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일자리를 창출하는 곳인가?
[교회는 누구인가-조욱종]
실종한다던 장마가 올해에는 되살아났다. 아니지. 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존재함을 과시하였다. 헌데 태풍은 몇 년째 우리나라를 통과하지 않고 있다. 장마와는 달리 태풍은 남기고 가는 상처만큼 잇점도 많다고들 하는데 말이다. 장마가 오든 태풍이 오든 자연재해 현상이 일어나면 가장 큰 걱정은 무엇보다 삶의 터전에 손실을 가져오는 일이라고 하겠다. 그것은 사람에게만 그런 것이 아닐 것이다. 장마가 길거나 태풍의 위력이 강하면 하늘의 새들과 짐승들이 걱정이다. 새들은 무엇을 먹고 살아남을까.....
노동자에게 가장 큰 재해는 해고이다. 직장을 잃어버리면 삶의 터전에 타격을 받는다. 해고는 장마나 태풍보다 더 강한 충격이다. 왜냐하면 장기적이기 때문이다. 장마는 길어야 한 달이고, 태풍은 한 주를 넘기지 않는다. 그러나 해고의 후유증은 짧게는 몇 달에 길게는 몇 년을 간다. 그래서 직장에서 인원감축을 한다는 것은 한 노동자와 그 가족을 고통으로 몰아가는 심각한 가해행위라고 할 수 있다.
요즘 내가 맡은 소임은 직원들의 인원감축도 담당해야 하는 일이다. 사실 교구 관리국장으로 부임한지 몇 개월 되지 않은 상태에서 감원을 해야만 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해나가야 한다. 그래서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다. 왜 교회의 기관에서 인원을 감축해야 하는가? 라고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되묻지 않을 수가 없다. 교회는 과연 일자리를 창출하는 곳인가?
교회의 수입원이 신자들의 헌금에 의존하는 것 뿐인데, 과연 그 돈으로 일자리를 유지하거나 창출하는 데에 사용해야 하는가? 나는 이렇게 대답하고자 한다. 새복음화와 재복음화에 우선적으로 지출하고 나머지 부분으로 일자리를 찾아 낼 수 있어야 한다고 말이다. 교회는 사회가 일자리 창출을 위하여 힘쓰도록 지적하고 격려해 주는 역할이어야 하지, 교회가 직접 일자리를 창출하는 곳은 아니기 때문이다. 교회의 수입원은 기업처럼 이윤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현재 교회가 만들어내고 유지하고 있는 일자리는 어떤 종류들인가? 우선 본당의 사무실 근무자들을 들 수 있겠다. 그 다음으로는 각 기관에 종사하는 실무자들이다. 본당의 사무실 근무자들을 살펴보면, 그들이 맡는 직무가 새복음화와 재복음화와는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는 일은 아니다. 본당의 살림살이와 관리를 위한 일의 성격이다. 그러나 복음화를 위한 기초자료 제공이나 프로그램 지원을 하는 성격도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본당 사무실 근무자만이 그러한 일을 할 수 있는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 일을 본당의 신부들도 할 수 있다고 본다. 특히 요즘처럼 보좌신부들의 숫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는 컴퓨터로 해결하는 일이 대부분인 요즘의 본당 사무실 일을 보좌신부들이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본당 사무실 근무자에게 지출하는 인건비를 복음화비의 활동비로 활용할 수 있다.
사실 인건비는 본당 예산의 1/3∼1/2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그 부담으로 다른 사목 프로그램을 기획할 수 없는 경우도 많다고 하겠다. 특히 주일학교를 비롯한 청소년, 청년 프로그램은 더욱 영향을 받고 있다. 내일의 교회를 위한 준비 사목의 차원, 미래의 시대를 향한 오늘의 투자 사목의 차원에서 본다면 한정된 수입원에서 지출 항목을 변경하지 않는다면 활동이 위축되고 그래서 준비가 부실하거나 투자가 전무할 수도 있다.
그렇게 할 때, 각 기관의 실무자들은 오히려 늘어 날 수도 있다. 실질적으로 복음화를 담당하는 일은 그 실무자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간접사목의 인프라 구축은 미래를 준비하고 현재를 타개해 나가는 일선의 일이기 때문이다. 즉, 정작 필요한 일자리에는 사람을 활용할 수 없고, 이제 정리해야 할 일자리에는 더욱 충원을 하는 현상이 현실이라면 재고해 보아야 할 일이 아니겠는가라고 묻고 싶은 것이다.
교회가 해야 할 일에서 본질적으로 우선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따져 예산을 편성하고 구조를 맞추어나가야 하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교회의 구성원들이 해야 하는 일들에 관해서도 근본성격들을 따져서 재구성하고 필요하다면 구조조정도 해야 할 것이다. 그 일을 하는 과정에서 기존의 근무자들을 향한 해고라는 무시무시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그러나 충분히 준비시키는 기간을 미리 부여해 준다면 그 일도 무난하게 처리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조욱종 / 신부, 부산교구 관리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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