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교회]길가에 교회 기부금을 독려하는 광고도 많아.._안정현


프랑스 파리 남쪽에 위치한 에브리 교구 홈페이지 (http://evry.catholique.fr/) 에는 ‘위기에 처한 교회’라는 제목의 동영상이 실렸다. 내용은 주일미사 참석하는 신자수의 감소나, 성소의 부족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이 교구가 처한 재정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내용이다.

교구장인 미셸 뒤보스트 주교는 교구 사이트에 올린 동영상 (http://evry.catholique.fr/une-Eglise-au-bord-du-gouffre)에서 교구의 어려운 사정을 설명하고, 교회에 기부하는데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다. 뒤보스트 주교의 설명에 따르면, 130여 개의 본당을 거느린 이 교구의 2008년 사제 및 평신도 직원들을 위한 인건비 지출은 450만 유로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인건비 및 경상지출 충당을 위한 교구의 기부금 수입이 현재 350만 유로에 그치고 있다. 뒤보스트 주교는 1백만 유로의 부족분을 현재 주일헌금 및 기타 감사헌금 등으로 메꾸고 있지만, 교구가 심각한 재정적자 상태에 처해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동영상에서는 이 상태로 간다면 일부 본당이 문을 닫거나, 교구내 평신도 상근인력을 해고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도 덧붙였다. (http://evry.catholique.fr/Il-y-a-une-eglise-dans-ma-vie)

에브리 교구가 올해 극단적인 재정적 어려움에 처한 제일 큰 원인은 물론 경제위기다. 전 세계를 뒤덮고 있는 경제위기의 여파가 가톨릭교회에도 여지없이 닥치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 일간지 <르 파리지앙>에 따르면, 에브리 교구의 경우 경기침체의 여파를 반영하듯 지난 10월에만 헌금을 비롯한 각종 수입이 17%나 감소했다.

그러나 사실 이러한 재정적 어려움은 이 교구만의 문제가 아니라, 프랑스교회 전체에 해당되는 것이며, 경제 위기에 따라 생긴 일시적인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인 듯하다. 프랑스의 TV채널 TF1의 보도에 따르면, 프랑스인 두 명 중 한 명은 가톨릭교회가 아직 여전히 부유하다고 믿지만 실제로는 수입과 지출을 겨우 맞추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자신의 종교에 따라 종교세를 내고, 그것을 국가가 걷어서 각 종교에 나눠주는 이웃나라 독일과는 달리, 프랑스 가톨릭교회는 1905년 정교분리원칙이 확립된 이후 프랑스정부로부터 어떤 지원도 받지 않는다. 유일한 지원이 있다면, 1905년 이전에 설립되어 문화재로 지정된 성당 건물에 대해서 지원하는 유지 및 보수비용 정도이다. 그나마, 1905년 이후에 지어진 성당들에 대해서는 그 유지 보수를 모두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정교분리 원칙의 확립과 함께, 교회의 성직자들과 상근 평신도들의 인건비 및 경상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만든 것이 기부금(Denier)제도이다. 교구에 자신이 연간 액수를 책정하여 내는 일종의 헌금이다. 한국의 교무금과 비슷하나, 교구에 낸다는 점이 다르다.

2006년을 기준으로 모두 150만 가정에서 2억 유로의 기부금이 들어왔고 이는 프랑스 가톨릭교회 전체 수입의 3분의 1 정도를 차지한다. 이외에 주일헌금 22%, 세례, 혼배성사, 장례미사 때 내는 감사금이 22%, 기타 기부금 13%, 기타 부동산 및 금융수입이 10%를 차지하고 있다. 한편 프랑스 가톨릭교회의 지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역시 인건비다. 프랑스 전역에 1만 5천여 명의 사제와 교회 및 관련기관에 1만여 명의 평신도가 고용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들의 인건비가 전체 교회 예산의 4분의 3을 차지한다.

현재 기부금 총액은 기존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으나, 문제는 새로이 기부금을 내는 신자의 수가 늘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 그 원인은 간단하다. 젊은이들이 교회를 찾지 않고, 새로이 신자들이 늘지 않기 때문이다. 기부자들이 점점 고령화되고 있다. 이는 장기적인 재정감소를 의미하며, 교회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다.

그래서인지 최근 몇 년 들어 기부금 모금 방식도 매우 적극적으로 바뀌었다. 여느 길거리에서 교회의 기부금을 독려하는 광고간판을 볼 수 있는가 하면, 거의 대부분 교구들이 교구 사이트에서 직접 인터넷 결제와 자동이체 약정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기부금 모으는 데 안간힘을 쓴다. 많은 교구에서 기존 신자들의 약정액을 높이는 데 신경을 쓰기보다는 새로운 기부자 찾기, 특히 젊은이들의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사제가 없어서, 신자가 없어서 문을 닫는 본당이 있었다면 머지않은 미래에는 재정부족으로 문을 닫는 본당이 생기거나, 평신도 직원들을 해고해야 하는 사태를 나타날 조짐이 보인다. 에브리 교구 뒤보스트 주교의 말을 빌리면 사제를 재정부족으로 해고할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안정현/ 지금여기 파리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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