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과 만나는 영적 독서, 유행 따라가는 소비적 독서

문화의 복음화 포럼 ‘올바른 신앙서적 독서법’ 다뤄

2011-11-14     한상봉 기자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매스컴 위원회(총무 김민수 신부)가 한국가톨릭문화연구원과 함께 개최한 2011년 하반기 문화의 복음화 포럼이 ‘올바른 신앙서적 독서법’이라는 주제로 11월 11일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개최되었다.

이날 정옥련 교수(가톨릭대)는 ‘신앙서적 어떻게 읽을 것인가’라는 주제발표에서 “오늘날 풀판되고 있는 책 중에는 좋은 책도 많지만 나쁜 책도 많다”며 “좋은 책만 선정해 깨끗한 독서환경을 만드는 것보다 좋은 책을 골라낼 수 있는 능력을 형성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아예 책을 읽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 정옥련 교수.

영적 독서, 하느님 앞에서 자신의 생활을 검토하는 느리고 성찰적인 독서

한편 신앙형성을 위한 읽기는 독자의 지성과 감성과 영성을 총체적으로 동원해 절대자와의 관계를 인식하고, 자신을 변형시키려는 노력이기에 ‘능동적인 독서’라고 규정하면서, 이러한 읽기의 모형은 기본적으로 ‘렉시오 디비나’(聖讀)에 근거하고 있다고 말했다.

렉시오 디비나는 역사적-비판적 연구나 주석을 사용하지 않으며, 기도의 형식으로 “진리와 사랑에 대한 복종과 개방성을 배양하기 위해 작용하는 무비판적 독서”라고 설명했다. 그 단계는 영적 저작이나 성서를 ‘실제로 읽고’(lectio), 자신의 상황에서 묵상하고(meditato), 우리의 생활과 일에 하느님 말씀을 통합하고(oratio), 하느님의 목소리를 듣는(contemplatio) 것이다.

그밖에도 신앙형성을 위한 독서에는 정기적이거나 수시로 독서를 통해 하느님 말씀을 경청하는 ‘중심을 가진 생활 독서’가 있으며, 자기중심성을 깨도록 도와주는 영적독서와 영적 발달과정에 따른 ‘형성적 독서’가 있다고 소개했다. 정옥련 교수는 이처럼 영적 독서는 “학문적인 연구 혹은 정보적인 독서가 아니라, 독자가 하느님 앞에서 자신의 생활을 검토하는 느리고 성찰적인 독서”라고 전한다.

이에 논평에 나선 오지섭 교수(서강대)는 정옥련 교수가 제시한 렉시오 디비나 등은 성서읽기에 적합한 방법이라는 점에서, 정 교수가 ‘신앙서적’을 너무 좁은 의미로 설정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오 교수는 “신앙인에게 올바른 삶의 의미와 방향성을 제시해 주기 위해서는 성서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와 주제의 책읽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참된 독서는 소비되는 게 아니라, 공감능력 키워가는 배움의 과정

한편 ‘가톨릭신자의 독서경향’을 다룬 경동현 연구원(우리신학연구소)은 “서책뿐 아니라 인터넷과 영화, TV 등의 영상매체를 포함해 모두가 독서 가능한 텍스트”라고 지적하면서, 인터넷 사용이 늘면서도 TV시청률은 줄어들지 않지만, 인쇄된 출판물 독서율은 줄어들고 있다면서, “인터넷, 트위터, 페이스 북 등을 통해 무수히 많은 정보를 접하다 보니, 인간이 지닌 고도의 사유능력을 활용할 기회가 사라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즉, 수많은 기억과 정보를 스마트 기기가 대신해 주면서, 이제 우리는 뇌를 아웃소싱하면서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 경동현 연구원.

한 인터넷서점을 기준으로 살려보면, 2010년 출간서적 가운데 종교 분야의 신간규모는 1,899권인데 그중 가톨릭서적은 143권으로 7.6%였으며, 1998년 이후 10년간 계속 하향세를 보이고 있으며, 이 가운데 가톨릭서적은 영성, 문학, 신학 등의 순서로 많이 출판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경동현 연구원은 영성서적에 관한 관심의 증대를 신자유주의 시대의 흐름과 연관이 있다고 설명했다.

경동현 연구원은 ‘성공+자선=구원(복음적 삶)’이라는 신앙도식을 가진 종교서적들이 대형서점 자기계발코너에 즐비한 현상을 지적하며, 세속적 성공을 하느님의 축복으로 덧씌우는 책으로 차동엽 신부의 <무지개원리>를 꼽았다. 이어 “문제는 여기서 말하는 성공의 가치가 예수의 삶과는 거리가 멀다는데 있다”고 말한다. 또한 교회 안에서 피정객과 순례자가 늘어나는 현상 역시 “예수의 삶을 따라 변화하는 신앙인이 별로 없다는 점에서 ‘영성쇼핑’의 성격을 지닌다”고 비판했다.

한편 베스트셀러 현상을 지적하며, “독자들의 다양한 주관에 따라 책이 선택되는 것이 아니라 출판과 홍보라는 문화산업의 영향권 아래서 이뤄지는 트렌디 독서경향은 조작된 여론형성과 다르지 않다”고 지적하며, 유행에 따른 독서경향을 비판했다. 이를 두고 경 연구원은 ‘소비되는 독서’라고 표현한다. 즉, “이제는 가치있는 책이 잘 팔리는 것이 아니라 잘 팔리는 책이 가치가 있다”는 식으로 상업화된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경동현 연구원은 책을 소비하는 과정인 ‘독서’를 멈추고, ‘공감능력’을 키우는 배움의 과정으로 독서할 것을 주문한다.

한편 논평에 참가한 이연수 교수(가톨릭문화연구원 연구이사)는 베스트셀러의 허상과 신자유주의에 편승한 <무지개원리> 류의 자기계발서 등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면서도, 실제로 가톨릭계 출판사에서 발행한 영성서적들은 신심서적과 안셀름 그륀 등 영성가들을 다루고 있다면서, “그들은 삶의 굽이굽이마다 함께하는 하느님의 현존을 느끼며, 자신의 깊은 내적 세계를 간결하고 유려한 필치로 글로 녹여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가톨릭계에서 초대박 베스트셀러로 알려진 <무지개원리>에서 말하는 성공이 예수의 삶과 무관하다면, “성공이라는 가치를 세상가치로만 여기고 신자들은 성공과는 무관한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인지” “신앙인들은 세상의 성공이라는 가치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물었다. 이에 경동현 연구원은 “그리스도교적 성공은 ‘외견상 실패한 예수의 삶’을 통해 새로운 비전을 열어가는 것으로, 세속적 성공과 다른 의미를 지닐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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