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재단 · 지금여기 공동 캠페인 - 10]

국제개발협력단체인 한국희망재단과 <가톨릭뉴스 지금여기>는 가난하고 소외된 지구촌 이웃들에게 따뜻한 나눔을 실천하는 공동 캠페인을 2013년 한 해 동안 진행합니다. 12월 10일 세계 인권의 날을 맞아 카스트 제도의 그늘에서 인권을 침해당하며 살아가고 있는 인도의 불가촉천민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편집자

눈물이 마를 새 없는 그녀, 무두셀비 씨

인도 타밀나두 주 예르카우드 지역 작은 마을에 사는 스물여섯 살 무두셀비 락쉬마난(Muthuselvi Lakshmanan) 씨는 두 아이의 엄마입니다.

일용직 노동을 하는 남편의 수입으로 도저히 가정을 꾸릴 수가 없어 무두셀비 씨는 숲에서 과일이나 약용식물을 채집하고 있습니다. 두 다리가 퉁퉁 붓도록 산을 헤매며 하루 종일 채집한 것들을 상인에게 팔지만 제 값을 받지 못해 손에 쥐는 건 늘 푼돈입니다. 갈수록 생계는 막막해지고 무두셀비 씨의 절망은 더 깊어져 갑니다.

▲ 가까운 상층 카스트 마을에 공동 우물이 있어도 이용할 수 없기 때문에 수 킬로미터 떨어진 더러운 웅덩이에서 물을 길러오는 달리트 여성의 모습 (사진 제공 / 한국희망재단)

빈곤 대물림에 고통 받는 불가촉천민 달리트
오래된 악습에 여성이 겪는 어려움은 더 심해

무두셀비 씨가 평생 가난을 숙명처럼 짊어지고 사는 이유는 달리트이기 때문입니다. 수천 년간 인도 사회를 지배한 카스트 제도, 그리고 카스트 안에 속하지 못하는 하층민으로 분류되는 사람들이 바로 불가촉천민인 달리트입니다.

인도에서는 이들과 접촉만 해도 오염된다고 믿기 때문에 달리트는 상층 카스트와 한 마을에 살 수도 없고, 함께 식사를 할 수도 없으며, 심지어 마을의 공동 우물조차 이용할 수 없습니다. 이 같은 금기를 어겼다간 상층 카스트로부터 보복을 당하거나 끔직한 죽임을 당하기도 합니다. 직업도 사람들이 기피하는 오물 수거나 하수도 청소, 분뇨나 시체 처리 등이 많아 달리트의 빈곤은 대를 이어 계속되고 있습니다.

카스트 제도는 인도에서 1947년에 폐지되었고, 1950년에 제정된 인도의 헌법에는 달리트도 평등한 권리를 누리도록 보장되었지만 대를 이어온 뿌리 깊은 관습은 여전히 인도 사회를 움직이고 있습니다. 불가촉천민은 인도 전체 인구의 16.2%인 1억 6000만 명에 해당됩니다.

달리트 중에서도 여성은 더 비참하고 가혹한 처지에 놓여 있습니다. 점심도 거른 채 하루 종일 뙤약볕 아래에서 일을 하다 목이 말라 물 한 모금 얻어먹기 위해 지주의 집을 찾았다간 ‘땅을 더럽혔다’고 구타를 당하거나 벌을 받고 쫓겨나기 일쑤입니다. 끔찍하게도 이들에게 가장 흔한 벌이 성폭행이라고 합니다.

달리트 여성들은 생리 기간 동안 집 밖에 격리 수용되는 관습이 있습니다. 아직도 인도 시골 마을에서는 달리트 여성들이 생리 기간 동안 집 근처 숲으로 가서 동굴이나 흙바닥에서 노숙하며 며칠씩 불편한 생활을 해야 합니다.

마을 공동 우물을 사용할 수 없는 것도 여성에게 큰 고통입니다. 인도에서 물을 긷는 일은 대개 여성들의 몫입니다. 달리트 여성들은 마을에서 수 킬로미터 떨어진 곳으로 물을 찾아 헤매는데, 보통 고여 있는 연못이나 웅덩이의 물을 길어오곤 합니다. 이 물은 가축들의 분뇨들로 오염된 물이 태반이어서 달리트 주민들은 설사나 피부병 등 수인성 질병에 늘상 시달리고 있습니다. 특히 어린 여자아이들은 물을 긷느라 학교에 가지 못하고, 수 킬로미터 떨어진 외진 길을 혼자 걷다보니 상층 카스트로부터 성폭행 위험에 노출되고 있습니다.

▲ 달리트 마을의 모습. 접촉만 해도 오염된다는 이유로 달리트들은 상층 카스트와 떨어져 마을을 형성해 살고 있습니다. (사진 제공 / 한국희망재단)

인도 달리트 공동체의 자립을 돕고 있는 한국희망재단

국제협력단체인 한국희망재단은 인도 불가촉천민의 현실을 한국에 소개하고, 인권 개선과 공동체 자립을 돕는데 앞장서왔습니다. 2005년부터 인도 현지의 협력단체와 함께 식수난을 겪는 달리트 마을에 우물 건립 사업, 달리트 여성 재취업 교육, 여성가장 가축 지원, 채석장 아동 공부방 사업 등을 추진해왔습니다.

작지만 의미 있는 노력들은 결실을 이루어 한국에서도 달리트 인권에 관심을 갖는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지난 2010년 3월 제13회 지학순정의평화상 수상자로 자노다얌(Janodayam)이라는 인도 달리트 인권운동 단체가 선정되었고 한국의 포털사이트를 통해 인도 달리트의 차별과 빈곤 문제가 소개되면서 많은 네티즌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무두셀비 씨와 달리트 여성들의 경제적 자립을 도와주세요

한국희망재단은 12월 사회적 악습으로 고통 받고 있는 달리트 여성들의 경제적 자립을 돕기 위한 모금을 진행 중입니다. 현지 협력단체인 SCDP(Society for Community Development Project)와 함께 살렘 지역에 식품가공기술 역량강화 교육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살렘 지역은 과일이 많이 생산되고, 유명한 관광지입니다. 달리트 여성들이 산에서 채취해 헐값에 팔고 있는 과일들을 가공해 잼이나 피클을 만들어 관광객들에게 판매한다면 가계 수입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또 상층 카스트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는 지속 가능한 직업이 될 수 있어 여성들의 사회적 자존감도 크게 향상될 것입니다. 교육은 마을의 달리트 여성들을 대상으로 세 달간 진행될 예정입니다.

12월 10일 세계 인권의 날을 맞아 신분제로 고통 받는 인도 달리트들을 기억하며, 무두셀비 씨와 살렘 마을 여성들이 경제적 자립을 이룰 수 있도록 따뜻한 나눔에 함께해주세요.

* SCDP(Society for Community Development Project)는 인도 타밀나두주 살렘 지역에서 달리트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자립하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 여성 달리트들의 자립을 돕는 식품가공기술 역량강화 교육 (사진 제공 / 한국희망재단)

▲ 교육에 참가해 직접 실습을 하고 있는 여성 달리트 (사진 제공 / 한국희망재단)

 

인도 달리트 여성들의 식품가공기술 역량강화 교육 후원하기
▼클릭: http://www.hope365.org/give_01

 
* 한국희망재단
한국희망재단은 가난과 차별로 소외된 지구촌 이웃을 지원하기 위해 2005년 설립된 국제협력단체입니다. 지구촌 이웃들이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진정한 희망을 나누는 것이라 믿으며 인도와 방글라데시, 짐바브웨, 탄자니아 등 8개 국가에서 식수개발사업, 빈곤극복사업, 집짓기사업, 빈곤아동교육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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