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어머니께
[기도하는 시-박춘식]
2013-11-11 박춘식
평화의 어머니께
- 박춘식
155밀리 곡사포의 포신을
산비탈 개울물에 박아 아래 다랑이에
물 대는 파이프로 쓰면 천 년 걱정 없겠다
바다에서 우쭐거리는 군함을
마을 어린이 놀이터에 두면 좋겠다
헬리콥터를 뒷산 나무에 걸어
젊은이들의 찻집으로 만들어주고 싶다
껴안고 쪽쪽 하면
꼬리 날개가 뱅글뱅글 도는 찻집으로
웃음을 눈물로
사랑을 증오로
생명을 주검으로
시(詩)를 수류탄으로 만드는
일이 없기를
하늘 어머니께 애원한다
온몸
흙덩이로 엎드려
<출처> 반시인 박춘식 미발표 신작 시 (2013년 11월)
시 연구하는 모임에서 전쟁에 관한 시들을 공부하다가, 공부로 그칠 일이 아님을 느껴 기도를 합니다. 기록 사진에서, 미국 어머니들이 반전 데모를 하는데 한 어머니가 이런 피켓을 들고 있었습니다. ‘내 아들이 다른 한 어머니의 아들을 죽이는 일이 없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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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보 박춘식
반(半)시인 경북 칠곡 출생. 가톨릭대학교 신학부, 계명대학교 교육대학원 졸업. 시집 <어머니 하느님> 상재로 2008년 등단.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