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사제를 위한 아름다운 선택, 교통카드
[꼴베의 행복한 선물-1]
안녕하세요. 꼴베입니다. 생활하다보면 동료, 친구, 선후배들의 대소사에 선물할 일이 참 많습니다. 보통은 무난한 선물을 구입하기도 하고, 때론 상품권이나 현찰이 가장 환영받기도 하지요.
저는 간단하게라도 제가 직접 만든 선물을 하려고 합니다. 선물을 만들면서 그 사람과의 인연을 생각하기도 하고,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기 때문에 받으시는 분들도 더 기억에 남는다고 말씀해주셔서요. 물론 비용도 훨씬 저렴하답니다.^^ 그래도 돈보다는 시간과 정성이지요?
그래서 그동안 제가 만들었던 소박한 선물과 그 과정을 여러분과 나누려고 합니다. 기록을 사진으로나마
남겨놓은 것이 많지는 않지만, 누군가를 생각하며 진심을 담았던 순간들을 나누고 싶습니다.
첫 번째 선물 이야기는 바로 지난 금요일, 제가 일하는 예수살이공동체의 금요미사에 첫미사를 와주신 새신부님들께 드리는 카드와 선물입니다. 거창한 것은 아니지만 이제 막 사목을 시작하시는 신부님들께 예수살이의 정신이 담긴 작은 선물을 하고 싶었습니다.
책이나 성물같은건 차고 넘칠만큼 가지고 계실거고, 비싼 선물도 많이 받으셨을테니 뭔가 작지만 재미있고 의미있는 선물 없을까? 그래서 고민끝에 결정한 것은 <교통카드>입니다. 본당에 신부님으로 지내시면서 좋은 차 타고 사람들 사는 곳을 휙휙 지나치지 마시고, 지하철과 버스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하시면서 사람들 사는 모습을 두루 살피시면 좋겠다는 바램을 담았습니다. 공동체의 오프(OFF)운동 중에 '승용차 오프'운동이 있기도 하구요.
먼저 구상한 내용을 간단히 스케치 해봅니다. 메시지를 상징할 수 있는 붓글씨를 넣고 아래 간단한
그림과 메세지를 적습니다. 그리고 오른쪽에 카드를 끼우면 될 것 같네요.
제가 붓글씨로 척척 써 넣으면 좋겠지만, 불가능하므로 서예가님의 작품중 어울릴만한 것으로 베끼기로 합니다. 일단 OHP필름에 적당한 크기로 인쇄를 한 후 칼로 글씨를 파냅니다.
파낸 필름을 쓰고 싶은 카드의 위치에 대고 마킹을 합니다. 먹으로 하면 폼이 날텐데 번질수도 있으므로 안전하고 손쉬운 네임펜으로 샤샤샥!!
나름 글씨가 멋지게 나왔네요. 그럼 글씨 아래에 살짝 그림을 넣습니다. 요리나 카드나 색이 있어야 살지요. 글씨가 '낮은 곳'이니 언제나 아래로 흐르는 물을 그려보았습니다. 마카펜으로 쓱쓱 선을 그어주면 됩니다. 대충 그어도 뭔가 있어 보입니다. 쫄지 마세요. 파란색이니 물인줄만 알면 됩니다.
선물 취지에 맞는 메세지를 몇 자 적습니다. 지금의 첫 마음을 잃지 마시라는 어린양의 바램이랄까요.
카드 오른쪽에 교통카드를 끼워넣기 위한 홈을 팝니다. 뭔가 카드회사에 온 우편물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는 거죠. 이 때 홈은 두 군데만 팝니다. 네 군데 다 파면 촌스럽거든요. 끼우기도 빼기도 쉽지 않구요.
홈에 카드를 끼웁니다. 교통카드는 만원을 미리 충전해 놓는 센스!
카드 주변을 화려하게 둘러주고 날짜를 쓰면 쨔쟌 완성!
일단 제 손을 떠나기 전에 기념촬영을 합니다. 선물을 해주고 지나보면 그래도 내 손으로 만든건데 사진 한장이라도 남겨놓을걸 그랬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이번처럼 간단한 카드도 그렇지만 공과 시간이 꽤 든 선물들도 많았거든요.
예수살이공동체에선 새사제에게 공동체 정신이 담긴 다포를 선물하곤 합니다. 카드만 달랑 주기도 뭔가 섭섭하구요. 자유, 기쁨, 투신! 세 가지 정신으로 산 다면 그 만큼 예수님께 가까워 질거라고 믿습니다.
다포를 고이 접어 카드와 함께 묶으면 선물 최종 완성입니다. 묶을 때 쓰는 끈도 일반 리본도 괜찮지만 가능하다면 다포와 한지카드에 어울리는 것이면 좋겠죠?
선물을 준비할 땐 필요한 것을 살 수도 있지만 왠만하면 내 주변에 있는 것을 활용합니다. 선물 하고 싶은 것을 궁리하고 주변에 있는 재료들을 살펴보며 어떻게 만들까 생각하는 일은 굉장히 즐겁습니다. 여행계획을 세울때의 기분이랄까요.
이탈리아 장인은 아니지만 선물을 받았을때 좋아할 상대방을 상상하며 하나 하나 만들어 가는 시간은 선물 받는 분이 저에게 주시는 또 하나의 선물입니다.
조상민 (꼴베, 예수살이공동체)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