씁쓸한 이별

[청소년 이야기-안은초]

2011-01-22     안은초

2011년 새해가 밝았고, 내 나이가 이제 17살이 되어 곧 우리 오빠가 다니는 학교인 간디 학교에 들어갈 신입생 새내기가 되었다. 전부터 들어가고 팠던 학교라 학교에 들어가게 되었다는 것은 무척이나 기쁜 일이 아닐 수가 없었고, 우리 부모님과 오빠도 학교에 들어가게 된 것을 축하해 주었다.

그런데 내가 이 학교에 들어가게 되면서 나는 한 가지의 물건과 이별을 해야 하는 가슴 아픈 일이 생기고 말았다. 그 물건은 다름 아닌, 나의 생활의 활력소! 노트북 이었다.

나에게 있어서 노트북이란 정말 중요한 물건이 아닐 수 없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내는 모든 글들과, 내가 쓰고 있는 소설, 산문 등이 다 내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는데 학교 교칙 상 노트북은 반입이 될 수 없기 때문이었다. 특히 1학년은 필수란다.

내가 가는 학교가 대안학교인 만큼, 컴퓨터나 노트북 보다는 손으로 직접 써서 나중에 학교 컴퓨터로 옮기는 것을 더욱 지향한다는 것은 원래 알고 있었던 사실이었지만, 진짜로 노트북을 사용할 수 없다고 생각하니 상심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나도 손으로 쓰는 글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런 글들은 정말 가볍거나, 짧은 것들뿐이다. 나도 작가로서 폼 나게 손 글씨를 쓰고는 싶지만, 그게 잘 안 되는 데는 몇 가지의 작은 이유가 있다.

첫 번째 이유는 내가 너무 컴퓨터로 글을 쓰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는 사실이다. 사실 그렇게 좋은 것이 아닌데도 쉽게 글을 기록할 수 있는 컴퓨터의 편리함에 내가 너무 길들여져 있는 것은 사실이니까 변명할 여지도 없다.

두 번째 이유는 손으로 글을 쓸 때는 이상하게 글이 굉장히 뻑뻑해지기 때문이다. 컴퓨터로 글을 쓰면 내가 쓴 글을 되돌아보다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발견되면 그 부분만 쉽게 지우고 연결시킬 수 있지만, 손으로 쓰는 글은 지우기도 쓰기도 번거롭고 그 칸에 끼워 맞추기도 힘들기 때문에 그냥 놔두는 경우가 많아 마음에 안 들 때가 있다.

첫 번째 이유는 그렇다 치고, 두 번째 이유만큼은 정말로 내가 진지하게 내린 고민임에도 호응해주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세익스피어 같은 대 작가들은 다 손으로 글을 썼는데도 잘 했다나 뭐라나…… 나도 잘 하고 싶지 않아서 안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정말로 나는 진지한데…… 우리 오빠만 해도 자기도 글 쓸 일이 있으면 다 손으로 썼다가 옮긴다고 말하니, 나의 고민이 철없게만 느껴져 작아지기도 한다. 내가 그렇게 이해 못해줄 고민을 하고 있나 싶기도 하다.

조금이라도 글을 쓰는 내 입장을 이해만 해 주지…… 딱 잘라 노트북은 안 된다는 오빠가 야속하기도 했지만, 사실 학교 교칙으로도 정해져 있는 문제를 오빠에게 따진다고 달라지는 것도 아니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하는 법이니까.

하지만 나는 절이 좋다. 글을 좀 더 불편하게 써야 한다는 문제가 생겼지만, 그것 때문에 그 학교를 포기하고 싶지는 않다. 내가 노력해서 가게 된 학교를 그런 이유로 포기한다는 것은 너무 속상한 일이다. 그래서 나는 요즘 손으로 글을 쓰는 연습을 하는 중이다. 아직 속도가 많이 더디지만, 열심히 쓰다 보면 속도가 더 붙을지도 모른다.

아직 나는 컴퓨터로 쓰는 글이 편하고 좋다. 하지만 그 학교에 들어가서, 오빠와 선생님, 선배들의 생활을 보고 느끼면서 그 학교의 철학이나 뜻을 조금씩 알아갈 생각이다. 내가 생각해도 전자 기기에 매달리는 습관이 바람직해 보이지는 않는다.

2010년 일 년 동안 나와 같이 동고동락했던 내 노트북아, 안녕! 앞으로 적어도 일 년 간은 너와 이별을 해야 한단다. 나의 방어 체제 없는 인터넷 생활과 다운로드 때문에 바이러스도 많이 먹고, 가끔 털털대는 소리도 내는 노트북이지만 이제 못 쓸 것이라 생각하니 섭섭한 마음이 많이 든다. 이 노트북만큼은 누가 뭐라 해도 내가 학교에 있는 동안에 아무도 빌려주거나 양도하지 않으리. 더불어 노트북 안에 있는 모든 내 글들에 아무도 손 끝 하나 대지 못하도록 비밀번호를 걸어 놓으리라 다짐한다.

노트북과의 이별. 이제 진짜 노트와 친목을 다져야 하는 시간이 다가왔다. 노트북이 섭섭해 하지는 않겠지…… 섭섭해도 별 수 없다.

안은초/ 16살 아웃사이더. 몇몇 대안학교를 다니다가 지금은 홈 스쿨을 하고 있어요. 주로 영월에 살면서 가끔 서울에 올라옵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