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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의 연대성에서 벗어나 경제민주주의 이루어야”사제단, ‘삼성그룹과 입법·사법·행정부의 회개를 위한 미사’ 봉헌

 

   
11월 26일 오후 4시, 제기동성당에서 봉헌된 시국 미사.
이날 미사 지향은 삼성그룹과 사법·입법·행정부의 회개였다.

 
지난 11월 26일(월) 오후 4시, 서울 제기동성당에서는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하 사제단)의 주최로 ‘삼성그룹과 입법·사법·행정부의 회개를 위한 미사’가 봉헌되었다. 이날 미사는 사제단 소식 사제 30명과 약 200명 신자들이 참석하였다.

이날 강론을 맡은 사제단 총무 김인국 신부는 고난의 길을 걷고 있는 김용철 변호사와 그 가족을 위해 기도해줄 것을 부탁하는 말로 강론을 시작하였다. 김 신부의 강론에 따르면, 사제단이 처음 김 변호사를 만나 이야기를 들은 것은 10월 18일이었고, 그 뒤 10일 동안 김 변호사로부터 엄청난 이야기를 들으면서 식별의 시간을 가졌다. 사제단은 양심선언 뒤 닥칠 고난을 생각해 김 변호사에게 다시 깊이 생각할 것을 권했지만 김 변호사의 의지는 확고했다. 김 변호사는 사제단을 찾아오기에 앞서 여러 시민사회단체와 종교단체와 만났지만 뜻을 함께 해주는 곳이 없었다. 그래서 사제단은 하느님께서 이끌어주셔서 김 변호사가 사제단으로 왔으니, 20년 전 박종철 군 고문치사 은폐조작 폭로 때처럼 자기 본분에 충실하기로 결정하였다.

김 신부는 첫 기자회견만으로 세상이 발깍 뒤집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나 삼성은 부인했고, 관련 기관은 발뺌했고, 언론은 침묵했다. 이것을 보면서 사제단은 죄의 연대성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고 한다. 강론을 마무리하면서 김 신부는 곧 시작되는 대림절에는 우리 모두가 경제민주주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깨어 기도해 줄 것을 부탁했다.

   
미사 뒤 진상규명과 특별검사제 도입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에 참여하는 신자들.

 
이날 미사 때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소속 단체와 예수살이공동체, 21세기가톨릭포럼의 이름으로 “삼성불법비자금 사건에 관한 천주교 평신도 선언”을 발표하였다. 이 성명서에서 이들 단체들은 김 변호사와 사제단의 용기와 정의로운 행동을 지지하며 적극 함께 할 것을 다짐하면서, 더 많은 관련자들이 양심선언을 통해 삼성 비자금의 실체를 밝히는 데 협력할 것을 촉구하였고, 청와대와 정부는 삼성 비자금 특검법을 거부하거나 무력화시키려는 시도를 즉각 중단하고 적극 협력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들 단체 회원들은 미사 뒤 참석 신자들을 대상으로 진상 규명과 특별검사제 도입을 위한 서명운동을 벌였다.

[성명서 전문]

삼성불법비자금 사건에 관한 천주교 평신도 선언

우리는 김용철 변호사와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용기로 말미암아 밝혀지고 있는 삼성그룹의 불법비자금 조성사건에 대하여 경악과 깊은 우려를 표명하며 다음과 같이 우리의 생각을 밝히고자 한다.

지난 ‘97년 외환위기 이후 우리 사회에는 신자유주의가 주도하는 시장 만능주의, 경제 만능주의가 날로 심화되고 있다. 이제 우리 사회의 목표와 가치가 ‘공동선’이 아니라 오직 ‘돈’이 되어 버린 지 오래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삼성그룹의 불법 비자금 조성과 이를 이용한 사회 전반에 걸친 불법 로비에 대하여 회개를 촉구한 것은 어쩌면 우리 사회가 가질 수 있는 마지막 회개와 쇄신의 기회일지도 모른다.

삼성그룹이 불법적인 방법으로 막대한 비자금을 조성하고 이 비자금을 통해 법조계를 비롯하여 정계, 관계, 언론계 등 우리 사회를 움직이는 요소요소를 매수하여 지속적으로 관리를 해왔다는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고발은 그 자체로서 큰 충격일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 부패사슬이 얼마나 뿌리깊은 것인지 되돌아보게 한다. 아울러 아무리 불법과 탈법을 저질러도 나만의 이익에 현혹되어 묵인되고 용인되는 우리 사회의 풍토와 도덕성 불감증은 우리 사회의 총체적 쇄신과 의식 개혁이 절실하며, 공평과 정의를 새롭게 세워야 할 때임을 자각하게 한다.

이에 우리는 먼저 삼성그룹이 스스로 불법적 행위를 전면적으로 고백하고 회개할 것을 요구한다. 우리나라의 경제계를 대표하고 있는 삼성그룹은 지난 날 우리 경제에 커다란 기여를 해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삼성그룹이 화려한 성장의 뒤편으로 엄청난 부를 축적하고 불의한 방법으로 유지, 확대시킴으로써 여러 차례 사회문제화 되어 왔음을 기억하고 있다. 이제 삼성그룹은 이 사건을 계기로 과거 음습했던 부분을 털고 자신들이 주장해온 ‘글로벌 스탠다드’에 입각한 세계적인 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 재벌 총수에 의한 제왕적 경영에서 투명한 시스템에 의한 경영을 통해 세계 경제계를 선도하는 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 그것이 진정으로 삼성그룹과 모든 관계된 사람과 기업을 살리는 유일한 길이다.

또한 우리는 이 소중한 기회가 사라지지 않도록 김용철 변호사처럼 이 사건에 연루된 법조계, 정계, 관계, 언론계 등 삼성과 불의하게 연계된 사회 각계각층의 관련자들이 스스로 양심에 따라 고백하고 회개할 것을 촉구한다. 아울러 검찰은 이번 사건에 대하여 철저하고 투명한 수사를 함으로써 국가경제의 기틀을 다시 세우고 국민적 신뢰 속에 거듭날 수 있기를 바란다.

우리는 최근 국회에서 삼성 비자금 특검법이 많은 어려움 속에서 축소된 상태에서라도 간신히 통과된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청와대와 정부 관계자는 국가 신인도가 낮아질 것을 걱정하면서 여러 법 논리를 내세워가면서 거부권 행사를 운운하고 있다. 삼성권력이 어느 정도인지 다시 한 번 실감하게 하는 대목이고, 이번 기회야말로 삼성을 거듭나게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사실을 절감하게 된다.

우리는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과 김용철 변호사의 결연한 의지에 대하여 존경과 격려를 보내며, 함께 기도하며 적극 동참할 것을 다시 한 번 다짐하며 우리의 생각을 분명히 밝힌다.

- 우리는 김용철 변호사와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용기와 정의로운 행동을 지지하며 적극 함께 할 것을 다짐한다.
- 우리는 더 많은 관련자들이 양심선언을 통해 삼성 비자금의 실체를 밝히는 데 협력할 것을 기대한다.
- 청와대와 정부는 삼성 비자금 특검법을 거부하거나 무력화시키려는 시도를 즉각 중단하고 적극 협력해야 한다.

2007년 11월 26일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가톨릭노동사목전국협의회, 새세상을여는천주교여성공동체, 우리신학연구소, 인천가톨릭청년연대, 천정연평화통일위원회, 천주교인권위원회, 천주교정의구현목포연합, 천주교정의구현상주연합, 한국가톨릭농민회), 예수살이공동체, 21세기가톨릭포럼

/박영대 2007.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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