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윗의 자손이시며 아브라함의 자손이신 예수 그리스도’라는 이 말씀은 하느님께서 아브라함과 다윗에게 하신 그 약속을 그들 후손에게 상기시키면서, 예수님께서 그 약속들을 완성하실 분이심을 선언한다. 어쩌면 신약 ‘첫 장부터 무슨 이름이 이렇게도 많은가?’라는 그런 생각마저 든다. 그렇지만 우리는 읽고 또 읽고, 쓰고 또 쓴다. 이유는 ‘단 하나’, 예수님 때문일 게다.

이렇게 예수님의 조상들이 있었기에 아브라함과 성령으로 마리아에게서 난 예수님 사이의 연결이 가능했다. 이렇듯 예수님 족보의 등장은 구약의 예언이 성취되었음을 알리려는 데 있었다. 하느님께서 아브라함과 맺으신 그 약속이 예수님을 통해 만천하에 이루어졌다는 거다. 그러므로 하느님의 인류 구원약속은, 예수님을 믿는 모든 이에게 그 어떤 차별도 없이 적용된다.

신약은 예수님의 족보로부터 시작된다. 그 족보는 끝없이 계속되는 동사로 수를 세다가 끝이 난다. 그 동사는 ‘낳고 낳았으며 또 낳았다.’이다. ‘십사 대’라는 그 개수를 세다가는 잊고 잊고서는 다시 십사 대 또 십사 대이다. 그러다보니 ‘끝없이’라는 말밖에는. 끝없이 낳고 낳았으며 낳았다가 이어진다. 아브라함에서 예수님까지지만, 달리 보면 하느님에서 하느님까지 일 게다.

유대인의 족보에 성모님을 뺀 네 명의 아낙이 등장한다. 누구누구에게서의 그 누구누구는 반드시 어느 여인네의 몫이다. 예수님도 ‘누구누구에게서’에서 태어나셨다. 나자렛 지방의 아리따운 처녀 마리아이다. 그의 남편은 야곱의 아들 요셉이다. 사실 성모님을 뺀 나머지 여인들은 다 이방인이다. 혈통을 중시하는 이스라엘의 이 족보에 이 이방인 여인네들의 등장은 그들 심장부에 이방인들이 실제 있었음을 뜻한다. 그래서 그들 족보에 ‘에게서’는 어쩜 필요했으리라.

이 예수님 족보는 아브라함에서 다윗, 그리고 치욕스런 바빌론 유배, 마지막으로 그리스도까지 연결되는 역사상 가장 중요한 세 시점들로 구분하면서 이스라엘 민족에 하느님의 뚜렷한 개입을 드러낸다. 그 부귀와 영화를 가져다 준 찬란한 역사와 부패한 통치로 결국은 타락과 파멸을 뜻하는 유배의 암흑 세월에서 중심인물이 두루두루 잘 나타난다. 이는 하느님의 구원이 어떤 죄와 치욕에도 방해받지 않고 당신 백성에게 손길을 주고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이리라.

가계를 존중하는 사회에서 어찌 보면 족보가 참 중요하다. 자신을 내세우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이듯이, 족보에는 의당 좋은 것만을 남기려 했다. 우리의 조선 시대가 그랬다. 문중에서 부끄러운 이는 의도적으로 빼고 벼슬 한 이는 실제 이상으로 과장하는 게 보통의 족보이다. 그렇지만 예수님 족보는 상당히 다르다. 그 족보에는 부끄러운 것까지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 왜 그럴까? 하느님 생각은 우리 마음과는 다르기에. 따라서 그분의 구원계획은 이해하기 어렵다.

구약을 마무리하면서 예수님 탄생 경위를 전하는 족보를 본다. 이제는 더 이상의 예수님 족보는 없다. 예수님다음은 그 어느 누구도 없으리라. 그분은 태어나셨지만 만들어진 게 아니기에. 계신 분으로 계시다가 오신 것에 불과했기에. 그분은 그렇게 다음에 또 오실게다. 누구누구에게서가 아닌 스스로 그렇게 오실 게다. 정녕 그분에게는 ‘누구누구에게서’가 필요 없다. 그분은 영광에 쌓여 오신다. 당당히 하늘의 군대를 이끌고 여러 천사를 대동하고 보무도 당당히 그렇게 오시리라. "하늘 높은 곳에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그가 사랑하시는 이들께 평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