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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참다운 사제에게 큰 박수를/대림 제1주간 토요일

닉네임
늘벗
등록일
2019-12-07 01:02:27
조회수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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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jpg (285612 Byte)

이는 실화다. 주인공 신부님은 늘 샌들을 신는단다. 추운 날씨에도, 미사를 집전할 때도. 그것을 고집하는 남다른 이유가 있다나. 그는 북방선교 일환으로 중국에 10년 넘게 머물면서 추위에 떠는 이들을 숱하게 만났다. 그는 ‘내가 추위에 떨지 않으면 가난하고 힘들게 사는 이웃을 잊을 것 같아서 이렇게 일부러라도 독한 마음으로 발버둥치는 것’이라나. 2년 전 귀국해, 가난한 신자가 많은 어느 본당에 부임했다. 미사를 봉헌하는데, 눈물이 날 정도로 감격스러웠단다.

이유는 그렇다. 중국에서는 공안 당국이 때로는 봉헌 미사를 허가하지 않아 홀로 벽을 보고 미사를 드렸단다. ‘또한 사제와 함께’라는 응송도 사제인 그가 직접 했을 정도였다나. 그런데 본당에 부임하자 신자들이 그 응송이 큰 소리였단다. 그는 그 감동을 잊지 않고 정말 정성을 다해 미사를 드린다. 그는 신자들 얼굴도 익힐 겸해서 가정방문하며 반구역 미사를 봉헌한다. 그때 ‘냉수 한 잔’의 원칙을 세웠다. 그런데 인삼차를 내온 가정이 있었다. 그는 “이걸 마시면 인삼차도 내올 형편이 안 되는 가정에서는 미사를 할 수 없게 된다.”라며 끝내 그걸 물렸다나.

반구역 미사를 봉헌할 때면 강론을 짧게 하고, 신자 한 명 한 명의 발을 닦아준다. “눈물 콧물 정신없이 쏟는 신자들 얼굴을 그냥 볼 수 없어 가난에 찌든 발만 보며 정성껏 닦죠. 얼마나 고생들을 하며 살아왔는지 신자들 발 모양은 그 상상을 초월하지요. 그들의 우는 모습에서 그들이 따뜻한 사랑에 얼마나 목말라하며 사는지를 알 수 있었죠.”라며 신부님도 숙연해지신다.

그는 영명축일 축하 모임은 아예 갖지 않는다. 어떤 물적 예물 없이 대신 종일 고해소에서 냉담 풀고 돌아온 신자분과 이야기 나눈다나. 그는 평소 신자들에게 “이토록 저를 위해 기도해주시는데 어디 더 바라겠습니까. 정 선물하고 싶으시면 냉담교우 데려와 주세요.”라고 말한다. 또 신자들 냉담기간을 양주 숙성에 빗대어 7년, 심지어 210년산이라며 정말 대견해 하신단다.

누가 뭐래도 겸손과 자비만을 펴는 참다운 사제다. 주님의 뜻을 온 몸으로 실천하시는 진정한 사제다. 예수님께서는 열두 사도를 보내시며 분명히 분부하셨다. “이스라엘의 길 잃은 양들에게 가서 ‘하늘 나라가 가까이 왔다.’라고 선포하여라. 앓는 이들을 고치고 죽은 이들을 일으켜라. 나병 환자들을 깨끗하게 하고 마귀들을 쫓아라.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마태 10,6-8).”

지금 어느 교구에서는 ‘영명축일, 은경 축, 은퇴식 등 사제 개인의 행사를 극히 간소화할 것과 인사 이동시 전임 본당 간부진을 대동하거나 이임 본당 간부진이 맞이하는 관행을 없애고 사제 혼자서 부임할 것’ 등의 쇄신안이 사제 총회에서 발표되었단다. 이는 “사제들은 순명과 정결의 서약을 하였을 뿐 가난의 서약은 하지 않았다는 말이 화려한 삶을 살아도 괜찮다는 것은 진정 아니다. 사제가 가난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가난한 자에 대한 지극히 당연한 배려’이다.

반구역 미사 봉헌 때, 신자들의 발을 닦아주시는 신부님이야 말로 하늘에 계신 분의 뜻을 실천하는 사제다. 정말 우리 가슴을 뭉클하게 해 주는 사제다. 그리고 사제의 영명축일을 본당 수녀님들 수준으로 하시겠다는 신부님들께 큰 박수를 보낸다. 마치 반석위에 단단한 집을 지어 보무당당하게 하늘 나라로 가시는 기분일 게다. 다 하느님 자비의 뜻이 배어있는 기쁜 소식이요, 그분 영광 드러냄이다. 지금 찬바람 이는 바깥에선, 그 나라가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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