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것은 ‘그분의 일’을 하는 것이겠지요

[지금여기 편지]

2012-10-30     한상봉

 ⓒ 황동환

거듭나게 씻고 씻어야 보이는 당신
손톱 한 끝만 부실해도
떠나버리는 당신 앞에
오늘 밤은 땟수건이 닳도록 밀었더니
온몸 달아올랐습니다

맑은 매무새로 기다려도
오지 않는 당신
(임여자, 시)

최근에 오프라인 신문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정식간행물이 아니라, 전단지 대신에 일단 홍보 용도로 만들어보기로 하였습니다. 아마 11월 중순 쯤 선을 보일 수 있을 겁니다. 그동안 저희 기자들이 썼던 기사와 칼럼리스트의 글 가운데 시의성을 타지 않고, 언제 다시 읽어도 좋을만한 글을 고르고 있습니다. 교정지를 바라보며, 다시금 활자의 힘을 느낍니다. 온라인 인터넷 기사는 한번 읽고 흘려지나가기 쉬운데, 지면에 박힌 문장은 시선을 쉽게 옮기지 못하게 하더군요.

저희가 교회 안에서 ‘새로운 언론 매체’를 고민하면서 인터넷신문을 선택한 것은 ‘우선’ 재정문제 때문이었지요. 종이신문이야 언감생심입니다. 이번에 준비하면서 파악해보니, 5천부 이상 찍으려면 한 회에 적어도 300만 원 정도 필요합니다. 그러나 인터넷 신문은 컴퓨터와 인터넷 전용선만 깔아놓으면 일단 시작할 수 있지요. 그래서 정작 필요한 것은 ‘사람’이지요. 처음엔 무급 객원기자의 봉사로 신문기사가 작성되곤 했는데, 결국 유급 상근기자가 있어야 제 때 제대로 된 기사를 올릴 수 있다는 경험적 확신이 생기고, 지금은 상근기자를 중심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가장 중요한 것이 ‘월급’입니다.

그동안 여러 독자들의 후원 덕분으로, 한 달도 월급을 거르지 않고 줄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그러니 성령께서 하시는 일이라 믿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를 만들어 나갈 수밖에 도리가 없습니다. 그분께서 하시는 일을 저희가 거들고 있다는 생각으로 언론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당장에 현실로 다가오는 재정문제는 어떻게든 해결하고 가야하니, 고민이 아예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기자들은 기사만 열심히 쓰면 될 테지만, 편집국장을 맡고 있는 저로서는 ‘구멍가게 언론’에서 운영문제에 골몰하게 됩니다.

최근에 비좁은 공간을 탈출해 제법 넓은 공간으로 사무실을 이전했는데, 이번엔 올 겨울을 어찌 나야할지 고심하고 있습니다. 작년 겨울에 석유난로를 구입했는데, 기름값이 어지간합니다. 가능하다면 이번 기회에 냉온풍기를 구입하자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마침 건물에 도시가스가 공급되니, 연료비도 많이 절약될 것입니다. 하지만 냉온풍기는 생각보다 가격이 비쌉니다. 그래서 올 겨울엔 일단 석유난로를 써보고 나서, 나중에 한번 생각해보자고 의견을 모았습니다. 당장에 운영비가 더 급하기 때문입니다. 늘어난 기자로 올해에는 매달 적자분이 발생하니, 이 문제부터 해결하자는 것이지요.

문제해결이야 한 가지 방법밖에 없습니다. 후원자를 더 늘려야 하는 것이지요. 오프라인 신문이 나오면, 그걸 홍보지로 사용해 더 많은 이들이 저희 매체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손이 닿는대로 주변에 후원을 부탁드리는 것이지요. 지난 주에 독자들에게 편지를 띄우고 나서, 후원자가 딱 10명 늘었습니다. 정말 고마우신 분들입니다. 한 분은 2만원씩 하던 후원금을 3만원으로 상향조정하겠다고 전화를 주셨습니다. 이런 분들의 손을 빌려 하느님의 자비를 느낍니다. 교계 지원을 받지 않는 독립언론을 표명하고 있기에, 자발적인 소액후원자를 늘리는 일이 무척 힘들겠지만, 그래도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그 말에 여전히 의지하며, 오늘 그리고 내일 역시 해야 할 일을 할 것입니다.

거듭거듭 저희 언론을 바르고 정갈하게 닦아나가다 보면, 어느덧 저희의 온몸이 달아올라, 이번 겨울을 오히려 행복하게 날 수 있을 것입니다. 여전히 중요한 것은 ‘언론’을 매개로 그분의 일을 하는 것이겠지요. 다음 한 주간 독자 여러분의 가정에 따뜻한 볕이 그치지 않고 다복한 일상이 지속되기를 기원합니다.

2012년 10월 30일

편집국장 한상봉 드림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