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여자수도자 장상연합회 (LCWR), 우리시대 하느님 목소리에 절대적으로 순명하다
교황청, 진보적 미국 여성수도자들 요시찰 대상으로 삼아..
"제도교회 안에 예언자가 살만한 공간이 없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지난 성목요일 성유축성미사 강론을 통해서 독신 남성의 서품에 대한 교회의 방침에 따르기를 거부하는 이들을 비난했다. 교황은 자기 주장의 뿌리를 예수님이 하느님의 뜻에 순명한 데서 찾았다. 그래서 교황은 “예수님의 관심사는 인간의 변덕과는 반대로 진정한 순명에 있었다”라고 했다.
그런데 사실은, 예수님 역시 지상에 계시는 동안 종교지도자들과 그들이 만들어 놓은 법에 순종하지 않으시고 하느님께 순명했다는 점을 교황은 놓치고 있다. 수많은 보수적 로마 가톨릭 신자들처럼 그는 하느님을 제도적인 교회 및 제도적인 교회의 교리와 혼동하고 있는 것이다.
내 생각에, 교황은 이와 똑 같은 논리를 미국 여자수도자장상연합회(LCWR)에 적용하고 있는 것 같다. 그는, 수녀들이 게이, 레스비안, 피임, 성직으로 부름받았다고 생각하는 여성들을 규탄하는데 미온적이라고 보고 있다.
여성사제의 몸에서도 성스러움의 가능성이 있다
"왜 수녀들은 그들이 돌보던 이들에게 종부성사를 줄 수 없는가?"
여성수도자들이 초점을 맞추고 있는 사목의 기본논리는 심오한 것은 아니지만, 기발한 점도 있다. 그들은 가난한 사람들, 아픈 사람들, 버림받은 사람들, 가정이 파괴된 사람들의 울부짖음을 통해서 들려오는 하느님의 목소리에 급진적으로 순명한다. 많은 수녀들은 이 세상에서 가장 고통을 받는 사람들 속에서 그들과 함께 살고 있다. 그들은 재의 수요일에 사진을 찍기 위해서 무료급식소에 들리지 않는다. 어떤 수녀들은 여성노숙인, 고아, 마약 중독자들과 더불어 살고 있다.
수녀들이 게이와 레스비언들을 비난하는데 주저하는 것은, 아마도
1980년대에 그들이 에이즈 환자들과 살았던 활동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 당시 에이즈는 게이들에게 영향을 주었고, 어떻게 그 병이 전염되었는지는 아무도 확실히 알 수 없었다. 여성수도자들은 원인 규명이 안 되는 이 무서운 질병으로 죽어가는 이들을 만져주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은 몇 안 되는 단체들 중 하나였다.
건강이 나빠지고 있는 이 남성들을 목욕시키고 먹여주면서, 수녀들은 이 환자들이 자기들의 파트너나 친구들과 나누고 있는 깊고 진실한 사랑을 목격했다. 이들 수녀들은 찾아오는 이 없는 남성 환자들의 고통을 바라보았고, 죽기 전에 가족들과 화해하는 환자들을 통해 성사적인 힘을 경험했다.
수녀들이 피임에 대해 교도권과 다른 생각을 지닌 것도 마찬가지다. 여성수도자들은 가난하고, 노숙하며, 학대당하는 여성들과 함께 해왔다. 그들은 성 매매의 노예가 된 여성들, 학대를 받는 여성들, 가난 때문에 버려진 어머니들에게 피난처를 제공했다.
여전히 많은 여성수도회에서 병원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들 가운데 의료전문가들도 많다. 이들은 콘돔사용을 거부하면서도 성교를 강요하는 남편과 남자친구들 때문에 많은 여성들이 너무 큰 대가를 치르고 있는 것을 직접 보아왔다. 수녀들은 남자를 만나다 강간을 당한 환자들, 임신으로 생명의 위협을 당하는 여인들을 보아왔다.
많은 수녀들은 신학자, 윤리학자, 영성 지도자, 교사로 일하고 있다. 수녀들은 학생들이나 수련자들, 그리고 많은 이들과 더불어 실존적인 질문에 대해서 논의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유혹에서 벗어나려는 그들의 몸부림에 대해서 들어왔다. 그리고 이들이 윤리적인 궁지에서 벗어나고, 영적인 위기를 벗어나도록 돕는다. 수녀들은 죄를 사해줄 수는 없지만 무수한 고백을 들어왔다.
어떤 여성수도자들은 여성서품을 지지하고 있다. 그들은 이 세상에서 그리스도의 성사가 되기 위해서 그들의 전 생애를 바쳤다, 그러나 그들은 성체를 축성할 수도 없고, 죽을 때까지 병상에 누워있는 이들에게 도움을 주어왔지만, 그들의 마지막 순간에 종부성사도 줄 수 없다.
이처럼 강렬하게 성사생활을 하고 있는 수녀들이, 깊은 지적인 호기심과 영적인 갈망을 지니고 있다는 것은 하나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수녀들이 너무나 자주 찢어지는 가슴을 안고 상처받은 하느님의 힘으로 가득한 신비로운 이 세상에 대해서 더 깊은 의문을 던질 수 없다는 말인가? 수녀들이 보여준 모든 증거들을 가지고도, 동성애 속에도, 여성사제의 몸에서도 성스러움의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인정할 수 없다는 말인가?
이러한 여성수도자들이 지닌 이 모든 생각과 관심, 프로그램은 교회권력에 대한 완강한 불복종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이 수녀들의 헌신은 힘없고 상처받기 쉬운 사람들의 얼굴에 나타난 하느님께 깊이 순명하는 데서 나온 것이다. 이 수녀들은 대다수의 성직자들이나 평신도들이 감히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십자가에 못 박혀 있는 그리스도를 본 것이다. 그들은 제멋대로가 아니다. 그들은 하느님의 은총이 어떻게 어디에 내리시는지 제한을 두지 않을 만큼 현명하다.
교회법 때문에 하느님 목소리에 귀를 닫아야 하는가
교회법이라는 거짓 성곽 뒤에 숨어버리는 것은 우리의 상상력을 뛰어넘는 방법으로 우리에게 다가오시는 하느님께 대한 올바른 대접이 아니라는 사실을 수녀들은 경험을 통해서 알고 있다. 수녀들은, “하느님의 계명을 무시하고 인간의 전통에 집착하는” 바리사이들을 예수님께서 꾸짖으셨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최근에 샌드라 슈나이더스(Sandra Schneiders)가 언급한대로, 수녀들은 예언자적 삶을 살라는 주님의 부름에 순명하는 것이다.
그러나 교황청은 이미 많은 독창적인 신학자, 선교사, 성인들에게 말했던 것처럼, 이 여성수도자들에게 ‘예언자는 자기의 고향에서 환영 받지 못한다’고 말하고 있다. 교황청은 바로 하느님의 목소리를 닫아버리는 대가를 치르더라도, 수녀들에게 마음과 정신을 닫으라고 명령하고 있다.
물론, 바티칸은 수녀들이 교회를 대신해서 수고하고 헌신한 것을 고맙게 여긴다. 그러나 바티칸은 수녀들에게 너무 많은 권력이 주어졌다고 보고, 지금에 와서는 수녀들을 요시찰 대상이며 견제 대상이라고 보고 있다. 이제 수녀들은 신학적인 질문을 해서도 안 되고, 시대의 징표를 읽어서도 안 되고, 우리의 현실 속에서 하느님의 현존을 알아내는 노력도 중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요컨대, 교회지도자들은 수녀들을 영적인 노예로 위축시키고 있다.
이러한 사태는 가톨릭신앙의 핵심적 문제가 교리에 대한 무조건적인 굴종보다 더 깊은 차원이 있다고 믿는 신자들에게 도전이 된다
이제 벽에 쓰여진 글을 읽어야 할 순간이다: 벽에 이렇게 쓰여있다.
"제도교회 안에는 교리에 대해
지성이나 사목적 경험에 바탕한
해석이나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안전지대가 없다.
이 제도교회 안에는 예언자가 살만한 공간이 없다."
"There is no safe place within the institutional church
for intellectually based, pastorally grounded
interpretation of or questioning of doctrine.
There is no space in this institution for prophets to dwell."
진보적 수도자들, 교회에서 강제퇴출 당할 수 있어..
"미국 남자수도자들 동료 수녀 위해 분연히 일어나야 할 때가 왔다"
최근에 일어나고 있는 사제, 수녀, 평신도에 대한 일련의 강경조치를 보면, 제도 교회는 일부러 교회가 갈라지도록 부추기는 것 같다. 그들의 목표는 결혼의 평등성, 피임, 여성사제직에 관한 바티칸의 노선에 따르지 않는 사람은 누구를 막론하고 강제 퇴출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이슈에 대한 절대적인 순종이 없이는, 주교들이 훨씬 더 많은 수익성이 높은 우익 종교인이나 정치적 집단과 제휴할 수 없다.
만일 이 수녀들이 여전히 교황청의 명령에 복종하지 않는다면, 수녀들은 아마도 바티칸이 인정하는 대표기구의 자격을 미국에서 박탈당할 것이다. 미국 여자 수도자 장상 연합회(LCWR, Leadership Conference of Women Religious)가 이런 대표성을 상실한다면, 이 대표성은 보수적이며 정통파로 알려진, 미국 수녀들의 20%미만을 대표하는 'Council of Major Superiors of Women Religious (CMSWR)'에 넘어갈 것이다. 그러면, 바티칸의 빈약하고 하잘 것 없는 로마 가톨릭교회 비전을 달성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미국 수녀들에 대한 이번 공격은, 수녀들의 사목을 신뢰하는 모든 사람들, 그리고 그로부터 수혜를 입는 모든 사람들에 대한 공격이다. 지금보다 수도자들의 단결이 더 요청되는 때는 일찍이 없었다. 특히, 지금은 미국 남자수도자들이 분연히 일어날 때다. 그들은 분명히 태도를 밝혀야 하고, 동료 여성수도자들을 위해서 자기들의 안녕을 희생할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
예언자적인 삶이 위기에 봉착했다. 만에 하나라도, 이 여성수도자들이 교회에서 추방된다면, 이 수녀들을 둘러싸고 교회를 만들어야 한다. 만일 수녀들이 거처하던 곳에서 추방이 되면, 재력이 있는 분들이 수녀들이 거처할 곳을 마련해주어야 한다. 어떤 사람도 버려지지 않도록 자기들의 삶을 바친 수녀들이 버려져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이 수녀들을 버리는 것은 교회 안에 역사하고 계시는 하느님 성령의 마지막 자취 가운데 하나를 버리는 꼴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재미 L. 맨손(Jamie L. Manson)
예일대학교 신학대학에서 가톨릭신학, 성 윤리를 전공한 신학석사다.
번역: 서인수(영한통역-번역 전문가)
기사 원문 출처/ NCR. <LCWR: A radical obedience to the voice of God in our time> 2012-4-23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