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잘 지내셨나요?

2012-10-04     한상봉

▲ Denzlingen. 2009. Jan. ⓒ 박홍기

햇빛 속 떠도는 바람은
무슨 얘기를 듣고 찾아온 걸까.
자갈투성이 길을 걸어
내 괴로움 안으로

이것을 누구의 집이라 할까
햇빛 속 떠도는 바람의 집이라 할까
내 괴로움에는 내가 없고

보아라, 슬픔이 한 손으로
속곳을 잡고 조심조심 걷는 것을

이성복 시인이 적은 '누구의 집이라 할까'라는 시입니다. 세상은 햇빛 가득한 듯이 밝고 환하고 '살만하다'고 하는 것만 같은데, 떠도는 바람이 내 괴로움 안으로 들어와 마음을 후벼놓고 사라지곤 다시 찾아오는 것입니다. 그러나 정작 내 마음은 내 괴로움에 시달리지 않을만큼 커져서  오히려 '세상의 슬픔'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나보다 더 가슴 시린 사람들을 찾아서 그 안에 내가 바람이 되어 속상한 가슴을 씻어주고, 서늘한 가슴을 데워주고 싶은 게지요.

한가위 추석, 가족들과 충분히 행복하셨는지요? 그 가운데 더 아픈 가족에게 송편 하나라도 더 입에 넣어주셨는지요? 다복한 가정에서 다복한 세상으로, 가족과 더불어 가족을 넘어서 사랑하자고 목청 돋구시던 분이 예수님이시라면, 우리도 마땅히 그래야 하겠지요.  

10월은 전교의 달입니다. 이는 기실 천주교 신자를 더 많이 만들어내자고 다짐하는 일이 아니겠지요. 성당 가기를 포기한 신자들을 부추겨 다시 미사참례하자고 꼬드기자는 것이 아니겠지요. 주님께서 저희에게  '교회를 통하여' 전해주신 가르침을 널리 세상에 펴자는 것이겠지요. 어떻게? 내 삶의 증거를 통해서 말입니다. 그래서 이번 달에는 "신앙이 도대체 뭔지" 교리적인 신앙이 아니라, 내 삶의 언저리를 여전히 여러 빛깔로 맴돌고 있는 신앙경험을 나누려고 합니다. 

한가위 처럼 행복한 시절이 없이 사는 이들에게도 행복일 수 있는 세상을 기다리면서, 또 한 절기를 넘기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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