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 더위 속, 밀양 송전탑 공사 막던 노인들 실신 이틀째
7월 27일 엄복이 할머니, 28일 양윤기 노인 실신해 병원 후송
중복인 7월 28일 폭염이 이어지는 가운데 27일에 이어 28일에도 밀양시 단장면 사연리에 건설되는 95번 765kv 고압 송전탑 공사를 저지하려던 70대, 60대 주민이 연이어 쓰러져 헬기로 후송되었다.
어제 27일 경북 밀양의 낮 기온이 37도에 이르는 불볕 더위 속에서 밀양 송전탑 공사가 강행되는 가운데 70대 중반의 엄복이 할머니가 오전 9시 30경 갑자기 쓰러졌다. 엄복이 할머니는 송전탑 벌목을 막기 위해 아침 6시에 주민 40여 명과 현장에 도착해 시공사 인부와 대치하고 있었다. 산속에서 혼수상태에 빠진 엄복이 할머니는 응급처지 후 119 구급대에 의해 밀양병원으로 후송되었다.
한편, 28일에는 김준한 신부와 마을 주민들이 송전탑 부지 벌목작업을 막기 위해 아침 7시경 현장에 도착했으며, 이때 이미 시공사 측에서 인부를 시켜 이른 아침부터 전기톱으로 벌목을 하던 중이었다. 대부분이 70대, 80대 노인임을 감안해서 식수를 받아서 산으로 다시 오르던 양윤기(64세) 씨가 산중턱 8부 능선을 오르다 탈진해서 쓰러졌다.
평소 고혈압과 당뇨가 있었다는 양윤기 씨는 쓰러지면서 허리를 다친 것으로 알려졌으며, 현재 밀양병원으로 후송되어 치료 중이다. 양윤기 씨는 무공해 미나리 밭을 일구는 지역 농민이며, 엄복이 할머니가 쓰러진 27일에도 현장에 있었다.
이번 사건을 지켜 본 밀양 시의원 문정선 씨는 "37도를 웃도는 무더위에 지역 노인들은 대부분 탈진한 상태였으며, 어제도 지역 주민 한 분이 공사를 막으려다 탈진해 쓰러졌는데, 오늘 같은 중복 더위에도 공사를 강행한 이유를 알수 없다"며 "송전탑을 그리도 급하게 건설할 이유가 있느냐"고 한전 측에 항의했다.
이어서 문정선 씨는 이곳에 건설 중인 송전탑은 건설 예정 중인 신고리 5, 6호기에서 발전하는 전력을 공급할 목적으로 짓는 것인데 "이렇게 서둘러 공사를 강행하지 말고 주민과 충분히 협의해서 할 것"을 요청했다. 또한 "지금 원전을 짓는 것은 야간에 40% 정도 남아돌면서도 주간에 모자라는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것인데, 정부에서는 에너지 절약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원전 확대보다는 대체 에너지 개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끝으로 "사망한 이치우 어르신뿐 아니라 밀양에서만 벌써 십여 명이 입원한 상태인데, 한전은 주민들의 요구를 못 들은 체 한다"면서 "이렇게 공사를 강행한다면 더 큰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고 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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