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리꽃들 모여 핀 까닭 하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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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덩어리의 밥을 찬물에 꺼서 마시고는
어느 절에서 보내는 저녁 종소리를 듣고 있으니
처마 끝의 별도 생계를 잇는 일로 나온 듯 거룩해지고
뒤란 언덕에 보랏빛 싸리꽃들 핀 까닭의 하나쯤은 알 듯도 해요
종소리 그치면 흰 발자국을 내며 개울가로 나가
손 씻고 낯 씻고 내가 저지른 죄를 펼치고 가슴 아픈 일들을 펼치고
분노를 펼치고 또 사랑을 펼쳐요
하여 싸리꽃들 모여 핀 까닭의 다른 하나를 알아내곤 해요
장석남 시인의 '싸리꽃들 모여 핀 까닭 하나를' 이라는 시편입니다. 이제 묵은 해를 마무리해야 합니다. 그 갈피에 숨어 있는 속내를 드러내어 빨래하고, 이제 햇볕 바른 양지에 널어 뽀송뽀송한 몸피를 가지면, 이내 우리 몸도 가벼워지겠지요. 우리 영혼도 깃털처럼 창공을 날아오를 테지요. 그러라고 성탄은 오고, 그러라고 새해는 한 해마다 다시 시작됩니다. 그동안 강녕하신지요?
<가톨릭뉴스 지금여기>라는 배를 띄운 지 얼추 2년이 다 되어 갑니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 동안에도 많은 산고(産苦)를 겪어야 했지요. 용산참사로부터 4대강까지...줄 지어 날아가는 기러기마냥 세상 일은 연이어 슬픈 사연을 낳았습니다. 그래서 애닯은 마음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에서 거리로 나오곤 했지만, 2008년에 비해 아주 작은 빛살을 이루어서 안타까워 하는 이들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이들이 불씨가 되어 '진리 안의 사랑'을 불태우겠지요. 성령은 그렇게 발생하겠지요.
그 불씨들을 나르고 보살피는데 저희 언론이 그동안 어떤 역할을 했는지 생각하면 부끄럽습니다만, 그나마 우리에게 전달통로가 있다는 것이 저 자신에게도 다행이다 싶습니다. 기자들 역시 자신이 하는 일에 부여하는 의미만큼 보람을 느끼고 있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독자들의 반응과 지지, 응원에 힘 입어 마음 다독거리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좋은 일 있을 테지요. 광명한 날도 간혹 찾아오겠지요.
그런데 최근 느낀 바 있어 독자들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저희 재정에 관한 이야기라 '또 그 소리' 하실 분이 계실지 모르겠지만, 당사자들은 살림을 꾸려야 일을 하겠기에 다시 말씀을 드리게 됩니다. 지난 11월 월간 웹메일을 준비하면서, 저도 놀랐습니다. 저희 언론의 통장에 잔고가 34만원 정도 밖에 남아 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점검해보니, 2010년 1월에는 잔고가 304만9,594원, 2월에는 843만 176원, 3월에는 509만 3,359원, 4월에는 469만 2,722원, 5월에는 179만 3,773원, 6월에는 431만 852원, 7월에는 315만 1,065원, 8월에는 189만 7,557원, 9월에는 172만 9,736원, 10월에는 111만 7,834원, 11월에는 34만 1,287원이더군요.
연초에는 작년 이월 금액과 이사회비 등이 모여져 어느 정도 자금을 가지고 시작했는데, 8월 이후 100-200만원 정도로 잔금을 유지하다가 연말에는 그마저도 소진되어 갑니다. 통상 한달 소요비용이 인건비 포함해 800만 원 정도 되는데, 현재 소액후원금으로 500만 원 정도 충당하고, 나머지 300만 원 정도는 이사회비나 뜻 있는 독자의 특별 일시후원금으로 충당하고 있습니다만, 최근에는 특별후원금이 거의 없다 보니, 유지 자금이 줄어든 것입니다.
결국 <가톨릭뉴스 지금여기>는 매월 1일과 15일에 정기적으로 입금되는 그달의 소액후원금으로 그 달 살림을 살고 있는 셈입니다. 이달 후원금으로 이달을 살다보니, 다음 달 살림밑천은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독자들에게 <가톨릭뉴스 지금여기>가 '한달 살이'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십사 청합니다.
▲ 우선 아직 후원회에 가입하지 않으신 분들은 [지금여기 후원]에 참여해 주세요. 커피 한 잔 값인 5천원이어도 좋습니다. 한 달에 한 번 저희 기자들에게 밥 한 끼 산다고 여기시고 후원회에 가입해 주세요.
▲ 저희가 '한달 살이'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기금을 모아주세요. 적어도 몇 달 치 예산을 가지고 일할 수 있도록 특별후원에 참여해 주십시요. 기금이 모이면, 행정실 직원도 두고 일하고 싶습니다. 기자로 입사한 고동주, 정현진 기자가 회계와 후원회 관리 등으로 힘을 소진하고 않고 기사 생산에 몰두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시기 바랍니다.
교회 안에서 '돈 이야기'하는 것만큼 쑥스럽고 하기 싫은 말이 없습니다. 저희 역시 돈 벌려고 언론에 투신한 것이 아닌 바에야 이런 말씀 드리기가 정말 어려운 일이지요. 어느 개신교 진보매체에서는 재정상황이 너무나 열악해 공개적으로 '돈' 이야기를 꺼내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처럼 공세적으로 나서기는 싫지만, 어차피 누군가는 말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 이야기를 전합니다. 감사하고 죄송합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는 독자들의 참여로 만들어집니다. 모여서 '싸리꽃들 모여 핀 까닭 하나를' 발견해 가기로 합시다.
2010년 12월 21일
편집국장 한상봉 이시도로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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