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참사 9개월여 만에 현장검증

"화염병 아닌 전기시설 때문에 발화했을 가능성 커"

2009-10-12     고동주 기자

▲현장검증을 하는 한양석 판사(왼쪽)와 피고인 측 변호인단의 김형태 변호사(오른쪽)

10월 12일 오전 10시, 용산참사가 벌어진 지 9개월여 만에 남일당 건물에서 현장검증이 이뤄졌다.

용산 철거민 재판의 피고인 측 변호인단 김형태 변호사는 현장검증을 마치고 "건물에 남아있던 발전기의 스위치가 켜져 있는 것을 발견해 화염병에 의해 화재가 발생했다는 검찰의 주장과 달리, 전기시설 때문에 발화됐을 가능성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이하 국과수)에서 감정한 발전기는 스위치가 꺼져 있어 전기시설로 말미암은 화재의 가능성은 완전히 배제된 상황이었고, 수사기관에서는 한 개의 발전기가 더 있다는 사실은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변호인단은 발전기가 하나 더 있고, 스위치가 켜져 있을 거라고 주장했고, 오늘 현장검증에서 사실이 확인됐다. 김 변호사는 국과수 실장의 말을 빌려 "발전기에서 발생하는 고열로 시너가 증발해 발생하는 유증기는 마찰에 의한 정전기에도 불이 붙을 수 있다"고 말했으며, "철거민이 경찰의 진입을 막기 위해 용접해 놓은 문을 전동 그라인더로 잘라낸 흔적도 발견했다"고 말했다.

화재 발생의 원인이 발전기에서 발생하는 고열, 진압을 위해 많은 인원이 몰리고 부딪히면서 발생하는 정전기, 전동 그라인더에서 튀었을 불꽃 등으로 다양하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이는 '다양한 발화의 위험성이 있음에도 경찰이 무리하게 과잉진압을 했다'는 우리의 주장을 뒷받침해주는 증거"라고 강조했다.

한편 오늘 현장검증에는 피고인이 출석하지 않은 채 이뤄졌고, 유가족의 출입도 통제됐다. 유가족은 '수사기록 3천 쪽을 공개하라'고 적힌 만장을 들고 이에 항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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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일당 건물에 세워졌던 망루가 불에 탄 흔적 그대로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