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부부를 위한 '한 뜻 한 몸'

[꼴베의 행복한 선물-2]

2012-03-08     조상민

꼴베입니다.
아직 쌀쌀하지만 경칩도 지났고 바람엔 봄기운이 완연하네요. 주변에 결혼소식들 많이 들려오시죠? 저도 친한 선후배가 결혼을 하게 되면 직접 만든 선물로 축하해주곤 합니다. 그 중 하나가 꼴베의 두번째 '행복한 선물'입니다.

사실 선물을 사기 위해 쇼핑하는 일은 제게 너무 힘든 일입니다. 주변에 있는 물건들로 하나밖에 없는 소박한 물건을 만드는 일이 좋거든요. 결혼하는 후배부부에게 어떤 선물을 해주나 고민하다가 작은 나무판에 좋은 글귀를 새겨주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부부를 위한 좋은 글귀를 궁리한 끝에 '부부는 일심동체'라는 말에서 힌트를 얻어 '한 뜻 한 몸'으로 정했습니다. 사실 글씨를 파내는 작업이라서 내용이 길면 힘들거든요.

▲ 1. 글씨 쓰기

먼저 붓으로 '한 뜻 한 몸'을 이렇게 저렇게 써봅니다. 붓글씨를 못해도 상관없습니다. 그냥 볼펜으로 쓰듯이 쓰면 됩니다. 그리고 잘 쓰나 못 쓰나 자기 글씨를 쓰는 것이 더 의미 있거든요. (나중에 파내면 다 멋있어 보입니다) 붓으로 쓰는 이유는 글씨가 '선'보다 '면'이 되는 것이 좋기 때문이거든요. 보기에도 그렇고 글씨를 파낼 때도 편하지요. 굳이 생각한다면 글씨 전체가 균형에 맞도록 쓰면 좋다는 정도! 쓴 것들 여러 개중 제일 마음에 드는 하나를 고릅니다.

▲ 2. 나무에 붙이기

준비한 나무판에 글씨를 풀로 붙이고 조각도를 준비합니다. 너무 단단한 나무가 아니라면 문방구에서 파는 2천원짜리 조각도로도 충분합니다. 비싼 건 금물! 전에 비싼 조각도를 빌려 쓴 적이 있는데 조각도 날이 다칠까봐 작품보다 조각도에 신경쓰느라 혼났던 기억이 나네요. 주객이 전도되었달까요? 물건에 정신을 빼앗기면 종종 그런 일이 있기도 하지요?

▲ 3. 파내기

글씨를 파낼땐 그냥 손으로 파기보다 작은망치를 이용해 두드려가면서 파는 것이 좋습니다. 그냥 손으로 잡고 파게 되면 칼이 미끄러져 손을 다치기도 쉽고 힘 조절이 쉽지 않아 글씨를 망칠수도 있거든요. 두드려서 파면 글씨도 깊게 팔 수 있어 더 깔끔하고 보기가 좋습니다. 혹시 여의치 않아 손으로 파게되면 꼭 장갑을 착용하셔야 합니다.

▲ 4. 파내는 중

한 글자 한 글자 조심해서 파 나갑니다. 시간이 걸려서 조금 지루할 수도 있지만 완성된 모습과 받으시는 분이 좋아할 것을 생각하면 어느새 즐거운 작업이 됩니다.

▲ 5. 먹칠하기

다 파낸 글씨 안에 먹칠을 합니다. 역시 먹이라야 나무에 쓴 글씨가 폼도 나는데다 먹은 가장 완전한 재료중 하나입니다. 변하지 않고 가장 오래가더든요. 먹칠을 할 때는 나무의 결을 따라 먹이 번지지 않도록 먹물을 너무 많이 묻히면 안됩니다.

▲ 6. 먹칠완성

먹칠 완성입니다. 꽤 괜찮게 나왔네요. 붙였던 종이를 떼어냈더니 나무가 지저분 하네요. 손을 좀 봐야겠죠?

▲ 7. 사포 작업

지저분한 종이도 떼어내고 거친 면도 정리할 겸 사포로 깨끗이 밀어줍니다. 거친 사포로 먼저, 고운 사포를 다음순으로 싹싹 밀어주면 아기피부처럼 뽀얀 나무의 속살이 드러납니다. 여유가 된다면 때가 묻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니스 스프레이를 몇 번 뿌려주면 훨씬 좋지요! 일단 앞면 완성!

▲ 8. 뒷면 메시지

뒷면에 축하 메시지를 씁니다. 칼릴 지브란의 '사랑에 대하여'중 멋진 구절을 베껴 넣고 아래에 싸인! 붓으로 쓰는 장점 중 하나는 대충 써도 왠지 멋져보인다는 것! ^^

▲ 9. 인증 샷

그 사이 정든 선물을 떠나보내며 민망하더라도 인증샷! 머리를 기를 때라 지금 보니 수더분하군요.

▲ 10. 응용-미사 장식

'한 뜻 한 몸' 이라는 구절이 공동체에도 어울려서 작년 송년미사 장식으로도 활용해 보았습니다. 열선으로 우드락을 잘라 만들었어요.

▲ 11. 응용-실내 장식

우드락 작업이 쉽지 않았는데 행사에 한 번 쓰고 버리려니 아까워서 밀알의집 실내장식으로도 재활용! 제법 어울리네요.

▲ 12. 응용-손수건 디자인

이 정도면 너무 우려먹지 않나 생각도 들지만, 올해 창립미사 기념품인 유기농 원단 손수건의 디자인으로도 써보았습니다.

결혼식때 이 선물을 받고 좋아하던 후배녀석은 이번에 첫아이를 낳고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작은 선물이 그 친구의 행복을 담보해 줄 수는 없지만, 생활하면서 가끔 그 선물을 볼 때마다 결혼할 때의 살뜰한 첫마음을 떠올리면 좋겠습니다.

조상민 (꼴베, 예수살이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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