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라는 빨래터에서

[기도하는 시-박춘식]

2010-11-22     박춘식

▲ 사진/한상봉 기자

미사 일기 1

- 이대근


오늘은
미사경본의 글자 하나 하나가
망초대꽃처럼
눈을 뜨고
빠안히 나를 쳐다봅니다
경본 속에 인쇄된 예수의 말씀이
알을 깨고 책갈피 속에서
참새떼가 되어
푸드득 푸드득 날아다닙니다

어디에고 숨을 곳이 없습니다
미사라는 빨래터에서
내가 깨끗이 빨아집니다

<출처>당신을 사랑한다 말하지 않게하소서,이대근,사람과사람,75쪽

시인은 사물을 항상 다른 각도로 깊이 봅니다. 미사경본의 글자들이 참새떼로 변하고 미사드리는 제단이 개울의 빨래터가 되기도 합니다. 시적인 감성을 가진 신자라면, 성당의 제단이 어느 날은 많은 이들이 둘러 앉아있는 큼직한 잔치상으로 보이고 어느 때는 십자가가 서 있는 숭엄한 골고타 언덕으로 보일 것입니다. 시인 이대근(론지노) 신부는 새맑은 시를 통하여 우리에게 미사성제를 다른 모습으로 보도록 이끌어주면서 더 깊은 묵상기도 자료를 안겨 주고 있습니다. 대전가톨릭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시인 이대근 신부의 지도로 많은 학생들이 신앙적인 시심을 깊이 가지기를 기대해봅니다. #박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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