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을 위한 장례미사라....?
[교회상식 속풀이 - 박종인]
현대사회에서 간과할 수 없는 것 중에 하나를 들라면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을 그중 하나로 꼽고 싶습니다. 반려동물을 찍은 사진과 흥미로운 동영상들이 넘쳐 나고 좀 더 넓게는 동물들이 보여 주는 온갖 귀엽고 재미있는 모습들이 마음을 흐뭇하게 해 줍니다.
그래서인지 반려동물에게 세례를 줄 수 있나? 반려동물를 위한 장례미사도 가능하지 않느냐? 등의 질문을 받는 게 크게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전에도 우스갯소리로 들려 드린 적이 있습니다만, 성당을 개보수해야 하는데 돈이 없어 고민하는 본당사제의 이야기 기억나시나요?(“견진성사는 주교만 집전하나요?”) 그에게 재산 많은 노부인이 찾아와 자신의 반려견에게 세례를 주면 본당에 큰돈을 희사하겠다고 해서 세례를 줬습니다. 급기야 주교가 그 소문을 듣고 그 신부를 호출했습니다. 혼날 각오를 단단히 하고 간 본당사제에게 주교께서 하신다는 질문이…. “그 개는 언제 견진받는답니까?”였습니다.
그냥 웃고 넘어갈 재미있는 농담인데, 요즘 어떤 분들에게는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싶게 귀가 솔깃한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그만큼 동물의 존엄을 생각하는 동물권도 커진 것이겠죠. 이런 분위기는 환경, 생태가 인간의 삶과 불가분의 것임을 더욱 깊이 인식하게 되면서 함께 자라 온 것이라 하겠습니다.
저는 동물이 굳이 세례를 받아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세례는 그리스도교에 입문하여 하느님의 자녀가 되기 위한 성사로서, 세례를 받는 이가 “원죄”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지은 죄(본죄)를 용서받고 새로운 생명을 얻도록 해 줍니다. 그런데 이 사건에 선과 악을 구분하지 못하는 동물을 끼워 넣을 것까지는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동물을 “축복"하는 것은 매우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을 창조하실 때 하느님께서 동물들에게 복을 내려 주셨습니다. 집, 자동차, 상점, 사무실 등등도 축복하는데 동물을 빼 둔다는 것은 말도 안 됩니다.
2014년 한국천주교주교회의를 통해 발간된 “축복예식” 제21장에도 동물축복 예식이 담겨 있습니다. 여기에 착안하여 현대의 정서를 고려할 때, 반려동물을 위한 장례미사까지는 너무 과하다고 해도 반려동물을 그 가족과 떠나보내는 예식은 창의적으로 해 볼 만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반려동물의 장례에 대해 궁금해 하시는 분들은 좀 더 나아가 반려동물의 구원 여부에 대해서도 물어 오십니다. 하느님께서 어린 양을 좋아하셨으니 천국에도 어린 양이 있을 것이고…. 양이 있는데 개가 없을 리 없고…. 천국에도 당연히 동물들이 있겠죠.
앞서 언급한 “축복예식”에도 이런 부분이 있습니다. "짐승들도 인간의 속죄 의식에 참여하여(요나 3,7 참조) 다른 모든 피조물과 함께 그리스도의 구원에 참여합니다”. 짐승들도 인간이 구원받는데 함께 동참하고 궁극적으로는 구원에 이른다는 인식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어떤 이는 식물에는 생혼, 동물에는 각혼, 인간에는 영혼이 있다고 구분하고 구원의 대상을 영혼에만 국한하여 보고자 합니다. 그러나 세상을 지어내실 때 자연과 온갖 짐승들을 인간에게 선물해 주신 분께서 저 세상으로 넘어간 인간에게는 그 선물을 더 이상 안 주실 것이라는 단정은 어째 섣부른 것이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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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인 신부(요한)
서강대 인성교육센터 운영실무.
서강대 "성찰과 성장" 과목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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