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해임통보를 받은 김윤주 교사 "교사가 정권의 나팔수 될지도 몰라.."

▲ 김윤주 교사
“제일 순진했던 남부지구장이 이렇게 투사가 되어버렸다고 친구들이 의아해하더군요.”

19일, 최근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해임통보를 받은 김윤주 교사(청운초)는 가톨릭학생회 활동이 어떠 했는지 묻는 기자의 질문에 웃으며 답했다. 서울교대 가톨릭학생회에서 활동했던 김 교사는 대학시절 서울대교구 가톨릭대학생연합회에서 남부지구장(서가대연에 소속된 남부지역 대학의 대표)을 맡았다. 그는 일제고사를 대신해서 체험학습을 허락했다는 이유로 지난 17일 해임통보를 받았다.

아비규환 같았던 마지막 수업

김윤주 교사는 마지막 수업을 위해 19일 출근을 했다. 담임이었던 6학년 4반 아이들과 마지막 인사를 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마저도 허락되지 않았다. 김 교사의 출근을 우려한 교장은 경찰에 요청해 교문을 지키도록 했다. 김 교사는 교직원들이 출근하기 전에 교실에 미리 들어갔다. 실랑이 끝에 아이들과 마지막 인사를 할 수 있는 1시간을 얻어냈다.

하지만 교실의 분위기는 교육청에서 장학사 등이 오자 다시 험하게 바뀌었다. 김윤주 교사는 “(교장 등이) 교육청이 보는 자리에서 뭔가 액션을 취해야 한다는 강박에 일을 그르쳐버렸다”고 아쉬워했다.

교실에는 고성이 오갔고 김 교사도 큰소리치며 “교장선생님이 나가시라”고 말했다. 그는 ‘불법’이라는 교장의 말에 “법이 그러라고 있는 거냐”고 반문했다. 나중에는 서러움에 “내가 전염병 환자냐. 애들하고 있으면 안 되게..”라며 화도 냈다. 김 교사를 배웅하겠다는 아이들과 문 앞에 서서 아이들을 막아선 교장과 교감으로 “교실은 통곡의 아비규환”이었다고 한다.

▲ 김윤주 교사가 농성장으로 찾아온 친구와 6학년 4반 아이들을 만나고 있다.

“공정택 교육감 취임 이후 청소시간도 내기 어려워졌다”

이 일이 있기 전까지 김윤주 교사는 6학년 4반 학생들과 ‘함께 즐거운 가치 있는 우리 삶’을 학급목표로 삼아 즐겁게 보냈다. 친교부를 만들어서 생일파티도 함께 준비하고, 할로윈 파티도 열었다.

그전에는 학급기자단, 생일파티부, 연극역할놀이부, 모의재판부 같은 그룹들도 있어 학생들이 취재도 하고 콘티도 짰다. 하지만 공정택 교육감 취임 직후인 2005년 이후부터는 친교부 하나도 꾸리기 어렵게 되었다고 한다.

“공정택 교육감 취임 이후에 2005년 이미 학교 수준의 일제고사는 다 들어와 있었어요. 방과 후에 아이들 학원 일정이 이미 꽉 차있어요. 그러다보니 특별활동을 따로 꾸리는 것이 불가능해요.…2005년 이후에는 학원 때문에 청소도 못 시켰어요. 모든 것은 교과 시간 내에 다 끝내야 하고, 그래서 다른 뭔가를 하기에는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에요. 공정택 교육감이 크리스챤이라고 하던데 일제고사 때문에 이렇게 해직까지 시키는 것을 보면 모시는 신이 예수님이 아니라 시험신이었던 것 같아요.”

전국 최다 ‘19명’의 현장체험 참가자

그래도 김 교사의 반은 일제고사 당일 전국에서 가장 많은 현장체험 참가자 수를 기록했다. 김 교사는 “모두 19명이었던 우리 반 아이들이 버스 반을 채웠다”며 “학교에서 겁을 낼 만도 하다”라고 말했다.

19명의 학생들은 당일 ‘일제고사를 반대하는 시민모임’에서 주최하는 단체생태체험학습에 참가했다. 이들은 평강식물원에서 나무목걸이를 만들고, 생태퀴즈를 풀고, 야생초 이름 외우는 활동을 했다. 김 교사는 “학부모들에게 소개를 하기는 했지만 예상보다 훨씬 많은 신청이 있었다”고 한다.

학부모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김윤주 교사는 일제고사의 긍정적인 측면도 설명했다. 다만 김 교사는 전반적으로 고려했을 때 초등학생에게 일제고사가 꼭 필요하지만은 않다고 판단했다.

그는 “학력경쟁이 치열하다는 현실 때문에 유용성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이지, 교육정책 전반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는 사실 유용성은 없다”며 “그렇기 때문에 체험학습을 소개하는 편지를 보냈다”고 말했다.

복종을 강요하는 교육정책에 대한 더 큰 저항이 필요

김 교사는 “교육정책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굉장히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되는 풍토 때문에 교사들끼리 모여도 가족 이야기, 학급 애들에 관한 소소한 이야기 정도만 용납되는 분위기가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덕분에 아동관, 교육철학, 그리고 교육정책과 같이 더 본질적인 부분들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더 깊이 고민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하는 그는 “그저 위에서 시키는 대로 하게 되면 모든 정보로부터 유리되어 아무래도 생각이 없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아이들이 수업시간에 만든 장애인식개선뱃지.

하지만 김 교사는 일제고사와 관련된 지금의 해임 파면 문제가 전교조와 해직교사들만의 문제로 좁아지는 것을 우려했다.

“지금의 해직은 교육정책에 절대복종을 하지 않았다고 교사들의 목을 자른 것입니다. 이제 일제고사 뿐만 아니라 이후의 모든 정책에 대해서 폭압적인 교육정책이 진행될 것이라는 전주곡이라고 생각해요. 공정택, 이명박이 추진하려는 일방적인 형태의 교육에 대해 저항이 더 커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학교도 이제 군대처럼 모든 명령에 복종하는 형태로 흘러 정권의 나팔수로 전락하게 되요. 선생님들은 자기 생계가 걸려있기 때문에 어쩔 수없이 여기에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학부모, 동료교사, 종교계 등 김윤주 교사에 대한 구명운동을 펼치고 있는 곳은 다양하다. 15학급 정도에서 500여명의 학부모들이 서명을 해주었다. 전교조 조합원뿐만 아니라 비조합원인 동료교사들도 교문 앞에서 함께 피켓을 들며 징계가 잘못되었음을 알렸다. 불교에서는 조계사를 중심으로 신도들이 전국적으로 탄원서를 모아주기로 했다.

가톨릭에서는 지난 18일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성명서를 냈고, 촛불평화미사에 참가했던 신자들이 농성장을 방문했다. 김 교사는 “교회 전체적으로 보면 움직임은 미미하지만 그래도 함께 해주는 분들에게 고맙다”며 “가톨릭에서도 탄원서가 많이 모이면 큰 힘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 아이들이 김윤주 교사에게 보내는 응원의 글.
▲ 전국 교사 대회에서 발언 중인 김윤주 교사

 

 

 

 

 

 

 

백승덕/ 지금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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