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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대림은 믿음이 철드는 시기/대림 제1주간 화요일

닉네임
늘벗
등록일
2019-12-03 04:02:31
조회수
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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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jpg (132351 Byte)

“이제 저도 철이 들었습니다.” 어느 분이 허리 수술로 입원 후 퇴원하면서 자랑스럽게 한 말이다. “그 많은 연세에 어디 철이 다 들다니요?”라는 대꾸에 고개를 갸우뚱 잇는다. “허리에 철 심는 수술을 눈 딱 감고 겁도 없이 했지요. 그러니 제가 철든 거죠.” 철든 이치고 철난 이 마냥 세월이 가져다준 그 몸 동아리에 넣어진 그 철을, 다소 ‘여유’로 받아준 것이 참 좋았다.

철없는 이를 철모른다며, 우리는 통상 ‘철부지[부지; 不知]’라 한다. ‘철’은 ‘계절’을 뜻하고, 계절의 변화를 모르면 철모른단다. 즉, 철부지란 옳고 그름을 모르는 이를 의미한다. 일상적으로 아는 철부지는, 사리를 분별하지 못하는 어린이를 말할지라도. 그러나 반드시 애를 두고 철부지가 아닐 게다. 어쩌면 삶의 곳곳에 담긴 하느님 손길을 깨닫지 못하는 이에게 해당할 수도.

‘예수님도 성령 안에서 즐거워하시며 말씀하셨다. “하늘과 땅의 주인이신 아버지, 지혜롭고 슬기롭다는 이들에게는 감추시고 철부지들에게는 드러내 보이시니 아버지께 감사드립니다. 그렇습니다. 아버지의 선하신 게 이렇게 이루어졌습니다. 나의 아버지께서는 모든 것을 나에게 넘겨주셨다. 그래서 아버지 외에는 아들이 누구인지 아무도 모른다. 그리고 아버지를 드러내 보여 주려는 그 아들 외에는 아버지께서 누구이신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루카 10,21-22 참조).’

예수님께서는 ‘하느님 아버지와 아들’에 관해 말씀하시면서 ‘아버지의 선하신 뜻’이 철부지들에게는 드러내 보이셨단다. 그들에게만 드러내 보이셨다는, 선하신 그분의 그 뜻은 과연 무엇일까? 세속에 빠진 이에게는 감추어진 이 뜻은? ‘네 마음을 다하고 네 목숨을 다하고 네 힘을 다하고 네 정신을 다하여 주 너의 하느님을 사랑하고,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

세상 종말을 대비해 우리가 더욱더 관심을 가져야 할 계명이다. 샤마 이스라엘(들어라 이스라엘아), 하느님 아버지와 그 아들이 그토록 철부지에게 드러내시고자 한 오늘날, 모든 이가 되새겨야 할 그분의 ‘선하신 선한 뜻’이다. 믿음은 모든 것에 작용하여 하느님의 섭리를 깨닫게 하기에, 하루하루 살아가는 우리 신앙인에게는 하느님 신비의 놀라움이 일상 안에 더해지리라.

사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을 향하여 “너희가 보는 것을 보는 눈은 행복하다.”라고 이르셨다. 군중은 영광스러운 메시아를 기대하고 있지만, 하느님의 선하심과 인자한 사랑을 나타내는 겸손하고 단순하며 전적으로 다른 이들과 엇비슷한 모습으로 오신단다. 사람으로 오시는 하느님의 아들인 예수님을 알아 모시기 위해, 우리 마음의 눈을 활짝 열어 놓자. 철이 들었다는 것은 나이가 들었다기보다 믿음이 깊어졌다는 말일게다. 지금 우리는 과연 믿음에 철든 이일까?

매번 이야기하고 매번 들어 왔지만, 믿는 이의 대림 시기는 '이미'와 '아직' 사이에 있단다.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 안에서 이미 완성된 구원과, 다시 오실 마지막 날의 아직 사이에 있다는 거다. 따라서 이 세상 짧게 순례하는 그리스도인은 깨어 기다리면서, 신앙의 자세를 늘 흩트리지 말아야만 할게다. 샤마 이스라엘에 담긴 가장 큰 계명은 하느님 사랑과 하느님께서 사랑하시는 이 사랑이다. 철부지에게 드러내시고자 한, 믿는 이들이 새길 그분의 선하신 선한 계명이다. 대림 시기는 구세주이신 하느님의 아드님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 세상에 다시 오실 것을 기다리며, 회개와 속죄로 만남을 준비하는 기간이다. 믿음에 깊이를 더하는 철들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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