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의 꿈, 후원자 5천명이 가능할까
개신교의 대표적인 비판적 인터넷 언론 <뉴스앤조이>의 김종희 대표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50억을 후원받았다”는 ‘꿈’ 이야기를 나눴더군요. 밤새 꿈속에서 받은 50억으로 무엇을 할까 궁리하다가 잠을 깬 모양인데, 그 허망한 꿈은 그만큼 교회개혁을 부르짖는 언론이 늘 재정적 어려움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알려주는 증거겠지요. 그래서 김종희 대표가 편집장 자리를 내어주고 대표직을 맡으면서 ‘운영에만’ 거의 몰두해 온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 심정을 모르는 바가 아니어서 가슴이 아립니다.
김종희 대표는 그 돈으로 직원들 월급도 올려주고, 그동안 생각만 해온 사업을 벌이고 싶어 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자본주의 사회를 사는 까닭에 ‘돈’에서 자유로운 언론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건 분명 ‘유혹’일 테지요. 예수님께서 공생활 벽두에 광야에서 단식하고 기도할 때, 사탄이 나타나 유혹한 것 중에 하나가 ‘돌을 빵으로’였지요. 그때 예수님은 “사람은 빵만으로 살지 않고 하느님의 말씀으로 산다”고 응수했습니다.
배고픈 자에게 ‘빵’만큼 절실한 게 있을까, 생각합니다. 예수님이 하느님의 권능으로 모든 돌을 빵으로 바꾸어버렸다면 굶주리는 사람은 없었을 테지요. 하지만 이것은 ‘미다스의 손’과 같을 것입니다. 손에 닿는 모든 것을 황금으로 만든 게 비극의 시작이었듯이, ‘하느님의 말씀 없는 빵’은 재앙의 시작이 될 테지요. 돌이 빵으로 바뀌는 순간에, 변한 것은 빵만이 아닐 것입니다. 하느님이 곧 사랑이라면 사랑을 잃어버릴 것이고, 하느님이 정의라면 세상은 빵 쓰레기 속에서 다툴 것입니다.
사실 김종희 대표와 같은 꿈을 저 역시 꾸지 않았던 것은 아닙니다. 소심한 저는 50억쯤은 생각도 못하지만, 우리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후원자가 ‘5천 명만 되면’이라는 어마어마한 꿈을 꾸기도 했습니다. 한 사람이 50억을 내놓는다면, 자본이 주인인 세상에서 언론이 그 사람에게 휘둘릴 게 뻔한 이치입니다. 그 사람이 그 돈을 벌기까지 어떻게 처신했을지 생각하면, 그 돈을 받은 언론사의 앞길은 안 봐도 뻔합니다. 그렇지만 한 달에 5천 원, 1만 원씩 내는 소액 후원자가 5천 명이라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지겠죠. 교회를 뒤바꿀 ‘혁명’입니다.
현재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후원자는 1,170명 정도입니다. <뉴스앤조이>는 현재 후원자 1,400명 정도고, 60개 단체 및 교회에서 매달 2,800만 원 정도 후원하고 있다고 합니다. 결국 소액 후원자들이 내는 돈보다 교회기관, 단체에서 곱절에 가까운 후원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그러나 <가톨릭뉴스 지금여기>는 매월 2백만 원을 밑도는 몇몇 수도회의 지원을 제외한다면 주로 소액 후원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후원자가 5,000명이 된다면 그 정도 열성만으로도 교회를 새롭게 바꿀 힘이 될 것입니다.
현재 <가톨릭뉴스 지금여기>를 운영하는데 인건비 포함해 한 달에 2천만 원 정도 드는데, 5천 명이 후원회에 가입하면 그 돈으로 ① 기자들의 기본생활비를 보장해 줄 수 있는 만큼 월급을 올리고, ② 기자 인력을 2~3명 더 충원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기자들이 안정된 분위기 속에서 업무 부담을 줄이면서 더 심층적인 기사를 쓸 수 있을 것입니다.
③ 지금은 출장비 때문에 지역 취재를 가급적 자제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기사 한 건 쓰려고 10만 원 정도 비용을 지불하기에는 재정 상황이 너무 열악한 탓입니다. 후원자 5천 명이면 다른 교회언론처럼 지역 주재 기자를 둘 수는 없어도, 지역 출장 취재에 마음 가볍게 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역 취재를 간다고 해당 기관에서 ‘고맙다’고 출장비를 주는 것도 아니고, 받아서도 안 되니 하는 말입니다. ④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처럼 1월, 4월, 7월, 10월에 50%씩 상여금을 지급하는 달마다 상여금 지출 금액만큼 적자가 나는 상황도 모면할 수 있겠지요. 이번 달에도 여지없이 적자가 예상됩니다.
언론이 제대로 가동되려면 사실상 기반 시설도 필요합니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자료실’인데, 다양한 자료를 구비하고 있어야 기사를 쓰면서 필요할 때 언제든지 참고자료를 꺼내볼 수 있습니다. 이 자료 중에는 서적과 자료집 등 문서자료뿐 아니라 사진 및 동영상 자료도 포함됩니다. 이 부분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관리할 수 있다면 업무 효율이 훨씬 높아질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자료실을 ‘가톨릭 도서관’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면 그도 좋은 일이 될 것입니다.
최근 가톨릭 사회운동 단체들 사이에서 ‘공동 공간’을 마련하자는 움직임이 조심스럽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가톨릭 사회운동 단체들이 공간 문제로 고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없는 살림에 매달 월세를 내는 게 부담스럽고, 기존 공간은 협소합니다. 이들이 한 공간에 사무실을 둘 수 있다면 시너지 효과가 클 것입니다. 자료실 겸 도서관을 공동 강의실로 활용할 수도 있고, 정보 공유와 협의에도 도움이 될 테지요.
가톨릭 도서관은 단순히 언론을 위해서 뿐 아니라, 교회와 신학 관련 공부를 하고 싶은 일반 신자들에게도 필요합니다. 물론 서강대 신학대학원 등에서 수강하는 분들은 예외겠지만, 대부분 신자들이 개인적으로 가톨릭대학교 도서관을 이용할 수도 없는 처지에서, 수시로 부담 없이 활용할 수 있는 가톨릭 도서관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우선 서른 평 남짓한 공간만 있으면 되고, 흩어져 있는 자료를 모으고 관리할 직원 한 명만 있으면 족할 것입니다. 이 도서관과 언론, 우리신학연구소가 연계될 수 있다면 ‘평신도 신학’의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입니다. 이 공간에서 신학 · 신앙상담도 하고, 필요한 강의도 유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실상 <가톨릭뉴스 지금여기>는 지난 5년 동안 언론을 유지해 오면서 여러 차례 재정적 위기를 경험했습니다. 상여금은커녕 월급조차 줄 수 없는 상황이 여러 번 찾아왔지만, 꼭 필요한 액수만큼 갑작스런 후원금이 들어왔으며, 이제껏 직원들 월급을 체불한 적은 없습니다. 이 모든 게 우리가 하느님의 은총 안에 있음을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갑작스레 억만금이 들어와 다음 달 지불할 월급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길 바라는 것도 아닙니다. 지금처럼 이번 달에 들어온 후원금으로 이번 달 월급을 미루지 않고 줄 수 있으면 그것으로 만족스럽습니다. 다음 달 역시 하느님의 은총을 기대하며 기다릴 줄 아는 신앙을 얻고 싶기 때문입니다.
다만 ‘해야 할’ 일 때문에 하루가 멀다 하고 기자들이 과중한 업무에 짓눌리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없는 살림’ 때문에 직원들의 생활을 보장해주지 못하는 일이 없기를 바랄 뿐입니다. 박봉에 시달리는 직원 없이, 예산 때문에 전전긍긍하지 않고 일을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또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지금보다 좀 더 여유 있게 발걸음을 뗄 수 있을만한 여유가 생겼으면 하고 바랍니다.
1,200명 후원자가 5,000명이 되기를 바라는 게 욕심이라면, 당장은 2,000명 정도만 되어도 좋을 듯합니다. “내일 걱정은 내일이 할 것이다”(마태 6,34)는 말씀 따라 내일을 걱정하지 않길 바라며, ‘오늘의 양식’을 위해 여러 독자들에게 매달 1만 원 후원에 참여해 주시길 다시 한 번 청합니다.
아이유가 부른 ‘한낮의 꿈’이란 노래가 있지요. “살랑 바람이 가만히 날 어루만져 / 눈물이 날려 / 같이 있으면 마음을 읽어주는 사람 / 그래줄 사람 어디 없나 / 비가 내리면 햇살을 대신하는 사람 / 늘 같은 사람 어디쯤 있나 / 행여나 그 사람 내 곁으로 오면 / 하루 다 나를 안아주면 / 그때나 웃어나 볼까 / 나만 혼자란 생각만 안 들게 해줘 / 날 웃게 해줘 / 졸리운 책은 덮어두고 / 한낮에 꿈을 꾸듯이”라는 노래입니다.
여전히 <가톨릭뉴스 지금여기>는 편집국장이나 기자들, 또는 몇 명의 이사, 운영위원, 편집위원들만의 언론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 언론은 ‘우리’ 모두가 참여하는 ‘소리통’입니다.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후원 요청 글을 쓰면서, 그렇게 우리도 하나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한낮의 꿈이 아니길 빌어 봅니다.
한상봉 (이시도로)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편집국장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