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을 삼키듯 깜박거리는

눈동자들 / 박춘식

2010-10-17     박춘식

▲ 사진/한상봉 기자

눈동자들

- 박춘식


내 밥상에는 언제나
작은 눈동자들이 가득하다
밥상 모서리에 올망졸망 붙어 있다
숟가락 들 때마다 내 손을 말끄러미 쳐다본다
그리고 뜨거운 불길 속에서도
밥 먹는 나를 빤히 보는 눈동자도 많다
맛있는 반찬을 넘길 때
그 많은 눈망울들이
내 손목을 꼬옥 잡아 끌어 당긴다

어떤 눈동자는 사그라지고 있다
내 입을 보고 있던 눈까풀이 겨우겨우 올라갔다가
젓가락 따라 스르르 내려온다
다시는 뜨지 못할 것처럼

어딜 가든
내 밥상에 촘촘히 모여드는
침을 삼키듯 깜박거리는 배고픈 눈동자들

<출처> 창세기55장9절, 박춘식, 연인, 66쪽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 어느 곳에서 어린이들이 굶어 죽고 있습니다. 밥상 모서리에 붙어 있는 많은 눈동자들이 기도해달라고 애원하고 있습니다. 식사 때마다 굶는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지 않으면 나중에 하느님으로부터 심한 꾸중을 들을 것 같습니다. 이 시에 하느님이란 단어도 없고 기도라는 말도 없지만, 이 시는 배고파 쓰러지는 사람들을 위하여 꼭 기도해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주기 위해 만들어진 시입니다. 많은 나눔 중에 우리가 가장 먼저 나눠야할 것은 먹거리임을 깨닫는다면 참 좋겠습니다. #박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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