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연대의 반론에 대한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의 응답
지난 6월 14일 인권연대는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의 기사에 대한 반론 게재를 요청해 왔다. 6월 12일자에 게재된 <이성도 신부, 재임 중 부당해고 및 사직 강요>라는 기사가 “기초적인 사실조차 확인하지 않은 잘못된 정보와 편견에서 비롯된 전형적인 왜곡보도였다”는 것이다. 또한 이 기사는 “이창영 신부의 횡령사건에 대한 전형적인 물타기 시도”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성도 신부 재임 당시 해고 및 사퇴한 8명의 직원 및 기자들에 대해 이성도 신부가 ‘정당한’ 이유로 해고하거나 스스로 자진사퇴했다고 밝히며, 대구대교구의 잘못을 바로잡으려는 이성도 신부를 ‘파렴치한’으로 만들었으며, 결국 “일방의 주장을 마치 취재결과 확인된 사실인 것처럼 기사를 작성”해 “중대한 오류를 범했다”고 주장했다.
평소 인권연대의 활동에 존경을 표시하고, 기사제공도 받고 있는 상황인지라 무척 당혹스러운 반론이었으며, <가톨릭뉴스 지금여기>는 편집회의에서 논의한 결과 이 반론에 대한 적절한 응답을 함으로써 불필요한 의혹을 해소하고, 스스로 공정한 언론을 위해 필요한 요소들은 수용하기로 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서는 처음 ‘인권연대’의 기자회견 내용을 보도하며, 이창영 신부의 공금횡령 의혹사건에 대한 관심을 가졌다. 그러나 취재과정에서 이 문제가 단순히 ‘이창영 신부 개인’에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라 한국교회 전반에 걸쳐 전방위적으로 고착되어 있는 ‘재정에 대한 그릇된 관행’에서 비롯된 것이며, “교회재정은 교회 사람인 사제들만” 다룰 수 있다는 ‘성직주의’에 대한 개혁 없이는 해결될 수 없다는 문제의식을 공유하게 되었다.
한편, 취재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접하게 된 <가톨릭신문>의 주변인물들을 취재하면서, 이창영 신부의 공금횡령 의혹사건 못지않게 <가톨릭신문> 등 교회기관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처지에 공감하게 되었다. 즉, 성직자들은 공금을 마음대로 처분하고 있고, 그래서 그 과실에 대해 충분히 지탄받아 마땅하지만, 교회기관의 직원 및 기자들은 인권의 사각지대에서 수없이 상처받고, 때로 해고 위협에 노출되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따라서 이성도 신부 재임시 노동문제를 지적한 것은 '편견'의 문제가 아니라 편집방향과 관련이 있는 것이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는 이창영 신부의 공금횡령 의혹사건뿐만 아니라 이성도 신부 재임시 드러난 직원들에 대한 처분과 관련해서도 문제 제기를 함으로써 ‘교회쇄신’의 기회로 삼아야 할 필요를 느꼈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이창영 신부나 이성도 신부 개인이 아니라 ‘사건’과 ‘교회현실’ 그 자체다. 제2의 이창영, 제2의 이성도가 ‘책임있는 사제들 가운데’ 나오지 말라는 법이 없으며, 실제로 무수한 제3, 제4의 문제 있는 사제들이 속출하고 있는 게 교회현실이다.
따라서 <가톨릭뉴스 지금여기>는 교회언론으로서, ‘이창영 신부에 대한 탄핵’이나 ‘이성도 신부에 대한 비난’이 아니라, 모두가 ‘잘못된 교회관행과 성직주의의 희생자’라는 사실을 밝히고, 특별히 교회기관에서 일하는, 그야말로 ‘찍 소리도 내지 못하는’ 목소리 없는 자의 목소리를 들려주어야 한다고 여겼다. 다만 여기서 <가톨릭뉴스 지금여기>가 어떤 방법으로든 이성도 신부를 수소문해서 그의 입장을 듣지 못한 점은 실책으로 받아들인다.
지난 6월 4일 이후 <한겨레신문>을 통해 ‘이창영 신부의 공금횡령 의혹사건’이 연일 보도되었지만, 그 기조는 이창영 신부를 범법자로 확정하고, 이창영 신부를 두둔하는 대구대교구 또는 <가톨릭신문>에 의해 ‘불이익을 받은’ 두 명의 기자들을 원직복귀하라는 요구로 귀결되었다. 그러나 사실상 원직복귀되어야 할 사람들은 그들 뿐 아니라, 이성도 신부 재임시 이런저런 이유로 회사를 떠나야 했던 모든 직원 및 기자들이다. 이에 대해서는 이미 6월 14일에 게재한 <한국교회, 성직주의 벗어나 좀 더 상식 있는 교회로>라는 데스크칼럼을 통해 밝힌 바 있다.
한편 인권연대 측은 <가톨릭뉴스 지금여기>가 “기초적인 사실조차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잘못된 정보와 편견”에 기초해 왜곡보도를 했다고 주장하지만, 인권연대의 반박문 역시 이성도 신부 개인의 일방적인 발언을 근거로 <가톨릭뉴스 지금여기>가 밝힌 사실을 비판하고 있다.
일례로 <가톨릭신문> 직원으로 강제해직 이후 남편이 <굿뉴스>에 항의성 기사를 올렸던 배00 씨의 경우에는 인권연대 측의 반론 기사에 대한 댓글을 통해 직접 “지금여기는 일방의 주장만을 받아 적었고 오히려 인권연대는 상대방의 입장도 청취하기라도 했다는 건가요? 적어도 저의 부당해고에 대해서는 마치 취재결과 확인된 사실인 것처럼 기사를 작성한 쪽은 분명하고도 명백하게 인권연대 측인데, 이건 인권연대 기준에서는 중대한 오류는 커녕 단순한 실수 측에도 못 끼는지요? 유감스럽다는 건 인권연대에서 하실 말씀이 아닌 듯 하네요”라고 비판했다.
그밖에도 사장 신부의 부당한 처우에 항의하는 의미로 자진 사퇴한 직원들도 있었고, 이미 강제 사퇴당한 직원들에 대해 우호적인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사퇴를 강요받았던 경우도 있다. 이성도 신부가 '부당해고'가 아닌 '자진사퇴' 형식을 취하려고 직원을 압박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는 상황에서, 수없이 ‘사퇴’를 종용하는 사장 신부의 말을 참고 견디며 직장에 남아있을 수 있는 ‘독실한 신자직원’은 그리 많지 않다. 더러워서 그만두고, 치사해서 그만두고, 억울해도 그만 두어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모든 과정이 ‘교회 안에서 누구나 버거워할만한 사제를 상대로 한 소송’이라는 법적 절차를 밟지 않았다고 해서 정당한 해고요, 자진사퇴라는 말로 간단히 치부될 수 없는 노릇이다.
한편, 이번 사퇴와 관련해 밝혀둘 것은, 이창영 신부와 관련된 사안은 김희수 변호사가 제기하듯이 ‘횡령’이라기보다 ‘유용’에 가깝다는 게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의 판단이다. 그렇다고 해서 ‘유용’이 정당하다는 판단은 아니다. 굳이 ‘유용’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은 ‘교회자금의 유용’이 교회의 관행이며, 이러한 교회의 관행을 뿌리 뽑으려면 성직자들이 재정운영에 깊이 개입하거나 영향력을 미치려는 태도를 버려야 함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이창영 신부의 공금횡령 의혹사건을 다루면서, 솔직히 교회기관의 문제를 다루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따르는 게 현실임을 확인해 두고 싶다. <한겨레신문>과 인권연대 측은 인권연대 운영위원이기도 한 김희수 변호사가 전00 소송사건을 외뢰받으면서 이성도 신부를 통해 얻은 자료를 근거로 하고 있다. 그러나 처음 기자회견을 통해 이 사건을 알렸던 인권연대 측은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는 기초자료를 제공하지 않았으며, <가톨릭뉴스 지금여기>가 김희수 변호사를 인터뷰할 때에도 김 변호사는 근거자료를 기자에게 제대로 보여주지 않았다.
결국 <가톨릭뉴스 지금여기>는 <한겨레신문>과 인권연대의 발표, 김희수 변호사 인터뷰, 그리고 <가톨릭신문> 주변인물에 대한 취재를 통해 이 사건에 접근해야 했다. 또한 여기서 <가톨릭뉴스 지금여기>가 입수한 증언들을 소상히 밝히지 못하는 것은, 당사자들이 당장에 교회와 관련해 밥을 벌고 있거나, 성직자 가족 등의 이유로 거명되기를 꺼리고 있으며, 대부분 심리적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담 기사가 아니라면, 인맥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는 가톨릭교회 기관에서 공정한 심층 취재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름대로 취재에 응해 준 취재원들에게 감사드린다.
아울러 <가톨릭뉴스 지금여기>가 교회언론이라는 점에서, 비록 교회가 상처투성이라 해도 ‘교회에 대한 애정 안에서 비판’하는 것이 바른 길이라고 본다. 물론 이러한 태도를 <한겨레신문>에 기대할 필요는 없다. 그들은 그들대로 공정사회를 위한 언론활동에 충실할 것으로 본다. 그러나 우리는 언론을 통한 문제 제기뿐 아니라 그 상처 안에서도 새 살이 돋기를 하느님의 자비 안에서 기도하는 심정으로 바라고 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의 주보이신 도로시 데이(Dorothy Day)는 자서전인 <긴 외로움>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그리스도를 보이도록 만들어준 교회를 사랑했다. 교회 자체를 사랑한 것이 아니었다. 왜냐하면 교회는 너무나 자주 나에게 스캔들이었다. 교회는 사업가 같은 사제들,.. 공동체의 부유함, 가난한 사람과 노동자에 대한 책임 부족, 심지어 이들에 대한 압제에 의해 스캔들이 되어 남아 있다. 그러나 교회가 십자가이기 때문에, 그 위에서 그리스도가 못 박혔던 십자가이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다. 우리는 그리스도를 십자가에서 떼어놓아서는 안 된다.”
한상봉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편집국장)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