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모승천 대축일에, 성모님의 '신격화' 표현들을 생각하다
[산위의 마을 취화당-박기호]
2012-08-16 박기호
‘예수의 모친, 그리스도의 어머니, 주님의 모친이신 마리아, 원죄 없으시고 평생동정이신 마리아’ 하는 표현은 아무렇지 않지만, ‘하느님을 낳으신 마리아, 천주의 모친, 하느님의 어머니 복되신 동정 마리아와...’ 등으로 표현하면 왜 사람이 하느님의 어머니가 되느냐? 하느님이 사람에게서 태어난거냐? 질문할 것입니다.
대답할려면 역사의 예수와 신앙의 그리스도, 신성과 인성, 그리스도론, 삼위일체 교리를 동원해서 대답해야 합니다. 듣는 사람은 ‘응...!’ 하면서도 논리의 일방적인 비약에 돌아서서 코웃음을 칩니다. 거기다가 '식은 태양 덥히시고 성난 파도 재우시는...' 등의 찬양 가사는 그런 오해를 더욱 깊게 하고 ‘마리아교’라고 하겠지요.
과달루페, 루르드, 파티마, 메쥬고리예 등 전 세계 대륙에 걸쳐서 무수히 많은 성모님의 발현이 있었고, 발현 처소마다 치유와 예언의 은사가 지금도 지속되고 있습니다. 기적이 있고 신심과 찬송이 생겨나고 조직과 활동 단체가 늘어나고 전례화 하는 과정에서 성모님께 대한 표현은 더욱 더 신격화 될수도 있습니다.
왜 성모님이 신앙으로 구원된 모델이시고, 왜 교회 공동체의 어머니가 되시는지, 성모님의 위대하심을 진정으로 알고 믿는다면 그렇게 신격화 할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성모님은 변함없이 ‘마리아’이심으로 충분하고 우리는 성모님의 믿음에 결합하여 완덕에 이르고자 희생하고 순명하고 애쓰면 족합니다.
동양의 구원관에는 ‘수행’이라는 것이 따릅니다. 인간으로 출발하여 수행을 통해 초인에 이릅니다. 초인에 이른 자는 인간의 의식과 사유와 경험의 경계를 넘어서게 되고 그래서 어떤 이는 신적 교감이나 능력을 가진 존재에까지 이르게 됩니다. 이치의 깨달음에 이른 자는 경계 너머의 세계를 말해줄 수 있고, 우주 질서와 존재 법칙에 통달한 자는 치유를 베풀고 장수의 비결을 가르칩니다.
천리안도 갖고 미래에 일어날 것도 보며 예언하며 구름을 타고 이동할 수 있습니다. 신선(神仙)사상입니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존재가 신선입니다. 인간 본성에 내재된 선성(善性)이 수행을 통해서 선의 극치에 이르게 되면 신의 존재 양식의 일부에 결합됩니다. 물론 모두가 인간의 역사 안에 있음은 변함없지요.
나의 믿음에서 성모님을 어떤 반열에 두느냐가 중요합니다. 저는 성모님이 오로지 은총에만 의지한 분이 아니라 수행의 삶을 거쳐 완성자에 이른 분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너무나 전폭적인 신앙으로 하느님께 순명하셨기 때문에 수행의 극치에 이른 분이라고 이해합니다. ‘묻지 마 신앙’이 아닌 이상 다른 이해로는 미칠 수 없었습니다.
신앙인에게는 믿음이 있고 순명이 있고 희생, 자비심, 용서와 사랑이 있습니다. 그것에 많고 작음이 있다는 것은 ‘거의 없음’과 ‘거의 다 있음’의 양극 지점도 있게 됩니다. 그 극치에 성모님의 신앙을 두면 신격화의 모든 표현이 해결됩니다.
인간에게 믿음의 극치가 있다면 어떤 모습일까요? 순명의 극치, 희생의 극치에 이른 모습은 또 어떨까요? 주일이면 성당에 나가는 종교생활도 있고 죽음의 작두 앞에서 차마 성화상을 밟고 가지 못해 죽어간 순교자의 믿음도 있습니다.
어린 자녀를 영재학원에 끌고 다니는 어머니의 사랑도 있고, 자폐아 아들을 얼굴 한번 찌뿌리지 않고 양육하는 어머니의 헌신도 있습니다. 성모님의 사랑은 자식을 세상의 제물로 내어주셨습니다. 사랑에도 품질이 있고 극치점이 있다는 건 인정해야 하지요.
인간으로서의 믿음과 순명과 사랑과 희생의 극치점에 성모님이 계십니다. 그 영예로운 자리에 계신 분은 ‘천주의 모친, 하느님의 어머니’가 되기에 충분하고 승천하셨다고 믿는데 전혀 손색이 없습니다. 하느님은 살아계신 분이기에 위에도 아래도 계시고 황제 회장님으로도 계시고 노예 노동자로도 계시고 자식으로도 계시고 어머니로도 계십니다. 하느님은 자유이십니다.
성모님의 새로운 모습과 능력을 상상할 수 있습니다. 인간 수행의 극치는 신과의 교합점이란 걸 생각하면 됩니다. 그것을 십자가 요한은 ‘합일(合一)’이라고 했고 아빌라의 데레사는 ‘완덕’이라고 했어요. 완덕에 이른 자를 우리가 보지 못했다고 해서 완성된 인간에게 신적 능력이 없다고 말하지는 말아야지요.
오늘은 8.15 광복절. 대한독립 만세! 친일파 만세! (2012. 8. 15)
박기호 신부(예수살이 공동체 산위의 마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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