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배움터와 울림과 지금여기에서 글쓰기 강좌 시작

 

우리신학 배움터 <울림>과 가톨릭뉴스 <지금여기>가 공동기획으로 준비한 “즐거운 글쓰기를 위한 첫걸음-성찰과 소통을 위한 글쓰기 강좌”를 동반하게 될 주재일씨를 1월 12일 혜화동에 자리한 <기독청년아카데미> 사무실에서 만났다.

전에는 뉴스앤조이 기자로 지금은 ‘아름다운 마을 공동체'가 자리한 수유리에서 <아름다운 마을>이라는 마을 신문 편집장으로 글쓰는 일을 주업으로 하고 계신데 간단하게 하시는 일과 선생님 소개좀 해주세요.

주재일씨

6년정도 개신교 안팎의 뉴스를 취재하고 다루는 기자로 뉴스앤조이에서 일했습니다. 기자로 일하다 보니 가정과 육아, 살림에서 멀어지게 되고, 바쁘다는 핑계로 관성이 되고 습관이 되어왔는데, 재작년에 둘째를 출산하면서 더 이상 죄를 짓지 말자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2007년 10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1년 육아휴직을 했습니다. 육아휴직을 하면서 굉장히 바쁘게 지냈던 삶을 돌아보게 됐고, 생명을 키우고 살림을 하는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기간동안 마을에 살다보니 새로운 꿈들이 생겨 나더라구요. 그래서 복직하지 않기로 하고 마을에서 정말 말 그대로 공동체 구성원들을 포함하여 마을 주민들이 볼 수 있는 신문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역 신문이라는 것이 대개 지역 유지나 이권에 관계된 사람들이 만드는 경우가 많고, 지역 밖의 이야기를 다루는 경우가 많은데, 정말 마을 사람들의 일상과 고민을 따뜻한 이웃의 눈으로 들여다보고 담는 것이 ‘아름다운 마을 신문’의 발간 목적입니다. 지난해 9월부터 매월 한 차례 종이신문으로 발행하고 있습니다.

현재 기독청년아카데미에서도 6개월 과정으로 "글쓰기 강좌"를 열고 계시는 것으로 압니다. 요즘 학생들의 경우에는 논술 실력 향상을 위해서, 어른들의 경우에도 문화센터 같은 곳에서 글쓰기 강좌들이 많이 열리고 있다고 합니다. 다른 글쓰기 강좌와 이번 강좌의 차이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사실 제가 다른 강좌를 들어보지 않아서 어떤 차이가 있는가 하는 점은 상상에 의존해서 말씀드릴 수 밖에 없습니다. 제 이야기를 하자면 지금 기독청년아카데미에 글쓰기 강좌를 들으러 오는 분들도 보면 글을 쓰는 기술을 연마하고 싶은 사람이 많아 보입니다. 물론 그런 글쓰는 기술도 필요하지만 제가 주로 이야기하는 것은 글쓰기도 일종의 수련이라고 봅니다. 우리가 신앙과 영성을 수련하고 몸을 수련해가듯이 수련하는 자세로 글을 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글을 쓰긴 쓰는데 내 인생과 내 삶이 글에 담겨 있지 않다면 그 원인은 무엇인지. 진솔한 내 삶의 이야기가 글에 담기는게 아니라 세상이 원하는 정답을 쓰게되는 이유가 무엇일지 생각해보자는 거지요. 좋은 글이 무엇인지, 안 좋은 글은 무엇인지를 새로운 눈으로 보고, 실제로 한 번 써보고 평가해주고 하는 것이 지금 제가 하는 글쓰기 강좌의 진행방식입니다.

강좌에 오는 분들한테 처음 이야기하는 것이 글은 소통을 위해서 누군가와 내 마음이든, 내 감정이든 생각이든 서로 전해주고 받기 위해서 쓰는 것인데 우리시대의 글은 소통보다는 단절을 보여줄 때가 많다고 이야기 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시대를 지배하는 사법권력, 의료권력이 만들어 내는 글들을 보면 쉽게 알 수 있지요. 판결문을 보면 웬만한 사람은 해석하기 어렵습니다. 이 분야에 있는 사람들이 쓰는 글을 보면 너희는 우리와 소통할 대상이 아니라는 폭력적인 전제가 깔려 있는 거 같습니다. 이 게임의 법칙 안으로 들어오고 싶으면 변호사를 사서 들어오라는 것이죠. 의료 처방전도 일반인에게는 전혀 불통의 글입니다. 그냥 의사인 내말을 들으라고 일방적으로 이야기해서 환자 본인이 자신의 몸에 대해 주체성을 갖지 못하게 만드는것이라 생각합니다.

극단적인 예지만 저는 이런 글들이 소통을 거부하는 폭력적인 글이라 생각합니다. 학자들의 글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아 친절하지 않지요. 우리 시대에 유통되는 글은 글쓰는 사람의 권력과 권위를 보여주는 수단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은 듯 합니다. 이런 글을 보고, 흉내내고 하면서 우리도 어느새 그런 담론 속으로 들어가려는 욕망을 하게 되는 것은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런 글을 쓰지 않기 위해서 글에 대한 생각도 바꿔야 하고, 좋은 글은 어떤 면에서 다른가 하는 점을 보아야 할 것입니다. 다른 강좌와 조금 더 다른 점이 있다면 우리 글에 들어와 있는 영어나 일본어 등 오염된 부분에 대해 함께 공부하는 시간이 많다는 것입니다. 단순히 영어단어나 일본어 낱말을 쓴다는 문제가 아니라 우리 문장구조와 영어의 문장구조는 완전히 다른데, 우리말을 쓰면서도 영어식의 문장구조를 많이 써요. 특히 많이 배운사람들일수록 그렇습니다. 영어 못한다는 사람도 보면 영어를 굉장히 많이 접했기 때문에 단어는 기억하지 못해도 영어 문장의 구조나 형식, 표현방법에 젖어 있습니다. 그런 걸 조목조목 살펴가면서 우리 표현을 공부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글쓰기 수련에 도움이 될만한 책을 추천해 주신다면 어떤 것이 있을지, 그리고 강의 들으실 분들에게 한 마디 해주신다면...

보통 글쓰기 공부하면 세 가지로 구분한다고 봅니다. 기획력, 글 구성, 문장 표현력입니다. 기획력은 단순한 글쓰기의 범위를 넘어서는 사고력의 문제라서 글쓰기 강좌에서 다루기는 어렵습니다. 문장력 관련해서는 <문장기술>이라는 책을 추천합니다. 십계명 처럼 내용도 쉽고 읽기도 쉽습니다. 글 구성과 관련해서는 <글쓰기의 전략>이라는 책을 추천합니다.

그리고 우리 시대의 좋은 글이 뭐냐는 이야기를 할 때 한겨레 신문기자가 인터뷰한 내용을 모은 <한국의 글쟁이들>을 권합니다. 이 책에 나오는 분들은 전문가들인데도 대중들과 소통하려는 노력을 하는 분들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최근에 돌아가신 이오덕 선생님의 <우리문장쓰기>나 <우리글바로쓰기> 같은 책은 글쓰기 공부의 고전에 속한다고 볼 수 있지요.

비록 8주라는 짧은 기간이지만 글쓰기 공부, 수련을 같이 하면서 저에게도 좋은 글쓰기 연마의 장이 되기를 원합니다. 그리고 함께 공부하는 사람들이 글쓰는 기술을 배우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함께 새로운 글을 생산하는 관계로 발전했으면 좋겠습니다. 아마 그래서 강좌 모집 대상에 <지금 여기> 기자가 되고 싶은 분이라는 문구도 들어간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아름다운 마을공동체>

강북의 북한산 밑자락에 자리하고 있는 아름다운마을공동체는 1991년 6월 일상의 삶에서 하느님나라를 증거하는 삶을 살기 위해 시작한 개신교 젊은 신도들의 공동체다. 일반인 주거지와 구분돼 별개의 마을이 조성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저녁에 가족들과 걸어서 마실 다녀올 정도의 거리에 공동체 구성원들이 모여 사는 평범한 동네다. 변혁적이고 대안적인 교회공동체를 지향하는 이곳의 공동체 운영은 ‘구도-생활-사역 공동체’의 원리를 따라 삶을 공유하는 생활공동체와 공동체 정신을 사도직으로 실천하는 사역공동체로 구분된다.


경동현/ 우리신학연구소 우리신학배움터 '울림' 기획실장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