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사상> 지령 600호 맞아 경동교회에서 기념식과 강연회 열어

경동교회 기념식장에서 격려사를 하고 있는 박형규 목사

<기독교사상>이 1957년에 창간한 이래 지령 600호를 발행하면서 지난 12월 9일 서울 경동교회에서 기념식을 열었다. <기독교 사상>은 1953년에 장준하 선생을 주축으로 창간된 <사상계>와 더불어 독재정권 시절에 지식인들과 종교인들에게 문제의식을 던져주었던 매체로서 정지강씨는 600호 권두언을 통해 “혼란의 현실을 꿰뚫어보고 그 현실을 극복할 방향을 제시하는 지성의 성찰”을 드러내는 잡지를 발간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이를테면, 4.19를 불러온 이승만 정권의 부패와 무능에 대해서 기독교도 한 몫 했다는 반성도 있었는데, 이승만은 감리교인으로 정동교회 예배당에 별도로 자리가 정해져 있었으며, 기독교는 개신교 대통령을 지지하고 특혜를 누려왔다고 비판했다. 5.16군사쿠데타 이후에는 ‘혁명반대론’을 실어서 정권에 의해 협박을 당하고,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판매금지를 당하기도 하였다. 5공시절에는 한국선교 100주년 기념호에서 북한선교를 주제로 삼은 게 문제가 되어 6개월 간 강제정간을 당한 적도 있다.

이날 기념식에서 초대 편집주간을 맡았던 박형규 목사(남북평화재단)는 "<기독교사상>은 3선 개헌을 반대한 유일한 언론이었다"며 자신의 경험을 소개하였고, 정지강 발행인(대한기독교서회 사장)은 "독자들 덕분에 독재정권 당시 정간을 당하면서도 <기독교사상>이 한국사회에 어두운 역사를 뚫고 나아가야할 길을 제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권오성 총무(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학창 시절엔 이 잡지를 옆구리에 끼고 다니는 것만으로도 자랑스러웠으며, 서남동 목사도 빨갛게 밑줄을 치며 읽을 정도”였는데, “한국교회의 보수적 신학 풍토 위에 기독교의 비종교화, 세속화신학, 해방신학, 여성신학 등 세계신학의 흐름을 소개하는 유일한 통로였다"고 말했다.

함세웅 신부

한편 이날 참석한 함세웅 신부(기쁨과희망사목연구원 원장)는 축사를 통해서 “가톨릭교회에도 <경향잡지>처럼 오래된 잡지가 있지만, 기관지 성격으로 세상 소식을 전하지 못한다”며 <기독교사상>이 부러워하였고, “최근에 젊은 사제들이 새롭게 시도한 <사목>지 마저 주교들이 의식이 없어서 폐간시켰다”고 말했다. 또한 예언자 이사야의 “하느님의 말씀이 몽치가 되어 불의한 자를 내리치신다”는 말을 빌어 <기독교사상>이 정의를 이루는 길잡이와 파수꾼 역할을 해달라고 부탁하였다.


정진홍 교수
기념식 뒤에 '혼란의 시대-종교,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종교학자 정진홍 교수(이화여대 석좌교수)의 강연회가 진행되었다.

그는 이 강연에서 “종교는 우리 시대 혼란의 일부이며, 혼란을 수습할 주체이기도 하다”면서 초월과 신성과 신비를 말하는 “종교 역시 철저히 ‘땅의 현실’이며... 그저 하늘에서 하늘을 바란다는 것은 의미 없다”고 말했다.

우리 시대의 혼란 속에서 종교가 할 수 있는 일은 “정직해지는 것뿐”이라고 말한 정진홍 교수는 기독교가 정직하게 스스로 승인하면서 용서를 빌어야 할 것은 “친절하기에는 너무 독단적인 근본주의 신학, 사랑하기에는 너무 모자란 유치한 교회, 그리고 돈독한 믿음이라기에는 너무 경망한 편리한 환상에의 몰입”이라고 하면서 오만과 기만의 구조를 지닌 교회는 하느님을 관리하고 경영하려는 태도를 버리라고 주문했다.

 

한상봉/지금여기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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