오전에는 참가자 전체가 ‘열린 전례’의 전반부인 ‘우리들의 인권 세상’이라는 주제로 대형 그림을 그렸고, 이어서 ‘햄버거의 진실’(건강권과 생태권), 오후에는 ‘열린 전례’를 통해 캠프를 마무리했다. 

캠프 첫 날의 서먹서먹하던 분위기는 노지향 선생의 ‘몸 풀기 마음 풀기’ 게임에 몰입하고 ‘이건 아니잖아?-청소년인권 유린 상황극’을 진지하게 참여하는 가운데 몸과 몸이 부딪히면서 조금씩 누그러들고 있었다. 인권유린 상황극에서 보여준 공부 못하는 학생들을 무시하는 선생님 역할을 맡은 지영의 멋쩍은 웃음만 뺀다면 일품이었다. 캠프의 서론인 ‘인권이 뭐야?’ 시간에는 개별 인권 조항을 들고 있는 친구와 해당되는 이미지를 들고 있는 친구가 서로를 찾으려고 좌충우돌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 인원수보다 한 개 모자라는 방석 위에 올라서지 못하면 술래가 되는 놀이를 하고 있다.

 

▲ 청소년인권 유린 상황극 중 공부못한다고 차별하는 선생 역할을 천연덕스럽게 하고 있는 지영.

 

▲ 인권이 뭐야? 프로그램을 열의와 성의를 다해 진행하고 있는 미영.

 

둘째 날은 아침부터 하늘에서는 함박눈이 펑펑 내리고 있었다. 어느 새 한 무리의 청소년들이 수련원 건물을 빠져 나가서는 어디서 비닐봉투를 구했는지 눈썰매를 타고 꽁꽁 언 손을 호호불면 눈싸움을 신나게 하고 있었다. 한겨울에 반바지 차림이라, 그 모습을 보니 젊음의 싱싱함이 느껴졌다. 

▲ 썰매장이 따로 있나, 언덕과 눈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그곳이 동심을 불러일으키는 추억의 장소이지.

 

 

▲ 아아 ! 젊음은 그 자체로 아름답다.

 

오전과 오후에 연이어 ‘나, 너랑 다르네’ 프로그램의 6가지 소주제(이주민, 장애인, 성, 나이, 등 뒤에 붙은 인권)를 모둠별로 다 참석하느라 심신이 지친 참가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할 프로그램이 뒤를 이었는데, 바로 ‘천상천하 유아독존’ 프로그램이었다. 여러 게임 중에서 짝을 지어 고무줄로 머리 묶기 게임은 그중에서도 압권이었다. 되도록 남에게 멋지게 보이려고 애쓰는 청소년들이 친구들 앞에서 조금씩 망가지는 모습은 그야말로 웃음 보따리였다. 한 번도 자신의 앞이마를 드러낸 적이 없었던 선호였는지 폭탄머리를 하고 멀쑥이 웃는 모습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배꼽을 쥐게 했다. 

 

▲ '차이와 차별' 프로그램 소주제의 하나인 '성차별의 방'에서 짝과 함께 그린 그림을 발표하고 있는 혜민.

 

▲ 등 뒤에 붙은 인권 프로그램에서 '이 사람은 누구일까요?  맞춰보세요' 하는 표정으로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는 순규.

 

 

▲ 둘씩 짝을 지어 힘겨루기를 하는 게임이었는데 많은 남학생을 물리치고 최종결승이 오른 그녀가 '나는 당당한 여학생'임을 힘껏 외치고 있다.

 

▲ '내 생전 처음으로 망가지는 이 자리 너무 싫다'는 곤욕스러운 표정을 하고 있는 선호.

 

▲ '우리 모습 멋지지 않나요?  최신 헤어스타일이 여기 다 모였어요.'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하루 3식은 기본이고 끊이지 않고 차려지는 간식은 캠프의 또 다른 즐거움이었다. 평상시보다 서너 배 넘는 음식을 먹은 결과 애꿎은 아랫배만 불러오니 걱정이 태산이었다. 

▲ '내일 일은 난 몰라요, 오늘 이 포만감으로 행복해요.'  간식은 눈깜짝할 사이에 동이 난다.

  

마지막 날 아침,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운 친구들이 많았는지 오전에 있었던 ‘걸개그림을 그리기’, ‘쿤탈리니 명상’, ‘햄버거의 진실 프로그램’ 중에는 눈뜨고 자느라 거의 반응이 없었다. 청소년들이 작성했던 평가서 내용을 대충 훑어보니 소지품 검사 하지 않은 것, 밤 늦게까지 놀게 허용한 것이 참 좋았다고 쓴 것을 볼 때 학교 수련회, 수학여행 때에 가방 검사, 취침시간 엄수 때문에 불만이 많았나보다. 캠프 마지막 작업인 롤링페이퍼 작성하는 시간에는 쥐 죽은 듯이 조용했던 오전과 달리 언제 그랬나 싶게 생기가 돋아나 2박 3일 동안 함께 지낸 한 명 한 명에게 나름의 소감을 적어주느라 시끌벅적했다. 마지막으로 추억의 단체사진을 찍으며 캠프를 마쳤다. 

▲ 함께 그리는 걸개 그림에는 도통 관심이 없고 가위 바위 보 게임을 하면서 진 짝 얼굴에다 신나게 점을 찍고 있는 그와 그녀, '놀고 있네~~'



▲ 쿤탈리니 명상 대신에 수다떠느라 눈뜬으로 지샌 밤을 보충이라도 하듯 그 짧은 순간에 달콤한 잠을 자고 있다.

 
글/최금자 (우리청소년센타 '숨' 실장) 

사진/박영대, 경동현, 이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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